<오후여담>TV 토론의 신화와 현실

기자 2022. 1. 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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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에 TV 토론이 도입된 것은 1960년 미국이다.

네 차례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이 44세의 젊음과 잘생긴 외모를 앞세워, 지나치게 진중하고 '가르치려' 했던 공화당 후보 리처드 닉슨 부통령보다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둘째, 그 후보가 TV토론에서 밀렸다고 하더라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오는 설 연휴를 앞두고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의 양자 TV토론을 개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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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대통령 선거에 TV 토론이 도입된 것은 1960년 미국이다. 네 차례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이 44세의 젊음과 잘생긴 외모를 앞세워, 지나치게 진중하고 ‘가르치려’ 했던 공화당 후보 리처드 닉슨 부통령보다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때 TV 토론이 대선 승부를 바꿀 수 있다는 신화가 탄생했다. 또, 토론 내용보다는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관념도 형성됐다.

그러나 신화는 신화일 뿐, 현실은 다르다. 토론이 상대 후보에게 뒤졌던 지미 카터(1976년), 조지 W 부시(2000년) 등도 대통령이 됐다. 미국 선거전문가들은 실제로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경제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1992년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기념비적 선거 구호 ‘It’s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바보야!)’가 등장한 것이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미 대선을 취재하면서, 전문가들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은 말이 있다. 첫째, 유권자는 대부분 지지 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다고 느낀다. 둘째, 그 후보가 TV토론에서 밀렸다고 하더라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13차례 미 대선에서 35번의 토론이 열렸다. 이 가운데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토론은 2016년 9월 29일 도널드 트럼프-힐러리 클린턴 간 첫 대결로 8400만 명이 봤다. 이 토론에서 트럼프는 힐러리의 말을 자르고, 답변하는 그녀의 뒤에서 어슬렁거리는 저질 매너로 지탄을 받았다. 토론 직후 CNN이 여론조사를 한 결과 힐러리가 잘했다는 의견이 57% 대 34%로 훨씬 많았다. 그러나 결국 당선자는 트럼프였다.

한국 대선에서도 1997년부터 TV토론이 본격화했다. 그러나 토론이 승부를 가른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2007·2012·2017년에는 경쟁 후보에 비해 토론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후보가 당선됐다. 오는 설 연휴를 앞두고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의 양자 TV토론을 개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양 캠프에서는 언론·홍보·정무·정책 전문가들이 총동원돼 토론 준비가 한창이라고 한다. 요약된 정책, 말하는 기술, 표정과 몸짓, 시선 처리, 복장과 분장 등이 다 중요하다. 그러나 후보가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은 토론 진행자나 상대방이 무엇을 물어볼지, 특히 예상 문제집에 없는 질문을 미리 파악해 알려주는 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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