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흙의 화가' SNS타고 세계로

2022. 1. 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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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문예위 '아트체인지업' 사업
인스타·유튜브 등 구축 두달 만에
조도중 화백 '현대미술 거장' 찬사
웹뮤지컬 '보름 오는 날'도 인기

“조도중(사진) 화백의 작품들은 직관적인 활기가 느껴지며, 숨이 막히도록 아름답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예술 천재의 작품이다.” (스위스아트엑스포 창업자 페트리샤 젠 클로젠의 평론)

수백 가지의 흙을 골라내 자연 그대로의 빛깔을 찾아냈다. 조도중(74) 화백은 ‘소일 아트(Soil Art)’의 창시자다. 그는 지난 수십년 간 ‘자연의 흙’을 재료 삼아 그림을 그렸다. 흙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조 화백은 “물감은 미끄러지며 색이 칠해지지만, 정제돼 가루화된 흙은 접착력이 없고 미끄러지지 않아 흉내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창시자’라는 수사가 무색하게도 국내에선 그리 화려한 명성을 얻진 못했다. 그러다 70대가 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중문화계에 윤여정( ‘미나리’), 오영수( ‘오징어게임’)가 있다면, 미술계엔 조도중이 있었다. 세계는 조 화백을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칭송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아고라 갤러리를 비롯한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앞다퉈 그의 작품을 ‘모셔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하는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 아트 체인지업’에 선정, 2020년 연말에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구축하자 두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조 화백 측은 “10개월 사이에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등 전 세계 10개국 15개 갤러리에서 연락이 와 다양한 전시를 진행했고 현재도 기획 중”이라며 “온라인 활동 이후 아고라 갤러리에서 8000만 불(한화 965만원)에 작품이 팔리자, 꼬리를 물고 전시 초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례 없는 팬데믹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예술활동은 가로 막혔지만, ‘아트 체인지업’의 지원금을 통해 시도한 온라인 활동은 지속가능한 예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계기였다. 조 화백은 “외국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은 방법도 없고 꿈조차 꿀 수 없었다”며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들이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트 체인지업’은 오프라인 중심의 예술활동을 온라인으로 확장, 예술가들의 실험과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한 사업이다. 2020년 첫 회를 시작, 2021년엔 175개 사업을 선정해 총 40억 5000만 원을 지원했다. 분야는 전 장르를 망라한다. 문학, 시각예술, 연극, 뮤지컬, 무용, 음악, 전통예술, 다원예술 등 기초예술 전 분야의 다양한 작품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 체인지업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공연 제작사 아르뜨락도 이 사업을 통해 웹뮤지컬 ‘보름 오는 날’을 제작했다. 고윤진 아르뜨락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뮤지컬 공연은 연기와 취소를 반복하며 어려워졌다. 뮤지컬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대형 뮤지컬 제작사가 웹뮤지컬을 선보인 사례가 있지만, 중소 제작사의 입장에선 제작비 마련과 영상 문법 구현의 어려움으로 시도하지 못한 도전이었다. ‘오뚜기 3세’인 뮤지컬 배우 함연지가 출연한 이 작품은 타로카드를 소재로 한 일상의 판타지 물로 젊은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작품은 추후 타로카드와 관련한 1분 이하 숏츠로 제작, 또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아트 체인지업’ 사업은 예술가들에게 온라인이라는 새 활로를 개척, 활동 영역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이를 통해 대중에겐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혔고, 다양한 K-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조 화백은 올해에도 미국에서 열리는 ‘근현대미술 거장 전’을 비롯해 스페인, 스위스 등지에서 다양한 전시를 예정하고 있다.

조 화백 측은 “인맥, 자본력의 부족으로 해외 무대에 나갈 수 없는 실력 있는 작가들이 이러한 지원을 계기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통해 한국의 작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러한 활동이 K-아트를 선도하고, 한국의 위상을 빛낼 수 있는 첫 걸음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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