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불심' 전국승려대회 전날.. 親조국 단체 조계사 앞에서 집회

김명진 기자 2022. 1. 20. 15: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수호’ 집회를 열었던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20일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이 노골적인 대선 개입을 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조계종은 오는 21일 조계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종교 편향 문제를 비판하겠다며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예고했는데 현 시점에 이런 대회를 여는 것이 정치 개입이라는 것이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촛불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주최 '전국승려대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조계종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비하 발언, 정부의 천주교 캐럴 캠페인 지원 등을 종교편향, 불교왜곡 행위로 규정하고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열 계획이다. /연합뉴스

개국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수송동 조계사 건너편 인도에서 집회를 열고 “조계종이 전국 승려들의 범불교 대회를 예고하며 노골적인 대선개입 정치개입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경찰에 접수된 집회 신고 인원은 299명으로 방역 수칙상 허용 가능한 최대 집회 인원이다. 주최 측으로 나선 개국본의 한 인사는 “대한민국의 불교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조계종이 정치적으로 퇴색됐다”며 “편향된 종교, 정치의식을 가지고 있는 불교계 우리 국민들이 따끔하게 혼내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선 해인사를 ‘봉이 김선달’에 빗댔다가 불교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언급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정청래 의원이 조계종에 일침을 가한 일은 다른 일이 아니다. 국립공원 사찰이 왜 요금을 받느냐는 것”이라며 “부처님께서 공수래공수거라고 하지 않았나. 불교의 불법마저 어기고 있다. 무소유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불교인들이 탐욕에 쩔어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라고 했다.

주최 측은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너무나도 자유스럽게 줘버렸기 때문에 종교를 팔아먹는 종교 장사치들이 넘쳐나고 사이비 교주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종교인들이 종교 자유를 외치기 전에 정말로 부처님 말씀을 잘 따르는 종교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했다.

촛불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일 서울시 중구 조계사 앞에서 전국승려대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뉴스1

개국본 집회에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연사로 올라 발언했다. 안 소장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조계종 대선개입 즉각 중단하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무대에 올라 “윤석열 김건희 무속 정치집단이 국민들에게 피눈물 나게 하는 정치를 선보이고 있는 것처럼, 탐욕스럽게 정치에 개입하는 일부 스님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정 의원 논란을 언급하면서 “당사자가 사과하고, 당대표가 사과하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사과해도, (조계종은) 편향된 내용으로 특정 후보와 특정 정당을 명백하게 부당하게 공격하는 내용의 대회를 열겠다는 것”이라며 “승려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국민들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청래 의원과 민주당의 사과를 깔끔하게 수용하라”고 했다.

경북 안동에서 올라왔다는 한 개국본 관계자는 “너무 화가나서 올라왔다. 우리 (이재명) 후보님도 사과하고 송영길 대표도 사과하고 정청래 의원이 조계사에 사과하러 왔는데도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 것을 보고 불교신자로서 화가 났다”며 “부처님은 사과하러 온 사람을 절대 밀어내지 않는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매표소에서 해인사까지 거리가 3.5㎞”라며 “그 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3.5㎞ 밖의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통행세를 낸다.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요”라고 했다.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징수하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댄 것이다.

이에 대해 해인사는 입장문을 내고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문화재보호법에 명시된 합법적인 일임에도 정 의원이 ‘봉이 김선달’을 언급하는 등 명백한 허위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며 “정 의원의 사과가 있을 때까지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불교계의 사과 요구에도 정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자, 지도부가 나서서 두 차례 ‘대리 사과’를 했다. 송영길 대표는 “해인사를 비롯한 전통 사찰은 결코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인데, (정 의원이) 어떻게 그런 발언을 했는지, 어이없고 송구스럽다”고 했고, 이재명 후보는 “우리 식구들 중 하나가 과한 표현으로 불교계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했다.

결국 정 의원도 “국정감사 기간 문화재 관람료에 대한 표현상 과했던 부분에 대해 불교계와 스님들께 심심한 유감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하려했지만, 조계종 측은 방문 자체를 거부했다. 불교계에선 계속해서 민주당에 “정 의원을 반드시 탈당 또는 출당 시키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계종은 오는 21일 정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비하 발언, 정부의 천주교 캐럴 캠페인 지원 등을 종교편향, 불교왜곡 행위로 규정하고 서울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열 계획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