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외부 수혈 불가' 박범계에 반기 든 김오수..왜?

하상렬 2022. 1. 20. 17: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중대재해 전문 검사장 공모에..대검 공식 반대
검찰 內 거센 반발 기류.."엉뚱 인사 검찰 알박기 시도"
"金도 내부 반발 목소리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
'식물총장' 비판 金, 리더십 회복 시도 분석도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친여 성향의 김오수 검찰총장이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사장 중대재해 분야 외부 공모’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수용 불가 입장을 내면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취임 이후 줄곧 현 정권 및 박 장관과 보조를 맞춰 온 김 총장의 반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좌측)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이데일리DB)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19일 법무부에 검사장 외부 공모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 이전에 대검 부장회의를 열고 수용 불가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이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사전에 종합해 공식 의견을 낸 것이다. 회의에선 외부 인사가 검사장으로 발탁됐을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대검은 전날 오후 일선 고·지검에 공지를 보내 “지난 17일 법무부에서 중대재해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대검검사급(검사장) 검사를 신규 임용한다는 취지의 공고를 냈다”며 “이와 관련해 총장님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명시적으로 전달했다”고 했다.

김 총장은 △검찰청법 등 인사 관련 법령과 직제 규정 취지에 저촉될 소지가 있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사기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검사장 외부 공모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19일 법무부에 전했다.

대검은 공지에서 “이번 임용 공고에 대한 검찰 구성원들의 걱정과 염려를 충분히 공감한다. 검찰청법 제34조에 따라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겠다”며 “검찰청법 제35조에 따른 검찰인사위원회 심의 시 필요한 의견을 충실히 제시하는 등 검찰 구성원들의 우려를 덜 수 있도록 다각도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7일 홈페이지에 검사장급 경력 검사 한 자리에 산업재해·노동인권 전문가를 발탁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게시했다.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등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 수사 지휘 라인에 외부 인사를 앉히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중대재해 사건 수사를 빌미로 수사 지휘 라인 검사장까지 외부에 개방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검사장 외부 인사라는 선례를 남기게 되면, 검찰 내에서 능력 경쟁보다는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려는 경향이 짙어지는 등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유미 광주고검 검사는 17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엉뚱한 인사를 검찰에 알박기 하려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다만 검찰 내부 반발 기류에 박 장관은 18일 “알박기 인사도 아니고, 내정된 인물도 없다”면서 “검찰 내부 여론이 있다면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20일에도 “오로지 수사력만 갖고 접근하면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다”며 “새로운 인식의 전환·대처가 필요하다.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부연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총장이 검찰 내 거센 반발 기류를 무시할 수 없어 공식적인 행동을 취한 것 아니겠냐고 평가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 잘못된 선례를 남기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 총장으로서도 내부 목소리를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총장의 이 같은 제스처엔 지난해 6월 1일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한 김 총장이 오는 3월 대선까지가 사실상의 임기인 박 장관의 눈치를 더이상 볼 필요가 없어졌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검찰 내부에서 ‘식물총장’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까지 정권과 궤를 같이 해 온 김 총장이 무너진 리더십을 회복할 기회로 여겼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상렬 (lowhig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