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죄 판사 징계.. 법원 내부 "징계 대상은 김명수"

양은경 기자 입력 2022. 1. 21. 03:02 수정 2022. 1.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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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심 무죄 신광렬·조의연 판사.. 대법, 2년 7개월 지나 징계 강행
2021년 12월 사법행정자문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사진공동취재단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신광렬·조의연 부장판사에 대해 대법원이 최근 징계를 의결해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정작 징계받고 탄핵되어야 할 김명수 대법원장이 두 판사를 징계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은 최근 법관징계위원회를 열어 신 부장판사에게 감봉 6개월, 조 부장판사에게 견책을 의결했고 김 대법원장은 조만간 징계를 실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광렬·조의연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관련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보낸 수사기록에서 법관 비리 관련 내용을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2019년 3월 기소됐다. 당시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조의연 부장판사는 영장전담이었다.

이들에 대해 작년 11월 대법원은 “사법부의 국민 신뢰 확보 차원에서 비리 의혹 법관 징계 등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은 행위이므로 공무상 비밀누설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조 부장판사와 함께 근무했던 성창호 부장판사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로 결론 났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최근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며 신·조 부장판사 징계를 의결하자 일선 판사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법원이 이들에 대해 징계 청구를 한 것은 2019년 5월이었다. 한 판사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사람들을 2년7개월이 지나 징계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김 대법원장에게 그럴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무죄가 된 판사들을 탄압하는 악행을 그만둬야 한다”는 글까지 돌고 있다. A4 1장 분량의 인쇄본 형태로 판사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는 이 글에는 “김 대법원장은 자신을 대법원장으로 만든 이른바 ‘사법 농단 사태’를 재임 기간 내내 악용하고 있다”며 “징계받고 탄핵당해야 할 사람은 무죄를 받은 판사들이 아니라 자기 가족, 자기편만 챙기고 편파적 인사 농단을 자행하는 김명수”라는 내용이 나온다.

해당 글은 법관징계위원회 구성의 편향성도 지적했다. 2019년 3월 징계위원으로 선임된 김칠준 변호사는 친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대부분의 형사사건에 관여했고,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이른바 ‘사법 농단 판사’에 대한 탄핵과 엄벌을 주장해 왔던 인사라는 것이다. “법관징계위원장인 민유숙 대법관은 김 대법원장 제청으로 임명된 첫 대법관이었고, 징계위원인 김문석 사법연수원장은 김 대법원장과는 가족끼리 교류를 할 정도로 가깝다고 알려진 사이”라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이 글에 대해 한 현직 부장판사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법관으로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사람은 공관에 며느리가 소속된 대기업 법무팀을 초청해 물의를 빚고, 여당이 탄핵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임성근 고법부장 사표를 받아주지 않았으면서 ‘그런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해 법원 위신을 실추시킨 김 대법원장”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판사는 “무죄 받은 신광렬 부장판사가 ‘감봉’ 징계를 받았다면 김 대법원장은 더한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징계를 당하게 된 신광렬 부장판사는 “사법신뢰를 위해 필요한 행위라고 법원이 판단했는데도 징계를 내린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

이런 논란에 대해 대법원은 “형사 재판과 징계는 별개 원리로 움직인다”며 “품위 손상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죄가 되지 않더라도 조직 내 징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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