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변경 전에 계약하라"..車 가격인상 본격화

박영국 2022. 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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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변경 모델 100만~200만원씩 인상..앞으로도 추세 이어질 듯
업계 "반도체‧강판 가격 상승으로 자동차 가격인상 불가피"
'없어서 못 파는' 공급자 우위 시장 상황도 가격 인상 부추겨
2023년형 XM3. ⓒ르노삼성자동차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자동차 생산차질이 결국 소비자 구매부담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재고부담에서 벗어난 완성차 업체들은 할인 프로모션을 축소하는 한편, 연식변경을 계기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가 사용되는 주요 전장부품과 자동차 강판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19일 XM3 연식변경 모델인 2023년형 XM3 사전계약을 시작하며 예상 가격대를 기본트림 기준 1866만~1896만원으로 예고했다. 현재 1787만원에서 100만원가량 인상되는 것이다.


앞서 기아도 지난 7일 모하비 연식변경 모델 ‘The 2023 모하비’를 출시하면서 기본트림 가격을 기존 모델 대비 89만원 오른 4958만원으로 책정했다. 중간트림과 상위트림은 인상폭이 200만원 내외였다.


지난달 초 2022년형으로 출시된 한국GM의 쉐보레 콜로라도 역시 기본트림 가격이 기존 3830만원에서 4050만원으로 200만원 이상 올랐고, 비슷한 시기 연식변경된 현대자동차 2022년형 싼타페도 기본 트림 가격이 2975만원에서 3156만원으로 181만원 상승했다.


The 2023 모하비. ⓒ기아

연식변경 모델은 풀체인지(완전변경)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과 달리 디자인이나 성능에 큰 변화 없이 일부 옵션이나 트림 조정만 이뤄진다. 사실상 기존 모델과 다를 게 없는 차량의 가격이 100만~200만원씩 올랐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도가 높다.


디자인과 성능을 개선한 풀체인지 모델은 말할 것도 없다. 기아 니로는 1세대 하이브리드 모델 시작 가격이 2439만원이었으나 지난 17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2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은 시작 가격이 2660만원으로 책정돼 200만원 이상의 인상폭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제조원가 상승 압박이 지속됨에 따라 자동차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 와중에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철강 가격 고공행진으로 차체를 구성하는 자동차 강판 가격도 크게 오른 상태다.


르노삼성은 2023년 XM3 가격을 공개하며 “지속적인 생산 원가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이 소폭 인상될 예정”이라면서 “다만 가격 상승에 따른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량의 정숙성과 편의‧안전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도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인상을 수월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대기수요가 1년을 넘어가고,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굳이 원가 부담을 제조사가 떠안을 이유는 없는 게 현실이다.


재고 부담에서 벗어난 완성차 업체들은 차종별로 높게는 수백 만원씩 할인해주던 판촉 프로모션도 없애거나 줄이는 추세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예 대부분의 차종에서 현금 할인이 사라졌고, 중견 3사도 일부 노후 모델이나 이전 연식 재고에 한해 현금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신차 및 중고차 가격 지수 추이 비교(왼쪽)와 미국 신차 평균 거래가격 추이.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 가격 인상이 국내에만 한정된 게 아닌 세계적인 추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헌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상무)은 지난 13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세미나에서 올해 자동차 업체들이 연식변경 모델 출시에 맞춰 가격을 대폭 인상하면서 카플레이션(Car+Inflation)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그는 “작년 신차 공급 부족과 중고차 가격 급등 여파로 신차 실거래가도 인센티브 축소와 함께 상승했으나, 중고차 상승폭 대비 미흡했다”면서 “올해 초과 수요 상황 지속과 글로벌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이 맞물리면서 신차 출고가의 대폭적인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 가격인상의 물꼬가 터진 만큼 앞으로 연식변경과 함께 100~200만원씩의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개별소비세 감면 정책도 일몰돼 세율이 3.5%에서 5%로 바뀌는 만큼 소비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개소세야 출고 시점에 반영되니 어쩔 수 없더라도, 차량 구매가격은 계약 시점 기준이니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연식변경 이전에 계약을 서두는 게 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수출물량도 원가 인상을 반영해 단가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공급부족 상황을 틈타 국내 소비자들에게만 폭리를 취한다는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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