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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대머리 의사 대박났다..짠내나는 개원기 국민 공감 얻었다

박대의 입력 2022. 01. 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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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웹툰 '내과 박원장'
돈벌이 고민하는 의사
"나와 다르지 않네" 공감
연재 후 평균 평점 9.9점
높은 인기에 드라마 제작
실제 의사 장봉수 작가
7년 개원의 경험 담아
1년 휴직 후 만화에 전념
"차기작은 바둑 만화"
"왜 아픈 사람이 없는거야…왜 아프질 않는 거냐구!"

의사가 하루 종일 환자 한 명을 받지 못해 돈벌이를 고민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지난해 10월부터 네이버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내과 박원장' 주인공 의사 박원장은 지금까지 미디어에서 다뤄온 의사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TV 드라마 속 선망의 대상인 의사의 모습을 꿈꾸며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삼수를 불사하지만 유급의 아픔과 국가고시의 난관,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하기까지 쉽지 않은 고난들을 마주한다. 고통 속에서도 언젠가 이루게 될 것이라 기대한 '찬란한 인생'은 온데간데 없고, 자기 이름을 딴 병원 앞에 선 그의 모습은 '성인병 덩어리의 40대 대머리 아저씨'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의사의 현실적인 삶을 그린 만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20년 1월 처음 만화가 게재된 한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그려진 '가짜 의사'가 아닌 실제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정식 연재 후 독자들은 외부에서 볼 때는 잘나기만 할 것 같은 의사들이 실제로는 매출을 고민하는 자영업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의사의 현실을 담은 '블랙코미디'는 정식 연재 이후 21화까지 공개된 현재까지 평균 평점이 10점 만점에 9.9점을 받을 정도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웹툰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이달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되고 있다. 탈모와 복부비만을 가진 박원장의 외모를 그대로 살린 배우 이서진의 연기가 웹툰 만큼의 충격을 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실감 넘치는 의사의 실생활은 원작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내과 박원장'을 그린 작가 장봉수는 실제 의사다. 7년간 전국 곳곳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며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만화 속에 고스란히 녹였다. 보편적인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만화는 정식 연재에 이어 드라마화까지 진행되며 그를 진짜 웹툰 작가로 만들었다.

"1화를 그릴 때만 해도 이렇게 후반부까지 계획돼 있지는 않았어요.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이렇게 뜨거우니, 독자들의 기대에 한번 부응해보고싶다는 욕심이 생긴 거죠. 새로운 도전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독자 반응을 보면서 전체적인 뼈대를 만들면서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만화 속 모든 내용이 장 작가 본인의 이야기는 아니다. 의학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의사를 동경해 힘겹게 의대에 진학한 박원장과 달리 장 작가는 학창시절 미대 진학을 고민할 정도로 그림에 빠져있던 감성 풍부한 소년이었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잘 나오니까 주변에서도 기대를 한 거죠. 3학년 여름방학 때까지 의대와 미대를 두고 고민했어요. 결국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결심한 것 같아요. 만화는 잠깐 미루기로 한 거죠."

장 작가는 바둑광이다. 서봉수 9단의 이름을 자신의 필명으로 삼을 정도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바둑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쥐어준 '팬더바둑교실'이라는 책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책 속 격자무늬 위에 놓인 흑과 백의 원이 뒤섞인 그림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책 속 그림을 눈 앞 바둑판 위에 옮기며 바둑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책을 선물한 아버지를 바둑으로 이길 수 있게 된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만화로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말 바둑을 좋아했어요. 스스로 왜 그렇게까지 좋아하는지 모를 정도로요. 원래 바둑 작품을 그리려다 연습삼아 그린 '내과 박원장'이 이렇게 커진 거죠."

바둑과 그림을 모두 독학으로 배운 정 작가의 모습은 홀로 시작해 정상에 선 서봉수 9단의 삶과 닮아있다.

"저는 평생 만화를 그려왔어요.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요. 책을 사다 보면서 혼자 데생만 했죠. 다른 대안이 없었다면 그냥 만화가의 길을 걸었을지도 몰라요."

지난해 '내과 박원장'이 정식 연재와 함께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면서 20년간 이어온 의사 생활을 잠시 쉬기로 했다. 월급을 받으며 일했던 병원도 그만뒀다. 그렇다고 의사 일을 완전히 접기로 한 것은 아니다. 다시 의사로 돌아갈 때를 대비해 그는 최대한 자신의 개인 신상을 노출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연재가 올 여름께 끝날 거에요. 작품이 없으면 백수가 되는 거거든요. 일이 없으면 불안하죠. 다음 작품이 정식 연재 계약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애들 학원비를 고민해야하는 건 박원장이나 저나 비슷합니다. 오히려 전업 작가가 되고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미래가 보장되는게 아니니까요."

1년 정도 본업은 쉬지만 그만큼 만화 작가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마냥 평온할 수만은 없는 부담감을 안고 있지만,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지금까지 구상했던 작품들을 쏟아낼 생각이다.

"너무 재밌어요. 평생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죠. 우선은 올해 '내과 박원장'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후속작으로 생각하는 것들은 다양해요.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 황당한 생각들도 많이 합니다. 세일러문처럼 변신하는 여성 캐릭터를 그려볼까도 생각하고요. 무거운 느와르 장르를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원래 그리고 싶었던 바둑 만화를 그릴 겁니다. 살면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으니까요."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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