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할 정도로 잘해 준다" 사기 전문 검사가 말하는 사기꾼 특징

이가영 기자 2022. 1. 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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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30년 넘게 사기꾼을 잡아온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임채원(63·사법연수원 19기) 부장검사가 사기를 방지하는 실용적인 ‘팁’을 전했다.

임 부장검사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사기꾼의 특징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하면,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기를 당한 이후에 돌이켜보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사기 예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첫째, 중요한 건 내가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잘해준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나서 목적이 달성되면 사기꾼은 연락이 없다. 그거를 먹튀(먹고 튄다)라고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절대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피해자가 “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하면 사기꾼은 의외로 이에 응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대목에서는 추상적으로 표현해 사기꾼 처지에서도 해석되게 만든다는 게 임 부장검사의 얘기다. 그는 “계약서를 쓰긴 했는데, 사기꾼이 ‘이거 제가 안 썼다. 제가 썼다는 증거를 대세요’라고 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다 컴퓨터로 출력되어 있고, 대표회사 직인만 찍혀 있지 이 사람의 필적 자체가 없더라. 그러면 그 계약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오삼불고기’를 기억하라고 했다. 예방 5가지, 사후대책 3가지다.

그는 ▲상대방이 하는 말 내용을 확인하라 ▲첫 만남에 느낌이 이상하다면 끝까지 경계의 끈을 놓지 마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증거를 남겨라 등의 방법을 소개했다. ‘파격적 고수익 보장’이라는 문구가 있다면 “그건 거의 사기”라고 임 부장검사는 말했다. 또 증거를 남기려고 하면 사기꾼은 “내가 너를 동생보다 더 아끼고 이렇게 극진하게 해줬는데 나를 못 믿느냐”며 피해자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걸 극복해야 사기를 면할 수 있다”며 이럴 때는 “내가 문제다. 내가 강박증이 있다.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셔서 그렇다”고 말하며 증거를 꼭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부장검사는 사기를 당했을 때는 “빨리 포기하고 신속하게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10억원의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3~4년이 지나 다시 나타난 사기꾼이 “4억원만 더 빌려주면 이전에 빌렸던 10억원도 돌려주겠다”고 사기를 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임 부장검사는 “처음 사기를 당했을 때 빨리 손절했다면 추가 피해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100만원 이상의 돈은 송금 후 30분 안에 찾을 수 없게 되어 있다며 “골든타임이다. 30분 안에 신고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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