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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돌아간 청년, 농사만 짓는 것은 아니다

입력 2022. 01. 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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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2022년, '뉴노멀'에 투자할 때

[이현욱 한국해양조사협회 해양조사기술연구소 연구원]
초광역권과 경제공간구조 재편

2022년, 새해 전국의 시군구가 분주하다. 특히 1월 13일 "인구감소지역 특별법"이 시행된 지 2주가 되어 가는 시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별법'의 이름만으로도 인구감소지역 문제의 심각성과 문제해결을 위한 시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인구감소지역의 지정"이라는 지역의 쓸쓸한 운명을 뒤집어, 진정한 '뉴노멀'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한 장소 탐색과 관련하여 새로운 공간 활용 방식과 삶의 구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인구감소 지역이 한국 시군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얼마 전 해당 시리즈에서 소개됐다. 인구의 절반이 살아가고 있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민은 이러한 상황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관심 밖의 일로 생각되기 쉽겠으나 사실은 그 정반대다.

2021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한국 사회 전반에 있어서 인구감소가 예고되고, 그로 인한 경제공간구조 재편에 있어 가장 민감해야 하는 사람은 정작 수도권과 광역시라는 대도시에 살아가는 주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현 시대의 문제를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의 지역구조를 고려하면서 힘을 기울이고자 추진하는 대표적인 것이 초광역권의 설정이다. 초광역권은 자치단체 간 협의를 통해 자치단체간 규약제정을 하고 특별자치단체를 설립하는 것으로, 그 형태로는 광역+광역, 광역+기초, 기초+기초 자치단체 간 구성이 가능하다.

초광역권을 통해 이미 지역 간 연계고리가 두터웠던 근린 기초 자치단체 간, 또는 광역시와 기초자치단체가 필요에 따라 특별자치단체로 나아갈 것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서 여기서는 인구 100만 명의 대도시에서 인구 2만 명의 작은 시로 삶의 영역을 확대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실천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2020년 전라북도 청년정책수립 연구를 실시하면서, 청년(19세~49세) 대상 조사결과를 통해 도출된 삶의 방식이 현재의 인구감소 및 관계인구조성, 인구유입에 대한 인식확대에 있어 사고를 확장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또 지리학의 핵심이기도 한 현장의 정보와 그 장소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지역인구정책(관계인구의 활성화, 유입인구의 확대 등)과 미래의 경제공간에 대해 의미 있는 방향성을 도출하는 근거가 된다고 본다.

가치를 공유하는 경제활동의 등장

전북의 경우 14개 지자체 중 10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정작 지역 안으로 들어가면 새롭게 유입된 사람들의 도전이 생각보다 과감하고 매력적이다.

광역시에서 나고 자란 청년은 대학교 졸업 전 나만의 사업을 꿈꾸는 가운데 마트에 놓인 복숭아를 보고 고부가가치의 상품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전국의 복숭아 장인을 만나고 다니면서 기술을 배웠다.

이제 그는 전북의 한 군에서 자리 잡고 복숭아뿐만 아니라, 복숭아 와인 등 새로운 가공식품에 도전한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고, 독특한 나만의 취향을 소중히 하는 시장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한편 달팽이라는 고급 식자재에 주목한 유턴 이주 청년은 대도시에서 여행업에 10년 간 종사한 경험을 기반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꾼이 아닌 사업가로서 싱가포르 고급레스토랑에 자신의 달팽이를 공급한다. 달팽이는 영양가도 풍부하지만 친환경 먹거리로서 소위 식품선택자(Food Chooser)에게 인기다. 물론 달팽이는 함께 있으면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전자는 자신의 연고가 없는 지역을 대도시와 연결한 무연고이주자로 새롭게 유인된 인구이고, 후자는 출신지로 돌아온 유턴이주자 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관계 안에서 증폭시켜 삶의 가치를 스스로 실현하고, 또 이러한 가치관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도 한다.

오랜 기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가이드를 한 프리랜서는, 지역에서 버려진 고추장 창고를 운치 있게 음악 공연장으로 만들었고, 다른 지역들과 연계고리를 만들어 새로운 사업을 탄생시켜 나간다. 뉴노멀의 시대에 "보존"이라는 키워드가 있듯이, 공간 안에 버려지거나 낡은 것들을 활용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콘텐츠의 힘을 담는다.

"더 이상 반지하에서 웹디자인만을 하며 내 삶을 끝낼 순 없어"라고 생각한 서울 출신의 한 여성은 3년간의 준비기간을 가지고 전북의 한 마을로 내려와 살고 있다. 도시의 복잡함과 어두움, 소통이 부재한 익명의 공간에서 탈출하여, 3년간 다양한 장소에서 발신되는 정보들을 모아 관계를 형성하고 적합한 장소를 찾은 것이다.

새로운 지역이 낯설지만, 삼삼오오 모인 다양한 지역 사람들과의 모임이 정보소통의 장이 되고, 기댈 곳을 마련해 준다. 이러한 모임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공유의 장으로, 자신들만의 아이디어는 결국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으로 결실을 맺는다.

상품의 마케팅에는 서울에서 익힌 웹디자인 기술이 활용되어 SNS를 통해 전국 각자의 지인들에게 발신된다. 새롭게 개발된 상품은 이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누군가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있다. 대기업이 싸게 만들지 않아도, 나와 생각을 나누는 사람인 것 같아 애정이 가고, 결국 생산의 현장을 방문하는 열혈 고객도 존재한다.

뉴노멀의 가치를 실현하는 장소의 탐색

기존에 살던 지역과의 연계성을 유지하면서 삶의 공간을 지리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코로나 시대의 원격근무와 비대면 교육과 활동 등을 통해 현실이 되었고, 시기적절하게 우리 사회는 환경조성이 이루어져 가고 있다.

물론 자신의 가치를 담아 경제활동을 하고, 이를 구현할 장소탐색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생각보다 처음 들어간 지역이 땅값도 비싸고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다거나, 지역민들과 소통이 어려우면 근린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또한 새로운 장소, 지역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이동성이 높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한번 들어오면 절대 나가지 않는다는 사고를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필요에 의해 들어오면, 다시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2-3년이라도 지역에서의 삶의 구축한 경우에는 다른 지역에 가더라도, 자신이 머문 지역과의 연계고리를 만들어 삶의 밑천으로 삼게 될 것이다.

세상이 변해 뉴노멀의 시대에 맞는 경제활동과 가치를 실현하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늘어가고 있다.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우리는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장소탐색을 시작으로, 기존에 자신이 살던 공간(대도시)와 소도시와 마을을 연결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인구감소지역의 미래와 한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에는 새로운 도전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낯선 장소에서의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단체 등도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

대도시 출신의 세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들이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지역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지역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는 불충분하기에 일정 기간 지역민과 지자체의 지원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장소탐색을 통한 생활공간 확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인구감소지역에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결코 "타지에서 실패했기 때문"도 아니며, 지역사회의 혼란을 야기시키기 위함도 아니다. 초광역권으로 연결성이 높아진 지역은 서로가 필요한 것을 주고 받으면서 새로운 공간을 구성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뉴노멀 라이프스타일을 재창조하는 공간

새로운 표준이라는 뜻의 뉴노멀(New Normal)을 라이프스타일에 반영한 사람들은 인구감소지역이라고 지정된 곳, 다시 말해 새로운 표준적용이 가능한 곳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대도시와의 접근성이 30분에서 1시간 되는 거리라면 대도시의 많은 정보와 자신만의 삶의 속도를 적절히 공간 구분을 통해 즐길 수 있다.

현명한 소비와 간소화한 생활, 친환경 먹거리와 제조과정을 중시하는 생활, 무엇보다도 자기만의 공간을 손수 만들고 그 공간에서 자신만의 생산활동을 하고자 하는 가치관을 성취하는데 있어 인구감소지역은 우리에게 주어진 값진 기회일 수도 있다.

작지만 거대한 변화의 원동력이 되는 개인의 장소선택 및 장소향유가 가능해 진다면 인구감소지역과의 관계인구가 늘어나게 되고 지역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지자체는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지역주민이 주변지역, 광역시와 어떤 관계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지역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유입자의 수요는 무엇인지 파악해서, 지원정책을 개발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저성장시대의 도시화율이 한계에 이른 유럽의 경우, 사람들의 다양한 장소선택과 이주현상에 대해 이주의 특정 동기를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삶의 질 변화와 연결해서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된 바 있다.

저자가 만난 규모가 작은 소도시와 지역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확장한 사람들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장소를 선택하고 관계맺기를 통해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어간다. '인구감소지역'과의 관계맺기는 뉴노멀(새로운 표준)의 시작인 것이다.

■ 필자소개

이현욱 박사는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문지리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학위과정을 마친 후 10년간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다가 최근 한국해양조사협회로 옮겨 연구직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는 경제지리학회 상임이사와 도시지리학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국내외 인구이동, 북한지역, 해양지명 등이다.

[이현욱 한국해양조사협회 해양조사기술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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