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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민의 알 권리와 좋은 저널리즘

박원경 기자 입력 2022. 01. 21. 11:54 수정 2022. 01. 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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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언론사를 통해 보도되지는 않는다. 언론사가 특정 이슈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보도하는 건 취사선택이라는 의도가 들어간 능동적 행위다. 기자의 자율성이 최대한 존중되는 칼럼 형식의 이런 취재파일과는 달리 사내의 총의가 모이는 프로그램 형식(예를 들어 방송사는 정규 뉴스나 보도 프로그램, 신문사는 지면)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능동적 보도 행위를 위한 전제는 당연히 취재와 판단이다. 취재 및 제보 내용이 사회적 의미가 있는지(보도 가치), 취재 및 제보 과정은 정당했는지(취재윤리), 보도 내용이 특정 진영이나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닌지(공정 보도) 등이 판단 요소다. 이 요소들은 최종 파단을 위해 서로 경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각 요소들은 최종 판단에 앞서 비교형량된다.

'이재명 후보 욕설 파일' 보도해야 하나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국민의힘 '이재명 국민검증특위' 소속 장영하 변호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형과 형수에게 한 욕설 통화 녹음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단순 욕설뿐만 아니라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공개된 파일 상당수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고, 이 후보 욕설의 상대방이자 피해자 격인 이 후보 친형 측에서 제공한 자료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에게 통화를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이 후보 스스로 녹음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정황들도 나타난다.

장 변호사가 공개한 녹음파일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라는 직위를 어떻게 이용하려고 했는지, (민주당 측은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고 반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말은 마치 친형 강제입원 시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법원이 판단했다고 읽힐 수도 있지만, 법원은 이 후보가 강제입원 시도 절차에 관여한 건 맞는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다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 요건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나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의 차이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통력 직에 가까이 다가선 후보의 자질을 판단함에 있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도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이다. 후보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극히 사적인 개인 간의 통화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누구의 측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사적인 자리에선 '누구'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누구'에 대한 '측근'의 온전한 마음이나 판단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전체적인 상황이나 맥락이 제기된 상황에서의 발언이라면 더욱 그렇다. 장 변호사 공개한 녹음파일로 한정해 보면, 이 후보의 형이 이 후보를 자극하는 듯 한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매체라면, 사회의 공기를 자임하는 언론사라면 보도 판단에 있어서 추가될 요소가 있다고 본다. '품격'이다. 유튜버 등 1인 미디어가 득세하는 현실, 인터넷 클릭 숫자가 상업적 이익을 담보하는 현 세태에서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가 1인 미디어와 동급으로 취급되길 거부한다면 필요한 요소가 '품격'이 아닐까. 단순한 저널리즘을 넘어 좋은 저널리즘을 지향한다면 '품격'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보도 가치 판단은 보도 엄격해야 하고, 전달 방식이나 내용에서 있어서 왜 해당 보도를 하는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장영하 변호사가 공개한 파일을 보도하는 것에 부정적이지만, 해당 파일을 단초로 추가 취재를 해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보도 가치가 있다는 의견에는 일견 수긍할 면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녹취 파일을 단순히 방송하는 것에 그친다면 보도 가치, 공정 보도, 품격이라는 측면에서 함량 미달일 것이다.

MBC의 '김건희 녹취 보도'는 국민을 설득했나


(사진=연합뉴스)

같은 기준에서 볼 때, MBC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 보도는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검증 도구의 생성 및 취득 과정, 보도 방식에서 보인 품격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장영하 변호사의 공개 파일은 당사자성이 있는 통화 상대방이 공개를 한 것으로 보이는 데 비해, 김건희 씨 통화 녹취에 있어 MBC는 당사자성이 없다. 장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파일도 갖는 한계지만, 어떤 맥락과 환경에서 해당 발언이 나온 것인지 김건희 씨 녹취파일에 있어 MBC 역시 동일한 한계를 가진다.

더욱이 다른 유튜브 채널의 입장에 따르면, MBC에 녹음파일을 넘겨준 유튜브 측은 상대방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유도한 측면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임을 밝혔다고는 하지만, 공개된 통화 녹음 내용은 기자와 취재 상대방의 관계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넘겨주고, 강의도 해줬던 것 등을 미뤄볼 때 사적 관계에서 이뤄진 게 더 많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해당 통화가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통화 상대방은 인지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추정되기도 한다.

당연히 취재윤리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MBC가 이 녹음파일을 넘겨 받아 방송을 하기로 했다면 취재윤리 문제는 MBC의 책임으로 전가된다. 하지만, 지난 방송에서 MBC 측은 취재윤리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판단 내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해당 통화를 녹음한 기자라는 사람에게 취재윤리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질문하며, 마치 MBC 측은 취재윤리 문제에 관련이 없다는 듯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방송 이후 담당 기자는 라디오에 나와 "(서울의소리 측의) 취재 방식이 비윤리적으로 보실 수 있는 분들도 있다고 분명히 생각"하고, "저는 절대로 그렇게 취재하지 못할 텐데"라면서도 "보도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녹음파일을 넘겨준 측의 취재윤리에 대해서 방송을 하는 측이 분명한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방송을 했다는 의미다. 해당 기자는 보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로 "기자로서 본분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김건희 씨가 사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켰고 그걸 받아들이면서 그걸 이용해서 취재를 했다"는 말과 충돌한다. 여러모로 취재윤리 문제에 대한 분명한 판단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을 강행했다는 취지다.
 

취재윤리 문제를 넘어설 보도 필요성을 입증했나


취재윤리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보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취재윤리의 문제점을 압도할 정도의 내용이 있다면 법적 테두리보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될 수도 있다고 본다. 불법 도청으로 취득돼 제보된 정보라고 하더라도 해당 내용이 시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일이라면 보도 필요성은 있지 않을까. 물론, 이때도 이 필요성을 증명할 책임은 보도하는 측에 있다.

사기 전과자와 함께 사실상 함정 취재를 했던 '채널A 기자 사건', 대선 후보 배우자 논문 취재를 목적으로 신분을 숨겼던 '경찰 사칭 사건'에 이어 공교롭게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사안에서 또 취재윤리 논란이 불거진 만큼, 논란을 불식시킬 정도의 보도 필요성을 MBC 측이 증명할 것으로 기대했다. '채널A 기자 사건'에서 취재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MBC 아니었나.

하지만, MBC 측은 넘겨받은 통화 녹음파일을 단순 재생하는 수준에 그쳤다. 자신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하게 되었는지 입증하지 못 했다. 방송 내용 중 대선 후보 배우자의 대선캠프 관여 가능성, 언론관, 권력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기는 했지만, MBC는 해당 부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강행한 게 그 부분 때문이었는지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 했다. 같은 방송을 통한 후속 보도를 포기하며 증명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정치와 언론이 해결할 문제를 법원이 결정하면…


취재윤리 논란과 보도(내용)의 적절성과 별개로 보도와 표현의 자유에 대하는 정치권의 자세는 부적절하다. 무조건 막고 보자는 식의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 방송사 항의 방문을 한 국민의힘의 행태는 표현이 자유를 축소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사적 통화'임을 이유로 방송의 부당성을 주장해왔던 국민의힘이 역시 사적 통화인 이재명 후보의 욕설 통화 내용 보도를 요구하는 건 논리적 모순이다. '우리가 맞았으니, 너희도 맞으라'는 식의 주장은 스스로 정치의 설 자리를 좁히고, 시계를 과거로 돌리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부적절함에 있어서는 민주당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 후보에서 부정적 내용이 담긴 책에 대해 출판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던 민주당이 국민의힘 측의 법적 조치를 비판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욕설 파일과 관련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반복해 엄포를 놓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하고 있는 건 모순이다. 이쯤 되면 '국민의 알 권리'를 '국민이 알아야 할 권라'라는 국미의 주체적인 권리가 아니라, '국민이 알게 하고 싶은 권리'라는 식으로 국민을 객체로 만드는 권리로 선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아할 정도다.

방송 금지 가처분 등 정치권 움직임의 결과이자 반작용이지만, 언론사가 보도의 정당성을 법원 판결에서 찾고 있는 부분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법원도 보도의 공익성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보도의 정당성 및 필요성을 언급하는 건 편한 길이기는 하지만, 취재윤리의 문제, 보도 필요성에 대한 자체 판단을 법원에 의탁하는 것이기에 스스로의 공간을 좁히는 일이다. 정치와 언론의 영역, 자유로운 시민 사회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법원을 통해 결론짓게 되는 일이 반복되면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지도 모른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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