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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제희원 기자 입력 2022. 01. 21. 14:39 수정 2022. 01. 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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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40대 하청업체 노동자 A 씨가 중장비에 끼여 숨졌습니다.

사고 직전 A 씨는 동료 6명과 함께 스팀배관 보온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용광로에 원료를 실어 나르는 장입 차량에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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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에서 입사한 지 보름된 하청 노동자 숨져

어제(20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40대 하청업체 노동자 A 씨가 중장비에 끼여 숨졌습니다. (▷관련 기사 보러가기) 사고 직전 A 씨는 동료 6명과 함께 스팀배관 보온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용광로에 원료를 실어 나르는 장입 차량에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겁니다. 사고 직후 동료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을 거뒀습니다. A 씨는 입사한 지 갓 보름밖에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었습니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612730&plink=THUMB&cooper=SBSNEWSPROGRAM ]
 

입사 보름 됐는데…안전관리 업무 맡겨


사고 당시 작업 현장에는 A 씨를 포함해 7명이 함께 일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A 씨에게 숙련이 필요한 안전 관련 업무를 맡겼다는 겁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지난해 2월과 3월에도 협력업체 직원이 기계에 몸이 끼어 숨졌습니다. 잇따른 산재에 포스코는 원청과 하청업체에 안전관리 역할을 총괄하는 '안전지킴이'를 정하도록 했는데, 이번엔 안전관리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사고를 당한 겁니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약속이 무색할 정도로 포스코에선 중대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 역시 여러 번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에만 10명의 노동자가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중대재해법 시행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겁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여전한 죽음의 그림자


회사가 노력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주먹구구식 안전대책이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안전장치는 사람이 혹여 실수하더라도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게끔 하는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안전 설비가 있어도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안전지킴이', '2인 1조' 지침도 그렇습니다. 기업들의 안전대책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처벌만 피하고 볼일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의 소중한 목숨을 지키는데 최선의 방점이 찍혀야 하는 겁니다. 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현장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안전펜스를 설치해주고는 끝이에요. 일이 가능한 방향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발전소 내부가 위험하니 안전펜스를 설치해줘요. 그런데 안전펜스 안쪽으로 판 같은 게 떨어지면 우리가 들어가서 치우기는 해야 하거든요. 그럼 노동자가 들어갈 수 있게 안전펜스를 간편하게 조작하고 치울 수 있어야 하는데 완전히 막아버리니까 뜯어내고 다시 설치하는 식이에요. 일도 힘들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죠. 관리자한테 말하면 안전조치를 했다고 하니까 더 이상 따지기는 어렵고요. 여러 번 요구해도 생각해보겠다고 하니까 당장 해달라고 요구하기 어렵죠." /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B 씨

"일터에서 무사히 퇴근하는 게 꿈"


대부분 위험이 하청노동자에게 쏠린 구조 역시 근본적인 문제를 손보지 않으면 땜질식 안전 대책으로는 바뀌기 어렵습니다. 원청도 안전 책임을 지도록 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한 외주화 고리 속에선 안전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청에 위험 업무를 떠맡기면서 안전도 잘 챙기라고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청이 최대한 위험 업무의 외주화를 최소화하고 직접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겁니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이제 엿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법 시행 후 첫 번째 처벌을 피하려 기업들이 한껏 몸을 움츠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처벌보다 더 두려워해야할 건 하루하루 '살아서 퇴근'을 걱정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입니다.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당연해야합니다.

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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