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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두 번 쫓겨나다

박승화 기자 입력 2022. 01. 2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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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바쳐 수십 년 일한 직장에서 쫓겨난 해고노동자들이 법원 판결로 엄동설한의 거리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해고노동자의 호텔 안 농성이 이어지자, 세종호텔 운영사인 세종투자개발은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2011년 정규직 240명이던 세종호텔은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 구조조정을 겪은데다 이번 정리해고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더해 50여 명의 직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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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퀘어]서울 명동 세종호텔 정리해고 이어 직장폐쇄, 영하 13도의 천막농성 현장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이 2022년 1월6일 서울 중구 퇴계로 호텔 안에서 농성을 벌이느라 벗어놓은 도어맨 복장과 투쟁복이 옷걸이에 함께 걸려 있다. 2021년 11월 호텔 쪽이 정리해고를 발표하자, 해고자와 노동조합은 12월2일부터 호텔 로비 일부 공간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청춘을 바쳐 수십 년 일한 직장에서 쫓겨난 해고노동자들이 법원 판결로 엄동설한의 거리로 밀려났다. 세종호텔은 1966년 서울 명동 한복판에 문을 열어, 내국인은 물론 도심 투어를 하는 외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다. 코로나19로 손님의 발길이 줄어들자 호텔 쪽은 2021년 11월 노동자 15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세종호텔노동조합은 12월2일 호텔 로비 일부 공간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세종호텔은 12월9일부터 해고자의 출입을 막으려고 직장폐쇄를 했다. 다음날 12명을 해고했다.

그럼에도 해고노동자의 호텔 안 농성이 이어지자, 세종호텔 운영사인 세종투자개발은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2022년 1월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는 사 쪽의 요구를 전부 인용해 “점거행위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호텔 100m 안에서는 펼침막이나 팻말을 거는 행위도 금지했다. 노조가 ‘직장폐쇄 해제’를 신청한 가처분 사건은 기각했다.

해고노동자 12명 중엔 1993년 비서실로 입사해 경리과, 인사과, 룸메이드 등을 오가며 28년을 근무한 김란희씨도 있다. 대부분의 해고자가 20년 이상 일한 장기근속자다. 2011년 정규직 240명이던 세종호텔은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 구조조정을 겪은데다 이번 정리해고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더해 50여 명의 직원만 남았다. 세종호텔의 객실은 333개다.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조는 이 인원으론 객실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법원 판결에 따라 1월18일 호텔을 비우고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은 호텔 들머리에 비닐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간다.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3도였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민병준(왼쪽)씨와 이주형씨가 1월6일 호텔 들머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향해 ‘부당해고’를 알리는 팻말을 들고 섰다.
이주형씨가 호텔 로비 한쪽에 친 농성텐트에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이 농성 중 동료의 머리를 마사지하고 있다.
고진수(파란색 옷 입고 선 이) 세종호텔노조 지부장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직장 내 괴롭힘과 싸우는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 앞에서 연대사를 하고 있다. 세종호텔노조와 세브란스 청소노동자노조는 서로의 농성과 집회를 지지·응원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가 호텔 쪽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하자, 1월18일 해고노동자들이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이를 규탄하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호텔 안에서 밀려난 해고노동자들이 1월18일 저녁 호텔 밖에서 퇴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복직을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 비닐천막에서 교대로 밤샘농성을 이어간다.
해고자 김란희씨가 농성 48일차를 맞아 달력 날짜를 바꾸고 있다. 김씨는 28년 근무 끝에 해고됐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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