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김씨, 설날에 고향 갈 수 있을까? [데이:트]
여기에 선택지가 없거나 있어도 고향 가기 힘겨운 이들이 있습니다.
설날, 추석 때마다 "우리도 버스타고 기차타고 고향 가고 싶다"고 외치는 장애인들입니다. 특히 신체적 장애가 있는 분들은 매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외·고속 버스 도입을 요구하고 있어요. 앞선 기나긴 투쟁 끝에 2005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됐고 이후 15년이 흘렀지만 이들에게 '자유로운 이동권'은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죠.
김씨와 같은 장애인들은 2019년 10월에야 비로소 고속·시외버스를 탈 수 있게 됐어요. 서울-부산, 서울-전주, 서울-강릉, 서울-당진 등 시외·고속버스 4개 노선에 10대가 최초 도입됐는데, 지금은 1개 노선에 7대만 남은 거죠. 당진 외 지역은 대부분 기차로 갈 수 있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네요.
김씨가 탈 수 있는 당진행 고속버스. 일반 좌석 33개짜리 버스에 휠체어석은 단 2석. 이 버스를 타려면 최소 48시간 전에 예약해야 합니다. 김씨가 즉흥적으로 떠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거죠.
티켓을 끊었다면 남들보다 최소 30분 먼저승강장에 도착해야만 해요. 휠체어 사용자가 별도 승강장에서 타고 나서야 일반 승객들이 탑승하기 때문입니다. 출발 예정시간에 늦으면 비장애인 승객들의 항의를 받기 일쑤예요. 예약도, 출발도 남들보다 빠르게 해야 하는 것. 김씨가 고속버스를 타려면 지켜야 할 의무인 셈이죠.
김씨가 서울·경기도에 살았다면 상황이 어떨까요? 서울-경기 광역버스 176개 노선 2421대 중에 휠체어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는 없습니다. 그나마 서울 내에선 그 비율이 57%에 도달한 시내 저상버스를 기다려 타고, 지하철로 환승하거나 장애인 콜택시를 타야 하죠.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는 중증 장애인 150명당 1대 꼴. 이용하려면 타기 전 최소 2시간 전에는 불러야 합니다.
고속열차는 어떨까요. KTX 서울-강릉행 열차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열차에는 휠체어석이 있어요. 비장애인석 331석, 장애인석 5석(전체 좌석의 1.5%)입니다. 이 중 휠체어에서 내려 접어놓고 좌석에 앉아가는 자리는 3석인데, 이는 출발 20분 전까지 안 팔리면 일반 좌석으로 전환돼요. 무궁화호는 휠체어 장애인이 아예 탈 수 없는 열차도 다수죠.
버스와 마찬가지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 김씨는 비장애인 승객보다 30분~1시간 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사전에 도움 서비스도 신청해야 하고요. 역시 즉흥 여행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국도 대형운수회사는 2012년까지 고속버스 100%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의무 설치하도록 2000년에 법을 개정했어요. 영국은 2030년까지 모든 교통체계가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정원 22명 이상의 모든 버스는 휠체어 탑승 설비를 충족해야 하죠.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 20년째입니다. 2001년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를 탄 노부부가 지하철을 타러 가던 중 수직 리프트가 추락해 사망했어요. 이를 계기로 '장애인이동권연대'가 결성됐고 이동권을 위해 투쟁해왔죠. 크게 바뀌진 않았습니다. 2017년 신길역에서 또 한 명이 숨졌고 2022년 지금도 장애인들은 기습 시위를 준비합니다.
지난해 12월31일 교통약자법이 개정됐습니다. 시내·마을버스 교체 시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게끔요. 다만 이번에도 시외·고속버스는 제외됐어요. 시내버스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저상버스 도입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도 있고요. 또 법은 1년6개월의 유예기간도 뒀습니다. 장애인들은 오늘도, 내일도 외출을 포기하는데 법은 이들에게기다리라고만 합니다. 김씨는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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