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터널 뚫는 폭약, 무면허 외국인근로자 손에.."운에 맡긴다"
초유의 아파트 붕괴사고로 건설현장 안전관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고위험 작업이 많은 지하 터널공사 현장도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 단축을 위해 터널 골격으로 만든 콘크리트 양생(養生,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을 건너 뛰고, 폭약 설치 등 위험한 작업을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점보드릴은 터널 굴착에 사용하는 특수장비로 지반이나 암벽을 뚫어 장약공(다이너마이트를 넣어 폭약을 터뜨리는 구멍)을 만드는 데 쓰인다. 점보드릴을 다루려면 천공기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하는데 현재 인력 규모는 전국에 150~200명 수준에 불과하다.
터널 공사는 점보드릴 천공-장약(다이너마이트 삽입)-발파-버력처리-부석정리-숏크리트(콘크리트 타설·양생) 과정을 반복한다. 숏크리트 과정에서 적정 강도를 확보한 뒤 천공 작업을 해야 하지만, 공기 단축을 이유로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박씨는 "그동안 전국 터널공사 현장 20여 곳에서 일했는데 적정 양생 시간을 지키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며 "장약 위치 바로 옆에서 천공을 하거나, 숏크리트 후 바로 앞 구간 천공을 진행하는 등 공정 단계를 전혀 준수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터널 콘크리트 구조물이 적정 강도를 확보할 때까지 지반 하중을 견디는 버팀목인 '락볼트'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도 윗층 콘크리트 하중을 견디는 지지대인 '동바리'가 적정 강도를 확보하기 전에 제거된 영향이 컸는데 이와 비슷한 붕괴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적어도 화약 취급인이 동석해서 작업 지시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다 "며 "저숙련 외국인이 장약 작업을 하니 자주 불발되고, 터지지 않는 다이너마이트가 그대로 박힌 상황에서 주변에서 천공 작업을 한 경우도 많다. 언제 폭약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음 공정을 운에 맡긴 채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작업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중국인 근로자가 많은 아파트 공사와 달리 터널공사 현장에는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 인력 비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터널 공사 특성상 근로자 휴무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말부터 일요일은 공사현장 휴무가 의무화됐지만 터널공사는 연속 시공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고려해 예외로 분류됐다. 때문에 주52시간 근무는 남일이다. 박씨는 "점보드릴 작업은 근로자가 부족해 현장 대부분이 2인 1조, 12시간 2교대로 운용된다"며 "한번 공사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제대로 쉬는 날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전국에서 진행 중인 모든 터널공사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정부 차원에서 별도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공기가 다소 길어져도 콘트리트 양생 기준을 제대로 지키고, 장약 등 위험 작업을 비전문 인력에 맡겨 사고가 나면 강력한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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