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해서 이까짓 범죄쯤이야.." 중년 아저씨가 세상을 망친다 [씨네프레소]
*주의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19]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
좋은 부모가 꼭 좋은 사람인 건 아니다. 집에서 다정하고 자상한 인간도 밖에선 악인일 수 있다. 가정에선 선량한 아버지인데 사회에선 악독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가 이중인격이어서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어쩌면 그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외부에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사회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악질 상사, 민폐 이웃, 거래처의 갑질 직원은 좋은 부모가 숨겨둔 어두운 이면 같은 게 아닐 수 있다. 그의 입장에선 그 모든 것이 '완벽한 부모 역할'이란 말로 설명 가능한 것이다.
영화는 스파이더맨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해 나가는 고등학생 피터 파커(톰 홀랜드) 이야기다.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새로운 스파이더맨 슈트를 선물 받고, 처음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사고를 치던 그는, 차츰 사회에 필요한 영웅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추락하는 엘리베이터를 잡아 학생들을 구하고, 선박이 반으로 쪼개지는 상황에서 거미줄을 활용해 위기 상황을 극복한다.
사연 없는 악당은 없다고 했던가. 영화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던 아드리안 툼즈가 빌런인 벌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꽤나 균형 있게 다룬다. 용역 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외계 물질'을 수습하는 현장에 투입됐지만, 수습·재건 전문 조직 대미지컨트롤에 의해 쫓겨난다. 이 일을 위해 트럭을 샀고 인부들을 잔뜩 뽑았다는 그의 설명은 "미안하지만 방법이 없다"는 한마디에 묵살당한다. 그가 불법적인 방법으로라도 위험 물질을 훔쳐야겠다고 독기를 품게 되는 계기다. 가족들에겐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알린 채 밖에선 필요에 따라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딸바보, 아들바보가 때론 공동체에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게 딸바보의 본질이라고 할 때, 그 '무엇이든'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하느냐에 따라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스파이더맨: 홈 커밍'에서처럼 아내와 딸을 위해서라면 불법도 저지를 수 있는 딸바보는 두말할 것 없는 악이다.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이 모든 법과 도덕, 가치보다 우선하게 됐을 때, 딸바보는 더 이상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장르: 액션·어드벤처·판타지
감독: 존 와츠
출연: 톰 홀랜드, 마이클 키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젠데이아 콜먼
평점: 왓챠피디아(4.1/5.0),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92%), 팝콘지수(87%)
※2022년 1월 21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넷플릭스,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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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 지난 회차]
1회-그들은 자신이 적폐인지도 몰라요…'식스센스'
2회-"30년 살던 집이라니깐" 노인 대출 연장 거부 은행원이 겪은 고초…'드래그 미 투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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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낡은 집서 '몸테크'하다 엄마가 죽었다…'힐 하우스의 유령'
12회-"추락하는 주인공 보니 묘한 쾌감 들었다"…'아수라'
16회-'표' 된다니 '쇼'가 시작됐다, 혜성폭파 영웅 만들기…'돈 룩 업'
17회-"이상형 아내, 밥먹는 소리 거슬려 이혼 충동"…'팬텀 스레드'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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