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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족 한 끼에 60만원"..호텔 뷔페값 욕 먹으면서도 올리는 이유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입력 2022. 01. 22. 19:03 수정 2022. 01. 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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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팰리스 강남 호텔 내 위치한 뷔페업장 `콘스탄스`
"심리적 마지노선이 15만원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오르다니요."

"금액을 올리면 시간 제한을 없애든가요."

"상상초월 가격 인상폭인데 메뉴 변경조차 없네요."

"기껏해야 셀프 식당인데…."

올 초 호텔들의 뷔페 가격 인상 소식에 이 같은 푸념이 나왔습니다. 물론 "비싸면 안 사 먹으면 그만"이라는 쿨한 목소리부터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전반적인 물가 인상에 대한 개탄까지 반응이 아주 다양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올랐기에 그럴까요.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가격 인상 계획을 살펴본 결과 올 초 최대 30%가량을 인상한다고 합니다. 호텔 뷔페 한 끼에 15만원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동안 호텔들은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료 연평균 5% 안팎에서 뷔페값을 올려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한꺼번에 최대 20~30%를 올린다니 원성을 살 수 밖에요.

호텔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 서울의 뷔페식당 라세느는 오는 28일부터 성인 기준 평일 점심을 기존 10만5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28.57%나 인상합니다. 주말과 저녁은 12만9000원에서 15만원으로 16.28% 올립니다. 웨스틴조선호텔 '아리아'는 오는 29일부터 금요일과 주말 뷔페 가격을 13만5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7.41% 인상하고요.

서울신라호텔 더파크뷰는 다음달 3일부터 성인 기준 저녁 뷔페 가격을 12만90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20.16% 올리는데요. 평일 점심은 11만9000원에서 14만원으로, 주말과 공휴일 점심은 12만2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각각 올리기로 했습니다.

지속적인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호텔 측 입장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올해 유독 20~30%를 한꺼번에 올리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합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2.5%) 등을 반영했다고 보기에는 차이가 크고요. 통상 5% 안팎에서 인상했던 관행에서도 크게 벗어나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기가 어렵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뷔페를 비롯한 호텔 식음료 업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설 연휴가 낀 1월은 물론 밸런타인데이 등이 있는 2월 중순까지만 보더라도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의 뷔페업장은 예약이 꽉 찬 곳이 많습니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봤을 때 뷔페 수요가 훨씬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인상되는 것이겠지요.

업계 속사정이 있습니다. 현재 호텔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뷔페업장 면적당 받을 수 있는 인원에 제한 받습니다. 철저한 방역을 위해 테이블 수 역시 20~30%를 줄여 놓았습니다. 줄어든 테이블 수만큼 업장 실적을 채워야만 합니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니까요.

이 같은 매출에 대한 압박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 이 부분에 대해 호텔 관계자들에게 물으니 딱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비싸도 여전히 몰려드는 손님이 많아서일까요).

2~3부제로 운영되던 뷔페가 3~4부제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가격은 훨씬 비싸졌는데,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시간은 거꾸로 줄어든 셈입니다.

특급호텔 간 자존심 대결 일환으로 뷔페값이 치솟고 있다는 얘기 역시 나옵니다. 과거부터 서울 시내 호텔 중 3대 뷔페업장으로는 신라호텔, 롯데호텔, 조선호텔 업장이 꼽혔습니다. 당연히 가격도 가장 비쌌고요.

그러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JW메리어트 서울 호텔에서 뷔페 가짓수를 늘리고 품질을 업그레이드한 후 가격 인상을 단행해 한때 업계에서 가장 비싼 뷔페업장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에서 최상위 호텔로 야심 차게 선보인 조선팰리스 강남 호텔이 빙수부터 케이크는 물론 뷔페까지 호텔 업계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비쌀수록 더 고급스럽다는 이미지 마케팅이 잘 통해서일까요. 이에 질세라 빅3에서 뷔페 가격을 앞다퉈 올리고 있고, 다른 호텔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조선팰리스 강남에서는 최근 뷔페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8개월 만에 2월부터 20% 안팎으로 가격을 올리겠다는 안내문을 휴대전화 문자와 유선상으로 안내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고 말을 바꿨고 "그러나 상반기 중 인상은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가격 정책의 변경인지, 부정적 소비자 여론에 의한 철회인지, 단순한 해프닝인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어찌 됐든 이 인상 예고를 통해서라도 최고가 정책을 펼치는 호텔 이미지를 고수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는 것은 분명 '돈 값'을 했을 때입니다. 비싸도 줄 서는 손님들이 많으니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리는 배짱 영업을 할 때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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