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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드론 공격' 무관한 UAE 정상회담 '파투' 미스터리

윤경환 기자 입력 2022. 01. 22. 22:39 수정 2022. 01. 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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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아부다비 왕세제, 文대통령 정상회담 돌연 취소
새 비행기도 탔는데 외교결례 논란..전화통화만
"드론 테러 강력 규탄"..국민들 공습문제로 오해
왕세제 "예상했던 일"..임종석 "드론 공격 무관"
'4조' 천궁-Ⅱ 수출하고 사우디에는 '원전 세일즈'
정확한 이유 미궁..北도발 '찬물', 지지층은 결집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연합뉴스
[서울경제]

중동 3개국을 순방한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중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갖지 못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순방 기간 감행된 예멘의 반군 ‘후티’의 드론 공격은 정상회담 무산 사유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돼 궁금증을 키우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이 사안이 외교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해 일단 그 자세한 내막을 설명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UAE의 정상회담 취소에 북한 도발까지 겹치면서 문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 효과도 상당 부분 반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임기 마지막 순방을 마친 문 대통령은 당분간 북한 핵 문제 대응,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방역, 대선 기간 공직기강 확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두바이 엑스포 리더십관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부다비 왕세제, 文대통령 불러 놓고 정상회담 돌연 취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두바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17일 정상회담을 계획했으나 왕세제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석을 못하게 됐다”며 한·UAE 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됐다고 알렸다. 이 관계자는 “UAE 측에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해왔다”면서 “예기치 못한 불가피한 사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UAE가 청와대 측에 전해온 사유의 한 대목은 ‘뜻밖의 긴급한 상황’이었다. UAE 측은 정상회담 취소 사유가 코로나19와 연관이 있는지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16일 두바이 엑스포장에서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와 한 회담이 한·UAE 정상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며 논란을 무마하려 했다. 정상회담 취소 사실이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자세였다. 이 관계자는 “알막툼 총리와의 회담에 (UAE) 부총리급 3명을 포함해 주요 각료 17명 등 상당히 많은 각료가 함께했다”며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초 중동 순방 출발 전 문 대통령이 알 나하얀 왕세제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한 뒤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는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17일 아부다비 지속 가능성 주간 개막식, 자이드상 시상식에서 예정된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채 탄소 중립 실현의 중요성만 연설했다.

UAE 일정 중 가장 중요한 행사가 사라지면서 외교 성과에도 결국 흠집이 나게 됐다. 16일 문 대통령과 알막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Ⅱ’의 4조 원대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한·UAE 수소 협력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양국 수소경제 관련 기업인들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정상회담 무산 소식이 전해질 때즈음 행사장에 마련된 K팝 콘서트장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30여 분간 가수 싸이의 공연을 관람했다.

알막툼 총리는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지지해 달라는 문 대통령 요청에도 확답을 자제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엑스포 유치를 이미 공개적으로 지지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7일 ‘두바이 한국 우수상품전’에서는 동행한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해외 홍보가 이제 시작인데 국내에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는 느낌”이라며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18일 UAE를 떠나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산 엑스포 유치에 국민들이 먼저 마음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항속거리·순항속도가 증가되고 회의공간·편의성이 증대된 보잉747-8i 기종의 신형 공군 1호기를 처음 사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륙 직후 신형 공군 1호기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 “드론 테러 강력 규탄”···왕세제 “예상했던 일”

친여권 지자층은 정상회담 무산이 예멘 반군의 아부다비 드론 공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유추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7일 UAE의 수도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인근 석유 시설에서 무인기(드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이 발생해 연료 트럭 3대가 폭발하고 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두바이에 머문 문 대통령은 신변에 이상이 없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 역시 17일 알 나야한 왕세제와의 25분간 통화에서 드론 공격을 강렬하게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아부다비에 드론 공격이 있었다는 긴박하고 불행한 소식을 들었는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UAE를 비롯한 중동지역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특히 민간인을 공격하고 생명을 살상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테러행위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상회담 무산이 마치 드론 공격과 연관된 것처럼 생각할 수 있게 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왕세제는 “오늘 드론 공격은 예상되었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예기치 못한 불가피한 사유’ ‘뜻밖의 긴급한 상황’이라던 청와대 해명과는 상충하는 답변이었다. 왕세제는 “나에게 있어 제2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오신, 형제이자 친구인 문 대통령 목소리를 들어서 매우 행복하다”며 “이런 방법으로 대화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손밖에 있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직접 만나지 못해 안타깝고 아쉬움이 크다”며 “이번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왕세제님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알막툼 총리가 따뜻하게 환대해 줬다”며 “나와 대표단을 위해 기울여준 성의와 노력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도 서울경제에 문 대통령이 출국 전 이미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취소 사실이 공지된 것도 드론 공격이 감행되기 하루 전인 16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16일 알막툼 총리와의 회담은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당초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던 장소인 아부다비 지속 가능성 주간 개막식, 자이드상 시상식에도 17일 그대로 참석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임종석 “UAE 정상회담 불발, 드론 공습과 무관”

애초 이번 순방은 UAE 특임 외교특별보좌관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문 대통령 수행단으로 직접 참여하면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임 특보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7년 말 UAE로 급파돼 양국 간 비공개 군사협정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한 경험이 있다. 청와대는 12일 임 특보의 동행 사실을 알리면서 “UAE에 특사로 방문하는 등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임 특보 역시 17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UAE 정상회담 불발은 드론 공습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임 특보는 “내가 알기로는 (드론 공격과) 관련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UAE 사람들이 얘기하는 ‘예기치 못한 불가피한 사정’을 말 그대로 보고 상황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임 특보는 이어 “우리들이 충분히 이해했다는 것도 같이 감안을 해달라. 더 구체적으로는 외교관계상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양해해 달라”며 “왕세제와의 정상회담은 당연히 계획됐던 것으로 안다. 본인이 호스트인 지속가능성 행사를 치르면서 문 대통령 면담 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취소다, 패싱이다’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임 특보는 자신의 향후 적치적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으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임 특보의 이번 동행은 4월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설,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설 등과 맞물려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18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왕세제께서 직접 일정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 것 같다”며 드론은 언급하지 않았다. 박 수석은 “저희에게 그런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부탁하는 간곡한 그런 통보가 있었고 저희도 검토 결과 충분하게 양해했다”며 “나머지는 언론에서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절대 그런 것(언론의 해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앞서 16일에는 페이스북에서 “시급한 과제 해결을 위해 임기 말까지 동분서주하는 대통령의 외교를 외유로 폄훼하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예멘 후티 반군의 아부다비 공격은 우리 방문단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사전에 피습 징후를 공유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정상회담 취소가 우리 측 수행단의 코로나19 확진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러한 사실을 들은 바 없다”며 "UAE 아부다비 외곽 유류 저장시설과 공항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촉구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외교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심전심 같은 것이 있다”며 “국가안보나 자국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 결례 논란을 의식한 듯 “불쾌한 경우는 없다. UAE 측도 문 대통령이 출발하기 직전에 매우 정중한 언어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6일(현지시간) 두바이 엑스포 쥬빌리공원에서 열린 K-POP 콘서트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중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에서는 ‘원전 세일즈’···北 도발, 순방 효과에 찬물

문 대통령의 UAE 정상회담 무산 이유는 외교 문제를 고려해 정부가 당분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드론 습격과 무관한 모종의 사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한국과 경제 협력 규모가 큰 UAE 정상회담이 초반부터 무산되면서 중동 3개국 순방 효과는 상당 부분 반감됐다는 분석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한 문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공식회담에서 원전 시장 진출 바람을 드러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탈(脫)원전 기조를 유지하면서 외부 수출은 꾸준히 시도하겠다는 의지였다. 문 대통령은 18일 왕세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고 있고 UAE 바라카 원전사업을 상업운전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며 “사우디 원전사업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후티 반군의 나포 행위는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이자 역내 항행의 자유와 국제 무역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원전이나 방산 관련 새 계약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후 이집트로 이동해 20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곳에서는 지난 2010년 중단됐던 ‘한-GCC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K-9 자주포 수출 계약은 순방 기간 완전히 타결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이집트를 떠나면서 SNS에 “대한민국의 상승된 국격은 모두 국민 덕분”이라고 말했고, 임 특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아마도 대통령의 마지막 순방국은 이집트가 될 것”이라며 “4대 강국 중심의 우리 외교 관례로 보면 다음 정부에서 중동-아프리카와의 정상간 협력은 한참 뒤로 밀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북한의 도발이 문 대통령 부재 중에도 이어졌다는 점 또한 이번 순방의 특징이었다. 북한은 17일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의 ‘평화 외교’에 제대로 김을 빼는 요인이 됐다. 문 대통령은 18일 사우디아라바이 왕세자와 만나 종전선언을 비롯한 비핵화 노력을 설명했지만, 20일 이집트 일간지 ‘알 아흐람’과의 서면인터뷰에서는 “현 상황을 봤을 때 (한반도) 평화 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의 외교 행보는 일단 지지층 결집에는 호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21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18~20일 조사(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율은 41%로 3주 연속 40%대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 중 30%는 ‘외교·국제관계’를 긍정 평가 이유로 꼽았다. 이는 전주 대비 13%포인트 오른 수치다. 다만 문 대통령의 마지막 순방은 각종 조사에서 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에 힘을 보태는 데는 명백한 한계를 보였다. UAE 정상회담 무산, 북한 도발, 오미크론 확산 등이 겹친 상황에서 중도·보수층까지 품을 큰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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