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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해외입양 세계 7위에서 3위 반등

김준영 입력 2022. 01. 23. 01:01 수정 2022. 01. 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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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세계 7위였던 한국의 해외입양이 1년 만에 3위로 뛰어올랐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며 해외입양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국경이 봉쇄되며 인적 이동이 크게 제한을 받기도 했지만, 선진국에 이어 개발도상국까지 광범위하게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며 세계 최악의 저출산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해외입양이 오히려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국경봉쇄 와중에도 한국 해외입양은 오히려 증가

22일 ISS(international Social Service)의 IRC(international reference center)에 따르면 2019년 254명이던 한국의 해외입양은 이듬해인 2020년 266명으로 늘었습니다. 2012년 797명이던 한국의 해외입양은 최근 지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만, 코로나19 기간에 오히려 반등한 겁니다.

1924년 설립된 비정부기구(NGO)인 ISS는 가족으로부터 분리됐거나 분리될 위기에 놓인 아동, 입양이 필요하거나 입양된 아동의 권익 증진을 목표로 내세우며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를 비롯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CRC), 유니세프, 각국의 입양기관 등 이와 관련한 여러 국제기구 및 정부당국과 교류하며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실무적인 지원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요. IRC는 ISS가 각종 연구를 구체화하기 위해 1993년 사무국 차원의 조직으로, 내년 30주년을 맞이합니다.

ISS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제입양 규모 1위는 콜롬비아(387명)였고, 2위 우크라이나(277명)에 이어 3위 한국, 4위 인도(263명), 5위 중국(250명), 6위 아이티(209명)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순위표를 살펴보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주요 33개국의 국제입양 규모는 2019년 5650명에서 2020년 3276명으로 약 32% 감소했습니다.

국제입양 수령국 현황.    ISS 제공
2020년 기준 상위 10개국을 살펴보면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국제입양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독보적인 1위를 지키던 중국의 경우 1059명에서 250명으로 줄어들며 5위로 내려앉았습니다. 2012년 3998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1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셈입니다.

1위인 콜롬비아 또한 597명에서 387명으로 줄었습니다. 콜롬비아의 경우 2019년 901명에서 2015년 233명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어쨌든 압도적인 1위였던 중국의 감소 폭이 너무 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감소세가 진행 중인 탓에, 반등한 국가들의 사례가 특히 더 도드라지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국제입양이 줄어들면서 주요 16개국의 아동 수용 규모는 같은 기간 6316명에서 3656명으로 약 42% 감소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국제입양 주요 수용국가로는 1위 미국(1622명)에 이어 이탈리아(669명), 캐나다(416명), 프랑스(244명), 스페인(195명), 스웨덴(92명), 독일(81명), 네덜란드(70명), 벨기에(53명), 노르웨이(41명) 등이 보입니다. 모두 전년 대비 수용 규모가 감소했습니다.

◆헤이그협약 비준 나몰라라… 아이 책임지지 않는 나라

ISS는 통계 및 관련 보고서를 제시하며 국제입양이 증가한 국가 중 절반 이상이 헤이그국제입양협약에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한국은 1980년대 연간 국제입양 송출이 1만명에 육박하며 국제사회에서 ‘아동매매’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무분별한 국제입양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1993년 HCCH가 헤이그협약을 채택(1995년 발효)한 배경이었지요. 결국,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계속 거세지는 국제적인 비난을 감당하지 못했던 한국은 뒤늦게 ‘국내입양 활성화’로 정책을 선회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매년 수백명의 아동이 미국과 유럽 등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후 정부는 2013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당시에 “국제입양 아동의 안전과 인권을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국내외에 밝힌다”는 공표와 함께 헤이그협약에 서명하며 2년 내 비준을 약속했습니다. 이로부터 10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협약 비준은 감감 무소식입니다. 헤이그협약에 비준하기 위해서는 입양특례법뿐 아니라 민법과 아동복지법, 가족관계 등록법 등 입양절차 및 아동복지와 관련된 제도 전반을 국제수준에 맞추도록 끌어올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물론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비준 의지가 도대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입양 업무를 민간(입양기관)이 아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로 규정해 입양 절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핵심 기능을 맡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입양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과 국제입양법 제정안,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0월 발의한 바 있습니다.

국제입양 송출국 현황.    ISS 제공
해외에서는 현재에도 이러한 국제입양에 대해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동보호정책에 대한 국제컨설턴트인 나이젤 켄트웰 박사는 각종 수수료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페이투케어(Pay to Care) 방식에 대해 “아동 중심의 접근 방식이 아닌 성인(입양부모) 중심의 접근 방식”이라며 “입양절차에 합법적으로 막대한 돈이 투입될 경우 재정적 이익에 영향을 받거나 왜곡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해왔습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국제입양의 일시 중단(모라토리엄)을 촉구합니다. 국제입양 선도국에서 벗어나 위기가정을 지원하고, 국내입양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비한 절차 및 왜곡된 국제입양으로 인해 아동학대 등 비극적인 사례들이 잇따르자 해외에서는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입양 중단 조치에 나선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행해진 적이 없었습니다. 켄트웰 박사는 한국에서는 사실상 모든 국제입양 아동이 미혼모의 자녀인 현실을 지적하며 “여러 자원이 풍부한 국가인 한국이라면 국제입양 대상에 오르는 아이들이 어머니,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은 물론, 최소한 한국 내에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켄트웰 박사는 2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해외입양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개최하는 국제포럼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저출산 대책으로 국제입양 중단을 논하는 나라

국제포럼에는 덴마크의 선희 엥겔스토프 영화감독을 비롯한 여러 해외입양인이 참가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참여하는데요, 이렇게 해외입양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장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일 겁니다.

입양특례법이 처음 제정되던 2012년 무렵만 하더라도 정부와 입양기관,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는 부모들 등으로 인해 제대로 해외입양인의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기 힘들었습니다. 입양특례법이 제정되기 이전에야 더 말할 나위가 없었겠지요.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데에는 해외입양인, 특히 성인이 뿌리를 찾기 위해 모국을 방문하는 해외입양인이 급격히 증가하고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한 겁니다. 단순히 출생 정보를 내놓아라,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차원이 아니라 단체를 만들고,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활동 반경도 다양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 미비한 입양절차를 용인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고, 친자소송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해외입양인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 보통사람들과는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략적인 숫자만 생각해봐도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50년대부터 누적된 해외입양인 수는 약 17만명에 이릅니다. 정부의 공식 통계가 이 정도고요, 민간기구나 주한미군을 통해 잡힌 통계라던가 다른 여러 상황들을 종합하면 20만명을 훌쩍 넘긴다는 보고도 많습니다.

여기에 현재와 달리 대가족이 보편적이던 과거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해외입양인 1명의 문제가 한 가족의 문제임을 생각해보면 17만이라는 숫자에 과거의 평균 가족구성원 수만 단순히 곱해도 100만명이 쉽게 넘어가는 한국인이 관련된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친척이나 지인까지 굳이 확대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해외입양인 입장에서는 뿌리찾기가 최우선 목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모가 누구인지, 현재 핏줄이 살아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자체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 이면이라 할 수 있는 친부모, 혹은 친부모가 재혼을 통해 이룬 가정 및 그 가족 입장에서는 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상황부터 재산 상속 및 분할 등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문제가 이미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이지만, 어쨌든 정부는 제대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다뤄진다는 것도 정부인식이 대단히 미흡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단적인 예입니다. 그간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저출산이 이렇게 심각한데 무슨 해외입양이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 대기 순번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는 예비 양부모가 가장 대표적일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양기관 및 일부 정부 관계자는 ‘입양절차가 복잡해져서 그렇다’ 등 여러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입양 수치는 무엇이 본질적인 문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비판하는 입장에서야 저출산이 이지경인데 무슨 해외입양이냐고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저출산이 심각하니 해외입양 축소나 중단을 논의해보자”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저출산이기 때문에 해외입양을 중단해야 한다면, 과거에는 저출산이 아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해외입양이 가능했고 문제가 없었다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자기면죄부를 주는 논리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겁니다. 이러한 정부의 인식이 생업과 새 가정까지 미루며 모국을 방문했지만, 출생 정보조차 얻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는 해외입양인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될지 정부 관계자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정부가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 해외입양 문제에 대한 ‘폭탄돌리기’는 계속 이뤄졌고, 이번 정부 또한 다음 정부로 성공적으로 폭탄을 넘기게 될 것 같습니다. 하필 그 마지막 주자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것이 더 뼈가 아프지만 말입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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