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향신문]
청와대, 일본에 반격 해석도
주한 일본대사관이 독도 일출 그림이 상자에 그려진 문재인 대통령의 설 선물 수령을 거부해 외교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 대사관이 주재국 정상의 선물 수령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대사관이 선물 수령을 거부한 이유 못지 않게 청와대가 왜 일본대사관에 독도 그림이 그려진 선물을 보냈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8일 주한 외교 사절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응에 헌신하는 의료진, 사회적 배려계층 등에게 김포의 문배주, 전남 광양의 매실액, 경북 문경의 오미자청, 충남 부여의 밤 등 각 지역 특산물을 설 선물로 보냈다. 그러나 주한 일본대사관은 선물 상자에 독도 일출 모습이 그려진 것에 항의하면서 문 대통령의 설 선물을 받지 않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선물을 받은 한국 주재 일본 언론들도 떨떠름한 표정이다.
이 문제로 파장이 일자 청와대는 “현재로서는 입장이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외교부는 이 문제로 일본대사관이 항의한 것에 대해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라는 정부의 독도 관련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내에서는 일본에게 이 선물을 보냄으로써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강조하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라며 청와대를 옹호하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분명한 사실과 별개로, 청와대가 독도 그림이 그려진 대통령의 선물을 일본 정부를 대표하는 주한 일본대사관에 보낸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사절과 국내 인사들에게 모두 전달한 선물이기 때문에 일본만을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대사관 측이 이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에게 청와대가 반격을 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반발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일이 오히려 일본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분쟁은 없다’는 공식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일본은 독도가 한·일 간 영토분쟁 지역이라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널리 인식시키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이후 일본 측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빌미로 삼아 사전에 예정됐던 공동 기자회견을 보이콧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청와대의 설 선물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롤 도와준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이 시비를 걸어도 한국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사실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불변”이라며 “청와대가 먼저 독도 분쟁지역화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대단히 현명치 못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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