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속수무책 야생동물 감전사에 관심을

KBS 2022. 1. 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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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기가 보급되면서 인류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더 편해졌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곳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심지어 야생보호구역에까지 송전 설비가 들어서고 있는데요.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풀밭에 미동 없이 누워있는 황새 한 마리.

폴란드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무려 7천 km를 날아왔지만 안타깝게도 죽은 것입니다.

사인은 감전사.

겨울만 되면 유럽에서 아프리카 등 열대 지방으로 철새들이 대규모로 이동을 하는데요.

최근 몇 년 새 이들이 이동하고 머무는 보호구역에까지 송전 설비가 들어서면서 비극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에리키 미소이/동물보호 활동가 : "죽은 황새는 박재 시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관리할 겁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미래 교육을 위해서요."]

케냐 서북부의 자연보호구역에서는 야생동물의 또 다른 감전사가 보고됐습니다.

2019년부터 2년간 최소 11마리의 기린이 감전사했다는 것.

보호구역에 송전설비가 갖춰진 2019년 이후부터, 기린이 전깃줄에 걸려 죽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맹금류들도 피해를 보고 있지만 특히 기린처럼 키가 큰 동물들이 더 위험한 상황인데요.

환경운동가들은 주요 개발 프로젝트들이 환경영향 평가 없이 진행된다며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미 코스타리카에서는 도시로 내려온 고함원숭이들의 감전사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고압 전깃줄을 타고 이동하는 위태로운 원숭이들의 모습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심지어 새끼를 업고 오가는 어미도 있습니다.

숲속 마을까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이들이 사는 야생동물보호구역에 전봇대가 설치됐기 때문입니다.

택지 개발 등을 위해 원숭이들이 타고 오갈 수 있는 나무가 베어지면서, 전신주와 전깃줄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겁니다.

감전된 원숭이들의 80%는 목숨을 잃고, 20%는 장애를 얻게 되는데요.

[비키 코안/야생동물보호기관 설립자 : "전깃줄을 타는 건 고함원숭이들의 생활습관입니다. 그로 인해 불태워 죽고, 손이 타고 몸이 녹고 있다는 건 끔찍한 비극입니다."]

감전사 피해는 이제 원숭이 생태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 자연보전연맹은 코스타리카 고함원숭이를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했는데요,

시민단체는 주민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도 원숭이 보호를 위해서도, 감전사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당장 구조센터부터 필요한 상황인데요.

[페트리샤 스테르만/시민단체 : "때때로 아기를 안은 채 어미가 감전사합니다. 엄마는 죽었어도 아기는 사는 경우가 있는데, 구조센터가 찾아서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력회사는 부동산이 개발된 이상, 야생동물보호구역을 통과해서라도 전력 공급을 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습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야생 보호구역까지 침범해 전기를 공급하면서, 애꿎은 동물들만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인간들에게 항변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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