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아이파크 철거는.. "다이아몬드 절단기로 두부모처럼 자를듯"

고성민 기자 2022. 1. 24. 1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는 철거도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조물이 안전하지 않은 데다, 국내에서 이 정도 초고층 빌딩을 철거한 사례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1994년 11월 20일 발파공법으로 폭파해체되고 있는 남산외인아파트의 모습. /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는 철거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건축물을 철거하는 공법은 폭약을 이용하는 발파공법과 중장비를 이용한 기계식 공법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발파공법은 기둥, 보, 벽과 같이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물을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해 파괴시켜 건물을 주저앉히는 방식이다. 폭약으로 지지물을 없애 건물이 중력에 의해 스스로 붕괴하도록 한다. 1994년 남산외인아파트(17층)와 여의도 라이프빌딩(17층), 2011년 인천 루원시티 상아아파트(15층), 2018년 한국가스공사 분당사옥(8층) 등이 발파공법으로 철거됐다.

발파공법은 소음, 진동과 같은 공해가 크지만 철거 시간이 적게 소요돼 경제적이다. 그런데 화정아이파크는 최고 39층의 초고층 건물로, 발파공법으로 해체된 국내 여러 건물 사례들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다. 인근 건물에 큰 진동을 주며 예기치 못한 피해를 야기하거나 자칫 옆으로 기울면서 쓰러지면 추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화정아이파크1단지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이마트와 각각 도로를 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입지다. 화정아이파크2단지에서 반경 100m 거리엔 도나우프리아파트, 해광샹그릴라센트럴337아파트, 유탑유블레스 오피스텔 등이 있다.

인천 상아아파트를 발파공법으로 철거한 경험이 있는 김효진 LH토지주택연구원 건설기술연구실 실장은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빌딩도 비행기가 들이받은 구간에 화재가 발생하며 고열로 철골이 녹아 수직 붕괴한 일종의 발파공법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건물이 제대로 설계됐으면 발파공법으로 초고층 빌딩을 수직 붕괴시키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중력으로 무너뜨리는 원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그러나 “화정아이파크는 공사 도중 붕괴할 정도라면 구조안전성이 담보돼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구조안전성이 불안한 초고층건물을 발파공법으로 철거하긴 쉽지 않을테고, 붕괴될 때 진동이 주변 다른 아파트들에 미칠 영향도 면밀하게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 전문 국내 한 중소건설사 대표도 “발파공법이 가장 빠르게 해체할 방법이지만, 화정아이파크는 주변이 주거지라 발파공법 적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2019년 8월 크러셔 공법으로 철거가 진행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모습. /조선DB

화정아이파크는 결국 중장비를 이용한 기계식 공법으로 철거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기계식 공법은 ▲집게 모양의 유압기로 하나씩 쪼아 눌러 부수는 크러셔(압쇄기) 공법 ▲두부 모를 자르듯 건물을 하나씩 잘라낸 뒤 들어서 내려놓는 절단공법(커팅) 등으로 나뉜다.

크러셔 공법은 초고층 건물 철거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크레인이 건물 옥상에 압쇄기 장비를 운반하고, 압쇄기가 옥상부터 한 층씩 내려오며 철거하는 공법이다. 서울 여의도 옛 전경련회관(20층),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15층) 등 다수 건물이 크러셔 공법으로 철거됐다. 그러나 화정아이파크는 외벽이 붕괴할 만큼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져, 압쇄기 장비가 옥상에서 철거작업을 할 때 하중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실장은 “장비를 옥상으로 올려 최고층부터 해체하는 방법인데, 이 공법 역시 건물의 구조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면서 “화정아이파크는 건물이 압쇄기 장비의 하중을 버티지 못해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국내 한 건설현장에서 다이아몬드 와이어쏘 공법으로 교량이 해체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즉 화정아이파크 철거에는 절단 공법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와이어인 ‘다이아몬드 와이어쏘(Diamond Wire Saw)’ 등 여러 절단기를 이용해 구조물을 두부 모를 잘라내듯 철거하는 방식이다. 정교한 절단이 가능하지만, 철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 아현고가도로, 서울 서대문구 유진상가(4~5층) 등이 다이아몬드 와이어쏘 공법으로 철거됐다.

김 실장은 “절단하며 철거하는 시간이 꽤 걸릴 테지만, 최소한 붕괴가 발생한 구간(24층 이상)은 다이아몬드 와이어쏘 등 절단공법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철거 전문 국내 한 중소건설사 대표도 “무너진 층은 추가 붕괴 우려가 있는 만큼 장비를 올리는 게 위험할 것 같다”면서 “최소한 무너진 층은 다이아몬드 와이어쏘 공법으로 절단하고, 1~23층은 구조안전성 검토를 거쳐 크러셔 공법으로 철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