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아파트 붕괴' '먹튀' '멸공' 리스크에 주주권 행사해야"

참여연대 등 주주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현산·카카오·이마트 이사회, 선관주의의무 위반
회사가치 훼손돼..개선 없으면 연금 손실 불가피
국민연금, 문제 이사 해임·재발방지책 등 요구해야"

24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앞에서 열린 '현대산업개발-카카오-이마트 정기주총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카카오, 이마트 등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들의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해 회사 및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국민연금공단이 대주주로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 나왔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현산·카카오·이마트 등에 전문경영인 공익이사를 추천하고, 문제 이사 해임 및 재발 방지 시스템 마련 등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의 근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역할이 상대적으로 형식상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에 최근 이사들의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으로 인해 회사가치가 추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최근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해 회사 및 주주가치를 훼손한 회사의 대표적인 예로 현산과 카카오, 이마트를 들었다. 이들은 “현산은 최근 부실공사로 많은 사상자를 냈고, 카카오·카카오페이는 무분별한 물적 분할과 임원들의 ‘먹튀 매각’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산은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시공사이며, 카카오페이에선 지난해 12월 경영진 8명이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자사 주식을 상장 한 달여만에 대규모 매각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정 부회장은 ‘멸공’ 발언으로 정치권 논쟁까지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단체들은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선 적은 지분만 갖고 있는 대주주가 회사 경영을 자의적으로 좌지우지하는 현재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가 책임 있는 경영의 주체로서 나서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향해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했으나, 현산·카카오·이마트의 주주이자 국민 노후 대비자금의 집사로서 책임 있는 활동은 전무했다”면서 “국민연금이 투자한 이들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락한 회사가치 회복은 요원할 것이며 연금의 손실도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단체들은 국민연금에 “자회사 상장 시 다수 주주의 동의가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으로 주주제안을 진행하고, 국민 노후자금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회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현산에 대해선 ‘산업안전 및 건설품질 관리 전문가 공익이사 선임’과 ‘붕괴 사고와 연루된 문제 이사 해임요구’ 등의 주주제안이, 카카오에 대해선 ‘문제 임원에 대한 해임안 제출’ 및 ‘스톡옵션의 사용기한 제한을 위한 정관변경’ 등의 주주제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마트에 대해선 ‘이마트 이사회에 상근·미등기임원인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요구’와 ‘경영전문이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에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