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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빈의 빈공약] '공정' 교육 외치는 후보들, 수시는 나쁘고 정시는 좋다?

최예빈 입력 2022. 01. 24. 15:54 수정 2022. 01. 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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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여야 후보들의 교육공약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공약보다는 후보의 과거 흔적, 그에 대한 공세가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대선은 시대정신을 재점검하는 공론의 장으로 통하지만 치열한 정치적 공방 속에 막상 공약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최예빈의 빈 공약' 시리즈는 묻혀버린 대선 주자들의 공약들을 주제별로 파헤친다. 빈(空) 공약일 수도, 어쩌면 빛나는 빈(彬) 공약일 수도 있다.

여당에 큰 부담을 준 ‘조국 사태'는 입시과 관련된 사안이다. 그래서일까. 대선 후보들은 교육 공약을 다룰 때 '공정'이란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다만 공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이 유권자들의 분노에 부응하는 교육 공약을 만드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 킬러문항 출제 금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교육 대전환위원회 주최로 8대 교육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의 교육 공약을 설계한 교육 대전환위원회에는 진보 인사들이 전문가로 대거 참여했다. 특히 전교조 교사 출신 7명이 주요 자리에 임명됐는데 이들은 자사고 반대운동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입시의 공정성을 대폭 강화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이 후보는 "수능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 출제를 없애겠다"며 "수능 문항을 고교 교육과정 범위에서 출제할 수 있도록 출제와 검토과정에 교사 참여의 폭을 확대하고, 대학생이 수능 문항 검토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라고도 말했다. 또 현 정부의 '정시 40% 룰'을 유지하면서 수시전형 선발 인원이 지나치게 높은 대학의 수시 비율을 낮추게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시전형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독립적 위원회인 '대입 공정성 위원회'를 새로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각 대학 수시전형의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선발 결과를 분석해 학생과 학부모에 정보를 제공하며 수시전형의 입시 부정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입학 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공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8대 공약 가운데 하루는 학교 밖에서지역사회가 배움의 현장이 되는 '행복한 지요일(지역학습일)'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전 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공부한 역사·지리, 금융·경제, 노동·인권, 생태·환경과 같은 교과서 지식이 어떻게 삶에 적용되고 사회를 떠받치는지 생생한 현장체험으로 살아있는 교육을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정시확대·수시간소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아직 공식적으로 교육 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지만 공정이란 기치를 내걸면서 경선 때부터 정시 확대, 수시 간소화 등을 외쳐왔다. 윤 후보 측에서 교육 정책을 개발한 전문가들은 이 후보 측 전문가들과 대척점에 서있다. 윤석열 선대위 교육정책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승일 서울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 차관을 역임했고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한 바 있다. 중동고 교장 출신으로 자사고 지정 취소에 반발해 소송을 주도해온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도 윤 후보 측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 후보는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현 정부가 정시 비중을 40%로 늘리겠다는 것 이상으로 늘릴지 등 정확한 숫자를 제시한 바 없다. 다만 입시 비리에 대한 엄격한 처벌은 확실히 했다. 우선 입시 비리 신고센터 운영하는 일명 '암행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입시 비리와 관련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제안했는데 입시 비리가 확인되는 대학에는 대학 정원축소와 관련자 파면 등 벌칙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연수구에서 열린 '새얼아침대화 강연' 자리에서 윤 후보는 "지금 산업 구조가 엄청 변했는데 '6-3-3'의 학제가 과연 맞는 것인가"라며 "과거 2차 산업혁명 시절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은 아니라 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5년 동안은 향후 50~100년을 대비한 대대적 교육 개혁의 청사진을 반드시 만들고 퇴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학제 개편 방향은 밝히지 않았다.


수시전형 폐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폴리버스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시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수능과 내신으로 평가하는 정시전형으로 전환해 정시전형은 일반전형 80%와 특별전형 20%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시 일반전형은 수능 100%만으로 평가하는 전형과 수능과 내신을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특별전형은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전형 10%와 특기자 전형 10%로 구성한다. 또 수험생들의 기회 보장을 위해 7월과 10월 등 연 2회 수능시험을 시행해 둘 중 좋은 점수를 전형에 반영하기로 했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내신 평가와 특별전형 과정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하게 감독해서 반칙과 특권, 어떤 비리도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조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입시 비리를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불공정 논란을 초래한 의학전문대학원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화운동유공자 자녀 특별전형도 폐지하기로 했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왔던 변호사 자격시험 도입도 공약했다.


정시=공정, 맞나?

교육 전문가들은 대선후보들이 정시는 공정하고 수시는 불공정하다는 프레임에 갇혀 공정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단지 조 전 장관 사태로 촉발된 불만을 잠재우기 급급한 공약이란 설명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입시 결과가 실력에 비례하는 비례성으로 공정을 정의하기도 고소득층 자녀들이 명문대를 독점하면 안 된다고 보는 형평성으로 공정을 정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비례성 측면에서 일률적으로 시험을 보는 정시가 제일 공정하다.

그러나 정시가 통계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 비해서 고소득층, 수도권 비율이 높은데 형평성 의미에선 정시가 불공정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람들이 수시가 불공정하다고 얘기하게 된 데에는 비례성, 형평성과 다른 차원"이라며 "학종에서 '부모 찬스' 같은 반칙이 많았기 때문인데 유권자들이 형평성보다 비례성을 선호한다고 해석하기 보단 반칙 행태에 대한 반감이 결합된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입시 정책이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 입시 정책을 그대로 이어 받아 하나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며 "입시를 공정하게 하겠다는 건 공허한 구호일 뿐이고 실제로 뭐 어떻게 하겠다는 건 다음 정권으로 넘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제개편에 대해선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가 들고나왔지만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다. 이범 평론가는 "한국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인 사교육이라든가 주입식 교육이 6-3-3-제나 3월 학기제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이미 한국교육개발원의 자체 연구 결과 학제 개편은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고 들인 노력에 비해 실익 없는 걸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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