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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쏟아 7년만에 꿈 이루고..'직업적 자살' 택한 파일럿 왜

추인영 입력 2022. 01. 24. 16:12 수정 2022. 01. 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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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스미스는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이루고도 환경운동가로 나섰다.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버크셔에 사는 토드 스미스(32)는 어릴 때 영국 공군 특수비행팀 ‘레드 애로우즈’ 에어쇼를 본 이후 항상 비행기 조종사를 꿈꿨다. 오랜 노력 끝에 20대 후반에야 그는 꿈을 이뤘다. 5년간 10만 파운드(약 1억6000만원)를 들여 비행 훈련을 하고 2년간 비행 강사로 경력을 쌓은 끝에 거둔 결실이었다.


조종사에서 환경운동가로


스미스는 그러나 이제 더이상 비행을 하지 않는다. 2019년 그가 몸담고 있던 세계 최초이자 영국 최대 여행사 토마스 쿡이 파산하면서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꾼 건 그전까지 애써 무시해왔던 기후변화에 따른 불안과 위기감이었다. 그는 21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환경보호단체인) ‘멸종 반란’에서 활동하고 싶었지만 그건 직업적으로 자살 행위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 “생각의 점들을 연결하기 시작했고 불편한 갈등 상황에 맞닥뜨렸다”고 말했다.
토드 스미스는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이루고도 환경운동가로 나섰다. [인스타그램 캡처]
토드 스미스는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이루고도 환경운동가로 나섰다. [인스타그램 캡처]
비행을 그만둔다는 건 당연히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그는 “(학비 등으로) 갚아야 할 부채가 많았고 조종사로 일하면서 빚을 갚는 게 훨씬 쉬웠다”고 했다. “여전히 (조종사로서) 괜찮은 급여를 받으면서 이국적인 곳을 방문하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환경운동가의 길을 택했다. 기후위기에 나서는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모임인 세이프랜딩을 공동 창업했고 ‘멸종 반란’의 대변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종종 옛 파일럿 유니폼을 입고 환경 운동을 하는 그는 “이 일은 내가 선택해서가 아닌 절박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생태 위기로 인류가 가장 큰 실존적 위협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내 개인적인 필요를 우선하겠냐”면서다. 그러면서 “행동에 나서자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불안한 감정은 해소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BBC가 21일 탄소배출을 막기 위해 직업까지 바꾸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기후변화의 '용사'들을 소개했다.


낙농업에서 채식 비영리단체로


사실 항공업보다 더한 탄소배출 주범은 낙농업이다. 유엔에 따르면, 낙농업의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년 약 17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 배출량(약 9억t)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레이첼 보우컷은 지난해 채식 관련 비영리단체인 ‘비건 소사이어티’에 합류하기 전 영국 낙농가 왕립협회의 운영 매니저로 일했다. 천적이나 다름없는 조직으로 이동한 셈이다.
낙농업계에서 일하던 레이첼 보우컷은 채식을 시작하면서 직장을 옮겼다. [페이스북 캡처]

두 아이의 엄마인 보우컷은 한 컨퍼런스에서 어미소에게서 송아지를 빼앗을 최적의 시간을 논하는 낙농업계의 관행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다 “채식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라는 내용의 옥스퍼드 대학 보고서를 읽은 후 채식을 시작했다. 보우컷은 “환경적으로나 동물의 복지에서나 모든 것이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직장에서 더는 일할 수 없었다”고 했다. 원하던 채식 관련 일을 하게 된 그는 “이전보다 일을 훨씬 자신 있게 하고 있다”며 “내가 (옳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홍보하기도 쉽고 직장을 옮긴 덕을 확실히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 업종서 풍력으로 옮겨


네이더 벨타지(33) 역시 환경문제 때문에 직장을 옮겼다. 덴마크의 석유 가스 업계에서 10년간 일했던 벨타지는 현재 재생에너지 기업 RWE에서 영국의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는 실제 태양에너지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관련 업계에 취직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제는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고 석유와 가스는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며 “정부가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재생에너지에 기여할 수 있어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세계 3대 환경보호단체인 ‘지구의 벗’의 운동가 데니스 페르난도는 저탄소 산업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페르난도는 “녹색경제는 수백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정보와 기술 교육을 해 녹색 및 저탄소 일자리 전환을 장려하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큰 의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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