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공수처, 여운국 차장도 조회했다" 무차별 통신사찰 자충수? [장세정의 직격인터뷰]

장세정 입력 2022. 01. 25. 00:34 수정 2022. 01. 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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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
문 정부,일선 검사까지 진영 편갈라 공정성 훼손
위헌적 공수처, 지금 상태대로라면 폐지해야
학계까지 무차별 사찰, 기본권 보호 선 넘어
수사권조정후 사건처리 8.6일 지연,국민 고통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적 통제 방기도 문제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9일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립 작업을 주도해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첨예한 진영 갈등을 일으키면서 검찰개혁을 몰아붙였고 검찰개혁을 내세워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다. 그 수단으로 신설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 지 지난 21일로 만 1년이 지났다.

공수처는 민간인 통신 사찰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검찰은 직접수사권이 위축돼 인지 수사의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찰은 능력보다 과도한 권한을 넘겨받아 '경찰공화국'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로 출범한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수사가 많이 지연되는 바람에 국민이 고통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웅석(61)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서경대 사회과학대학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검찰개혁 논의에 22년간 직간접 참여하고 연구해온 대표적 전문가다. 지난해 3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과 제도의 이해』를 출간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수처 출범 1주년을 계기로 정 회장을 인터뷰했다. 광주동신고를 졸업한 그는 연세대 법대 재학 중 학생운동을 하다 1학년 때 전두환 정권의 '녹화사업'에 강제징집된 운동권 출신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 우상호 의원과 81학번 동기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서경대 사회과학대학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공수처 차장과 인사위원도 통신 조회당해"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공수처의 통신 사찰에 사과도 없이 "세계가 인정하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갔다"고 자평했다.
"검·경은 통신 조회를 하더라도 선별적으로 특정 범죄와 관련된 것만 한다. 그런데 공수처는 언론인이나 정치인은 물론이고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까지 일방적·전면적으로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 심지어 공수처 인사위원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까지 조회당했다고 들었다. 우리 형소법학회 회원 25명도 조회당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무차별적 조회는 수사의 비례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과거 어떤 정권에서도 학문과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의 최후 보루이자 금기로 여겨 지켜줬는데, 이번엔 학계에 대한 무차별 조회로 위험선을 넘었다. 적어도 조회당한 국민이라면 대통령의 말씀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공수처 1년을 총평하면.
"고위 공직자의 직무 범죄와 부패 처단이 설립 목적인데 직접 인지 사건 수사는 한 건도 없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이 4건인 것을 비롯해 검사와 관련된 사건이 유달리 많았고,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부분이 많았다. 집권 세력에 대한 기계적 균형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사의 전문성에 의문이 든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이 뭘까.
"태생적 한계가 있다.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청'으로 만들었다면 인재들이 응모했을 텐데 공수처장 임명 단계부터 집권 여당의 입김이 들어가게 한 것이 문제다.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니 공수처 검사들은 친정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집권층에 대한 부패를 제대로 수사하려면 야당 추천 공수처장을 선임해야 한다."

김진욱(왼쪽)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2021년 12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중앙포토]

수사 종료시 통신조회 사실 통보해야
-통신 사찰은 직권남용 범죄 아닌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4항을 보면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등을 따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진욱 공수처장은 소상히 밝혀야 한다. 경찰도 공수처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수사의 비밀성을 고려하되 통신사와 수사기관은 수사 종결과 동시에 일정 기간 내에는 통신 사실을 조회했다는 점을 반드시 통보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통신 자료 조회 때 사용한 개인정보도 반드시 폐기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쥔 '괴물 공수처'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사실 공수처는 헌법에 근거가 없어 태생적으로 위헌적 기관이다. 공수처의 기소권이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공수처는 수사 전담 기구로 가고, 기소 단계는 검사의 사법적 통제를 받는 게 맞는 방향이다. 지금 상태를 유지한다면 공수처 설립 취지에 맞지 않으니 폐지가 맞다. 대안으로 독일 중점검찰청과 프랑스 금융검찰청처럼 검찰청 내부에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 기구를 만들어 특별수사가 필요하면 맡기는 방법이 있다. 영미법계로 간다면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처럼 법무부 산하에 특별수사청을 둘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이 더는 국민 위에서 군림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권력기관 개혁이 제도화됐다"고 했다.
"동의하기 어렵다. 검찰과 경찰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 입장에서 검찰이 문제 됐던 것은 특수부가 해온 인지 사건(검찰 취급 사건의 2~3%) 처리 과정에서 검찰권의 남용 때문이었다. 그런데 검찰개혁을 한다면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6대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사법적 통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경찰이 검찰에 보내는 대부분 사건(전체의 97~98%)의 수사 종결권을 경찰에 넘기는 바람에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사실상 포기하고 방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화상으로 열린 '2022년 신년 인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소사건 접수도 제대로 안 돼 불편
-구체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생겼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건에서 지금 국민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고소사건 접수가 제대로 안 된다. 둘째, 고소사건의 경우 수사 종결까지 평균 8.6일이 더 걸렸다. 셋째,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불송치하면 그 이유를 자세히 적어줘야 하는데 경찰은 '혐의없음' '이유없음' 등으로 너무 간단히 적는다. 과거엔 검찰이 불기소 사유를 자세히 적어줘 변호사가 항고 등 이의제기를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사건 처리가 더 늦어지는 이유는.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있을 때는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사는 넘겨받은 사건을 형사사법통합시스템(KICS)에 등록했고 3개월이 지나도 처리 못 하면 미제사건으로 분류돼 인사에 불이익이 생기니 최대한 신속히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개정된 형소법(197조의 2)에 따라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그 사건은 KICS에서 지워져 더는 그 검사의 사건이 아니다. 문제는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더라도 제재 규정이 없다 보니 처리 기간제한이 없어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구조다. 말하자면 사건 처리의 책임 주체가 실종돼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니 장기간 방치된다."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을 표방하지 않았나.
"국민의 인권을 고려했다기보다는 권력 입장에서 유불리를 따져 검·경 수사권을 개편한 것 같다. 2018년 6월 당시 조국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현 총리)이 3자 합의문을 만들어 그 테두리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했다. 형소법 학자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이냐고 반문하며 박한 점수를 준다. 검찰개혁에 국민을 위한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다. 제도적인 불합리를 감수하더라도 미운 검찰을 손봐주려고 집착하다 보니 검찰개혁이 지금 같은 모양이 된 것 같다. 형소법은 국가형벌권인데 신속하게 적절하게 행사돼야 한다. 보완수사 요구를 경찰이 따르도록 강제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는 일이 줄어서 6시 칼퇴근하고 경찰은 일이 늘어 과로사한다'는 우스개가 법조계에 나돌고 있는 이유다. 그동안 검사 2800명 통제가 우려됐다면 앞으로는 경찰대 출신을 비롯해 권력이 비대해진 12만 경찰 권력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큰 숙제로 떠올랐다."

2018년 6월 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권말 부정부패 사건 수사 없어 이상
-검찰의 정치적 편향 시비는 여전하다.
"과거 정부는 검사장 인사까지는 몰라도 그 아래 차장·부장 검사까지는 자기편으로 채우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수사의 효율성·통일성·공정성을 고려해서 그랬는지 일선 검사를 편 가르지는 않았는데, 문 정부는 일선 검사까지 편을 갈라 유리한 수사를 한 검사는 승진시키고, 불리하게 수사한 검사는 좌천시켰다. 수사의 공정성 측면에서 큰 문제다. 역대 정권 말기에 부정부패 수사가 많았는데 불과 5개월 남은 정권의 부정부패 사건 수사가 전혀 없다. 검찰이 권력 눈치를 보는지 뭔가 이상하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 정치적 중립화를 제도화하지 않으면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할 대안은.
"핵심은 검찰 인사권 독립이다. 검찰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소불위 권력을 쥔 청와대가 평검사를 포함한 모든 검사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독점적 검찰 인사권에 대한 개선이 없이는 어떤 개혁도 무의미하다. 통제받지 않는 청와대의 검찰 인사는 절대적으로 위험하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인권 침해로 돌아온다. 따라서 청와대가 앞으로도 검찰총장 인사를 하더라도 적어도 나머지 검사 인사는 총장에게 넘겨야 한다. 아니면 프랑스처럼 '국가 최고 사법 회의'를 만들어 모든 검사 인사를 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검찰개혁 와중에 법원의 신뢰도 추락했다.
"개개 사건에 대해 정치 진영 논리에 따른 찬반 논평은 우려스럽다. 법원행정처를 개혁했다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역임한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이 여전히 법원행정처의 '이너서클'이 됐다고 한다. 사법 행정적인 부분의 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21년 12월 3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이소헌 인턴기자가 인터뷰 정리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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