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우주로 간 고등학생들의 고등어 통조림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2. 1. 2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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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칼럼니스트

2020년 11월 일본에서 영웅급 우주비행사로 추대받는 노구치 소이치가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노구치 비행사가 그 동영상으로 소개한 것은 무중력인 우주정거장에서 고등어통조림을 맛있게 먹는 먹방이었다.

그런데 이 먹방이 화제가 된 것은 이 특별한 우주식량을 개발한 곳이 대기업 식품회사가 아니라 지방의 한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13년여에 걸쳐 만든 제품이란 게 알려지면서다.

최근 이 첨단 우주식량 '고등어 간장양념 통조림'을 개발한 후쿠이현의 와카사현립고등학교의 지도교사인 고사카 야스유키 선생이 십수 년의 개발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논픽션 '고등어통조림, 우주에 가다'를 발간해 다시 한 번 그 이슈가 조명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이야기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사카 선생이 수산대학 시절 노르웨이에서 연수를 하면서 식품의 안전위생 시스템인 HACCP(해썹)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졸업 후 부임한 오바마수산고등학교(와카사고교의 전신)에서 운영 중인 공장에 HACCP을 도입하기로 마음먹은 게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오바마수산고등학교는 일본 최초 수산 전문 고교로 와카사 지역에서 잡힌 생선과 어패류로 통조림을 제조하는 공장을 병설로 운영했는데 고사카 선생의 제안을 계기로 기업도 받기 어렵다는 HACCP 인증을 자체적으로 노력한 끝에 2006년 교육시설로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획득한 것이다.

그런데 HACCP 인증을 받은 뒤 수업 중 무심코 나눈 학생들과 대화에서 HACCP 인증은 원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식단 등의 식품안전 때문에 개발한 위생기준임을 얘기했더니 한 학생이 "우리가 만든 고등어통조림을 우주로 보낼 수 있겠네요"라는 물음이 이 13년의 대하드라마의 발단이 된 것이다.

이 기발한 생각을 들은 고사카 선생은 그냥 흘려듣지 않고 일본 우주항공 연구·개발 기구인 JAXA 관련 책자를 펴낸 출판사에 가서 직접 상담을 했다. 이를 전달받은 JAXA의 교육센터와 연결되고 바로 1개월 후 JAXA 관계자가 이 학교를 직접 방문한다.

이를 계기로 학생들의 사기도 높아지고 우주식 기준에 맞게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으나 통조림은 쓰레기가 나온다는 이유로 우주선에 싣지 못하는 규칙이 생기면서 난관에 부딪친다.

이후 프로젝트 자체가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지만 매년 우주식 연구·개발을 계속하는 가운데 2013년 같은 지역 학교인 와카사고등학교가 문부성으로부터 '슈퍼 사이언스 하이스쿨 지원사업'(SSH) 학교로 지정됨과 동시에 오바마수산고와 통합되면서 전환점이 찾아온다.

마침 통조림도 우주로 보낼 수 있게 규칙이 변경됐고 통합고교로 직접 JAXA의 전문가가 와서 우주 일식에 대해 강연하게 되고 그것을 들은 통합 후 1기생이 "선배들의 고등어통조림 연구를 계승해 우주로 보내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운다. SSH 사업의 첫 과제연구로 고등어통조림을 우주식으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우주식으로 인증받으려면 JAXA가 정하는 우주 일식 인증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특히 고등어통조림처럼 국물을 포함한 식품은 매우 '걸쭉한 식품'으로 변신하면서 맛을 평소보다 풍미 넘치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의 양식장은 물론 주변 해양 관련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2018년 극적으로 JAXA의 인증을 통과한 후 2020년 우주정거장에 보내져 일본 우주비행사가 직접 시식하는 결과를 맛본다.

한 학생이 무심코 던진 꿈 같은 이야기가 13년여에 걸쳐 수많은 조력자, 특히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지도교사와 JAXA 그리고 문부성이 만든 교육제도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입체적으로 이뤄진 종합예술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300여 시골 학생의 미래가 매우 궁금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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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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