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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수요동물원] "내가 용왕이다!"..두 닮은꼴 바다괴물의 혈투

정지섭 기자 입력 2022. 01.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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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같은 뱀' 바다뱀, 코브라처럼 맹독 뿜으며 바다생활 완벽적응
'파충류같은 물고기' 곰치, 공포의 이중턱으로 먹잇감 으깨 뱃속으로
길다란 몸집과 포악한 습성, 강렬한 외모로 '바다의 용'으로 불리는 곰치(왼쪽)와 바다뱀이 서로를 위협하고 있다. /vimeo 동영상 캡처. Davy Jones Locker Diving
종종 '해룡'에 비견되는 곰치(왼쪽)와 바다뱀이 수중에서 뒤엉켜 싸우고 있다. vimeo 동영상 캡처. Davy Jones Locker Diving

두 해룡(海龍)이 혈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험악한 얼굴, 기다란 몸뚱아리, 날카로운 이빨까지 빼닮았습니다. 곰치에게 옆구리를 물렸던 바다뱀이 치명적 공격을 가합니다. 양턱을 쩍 벌려 곰치의 머리를 공략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개구부(開口部)라고 불리는 뱀의 입과 턱은 고정돼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먹잇감도 한숨에 삼킬 수 있죠. 그렇지만, 오늘은 먹으려는 뱀의 의지보다 살려는 곰치의 투지가 더 강했습니다. 곰치의 머리를 목구멍으로 넘겨내지 못한고 결국 포기하고 맙니다. 먹고 먹히는 혈투에 승자가 있겠느냐만 오늘의 위너는 살아남은 곰치가 됐네요.

바다의 용을 자처하는 두 괴수, 바다뱀과 곰치의 물러설 곳 없는 혈투를 담은 동영상(Fishing Vlogg)을 먼저 소개해드렸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전인 대항해시대부터 바다의 용, 해룡은 바다에 대한 인간의 막연한 두려움과 경외심이 투사된 매개체였습니다. 북유럽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바다 용부터, 삼국통일 달성후 동해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긴 신라 문무왕의 전설 등 지구촌 곳곳에 조금씩 다른 이야기와 그림 등으로 존재감이 전해지고 있지요. 이 바다의 용이 실제 존재한다면 어떤 녀석들일까요? 여러가지 후보들이 있겠지만, 결국은 양강 구도로 좁혀질 것입니다. 바로 바다뱀과 곰치이지요. 바다뱀은 약 50여종, 곰치는 200여종이 알려져있습니다.

바다뱀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 바다뱀의 몸의 구조와 호흡기관이 바다 안에서 평생 살아갈 수 있게끔 최적화됐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연두색깔을 한 곰치가 입을 벌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파충류로도 종종 오인되는 곰치는 뱀장어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이다. /미국 앨버커키시 홈페이지

오늘도 지구촌 큰바다 어딘가에선 두 괴수가 먹고 먹히는 혈투를 벌이거나, 사냥한 먹잇감을 그악스럽게 먹어치우고 있을 것입니다. 험악한 면상을 한 길다란 육식 괴수라는 점 외에 둘 사이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문의 정체가 모호할 정도의 외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죠. 길다란 몸을 종횡으로 움직이며 수중을 누비는 바다뱀은 한눈에 봐도 뱀장어의 한 종류로 보입니다. 하지만, 코브라와 함께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맹독사이죠. 째려보는 듯한 눈매에 톱니 같은 이빨을 드러낸 우툴두툴한 피부의 곰치를 보고 사람들은 열에 아홉은 파충류일 거라고 단정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 녀석은 자양강장제로 인기가 높은 뱀장어의 한 무리입니다.

◇물속으로 들어간 코브라, 바다뱀

악어, 거북, 도마뱀과 함께 파충류 4대 천왕을 이루는 뱀. 산과 강, 사막까지 진출한 이들에게 육지는 너무도 좁았나봅니다. 이들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이루는 바다에까지 진출한 무리가 바다뱀입니다. 코브라와 함께 대표적인 독사로 분류되죠. 음습한 곳에서 또아리를 틀고 개구리와 쥐를 사냥하는 것이 우리가 아는 뱀의 전형적 모습인데, 이들은 어떻게 바다에서 살 수 있을까요? 진화의 위력입니다. 몸을 S자형으로 꾸불텅대면서 바닷속을 유영하는 이 바다뱀들의 생김새 속에 열쇠가 있습니다. 가느다랗고 볼품없는 여느 뱀의 꼬리 끝과 달리 이들의 꼬리는 세로로 남작한 지느러미모양입니다. 마치 도마에 올려놓고 꼬리부분만 방망이로 국수를 밀듯 뭉갠 것 같지요. 이런 독특한 지느러미같은 꼬리는 유유히 바닷속을 유영할 수 있는 노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이들의 바다속 생활에 적응해왔다고 하더라도 허파로 숨을 쉬어야 하는 파충류입니다. 이 공기호흡법도 수중생활에 맞게 세팅돼있습니다.

호흡을 위해 수면위로 떠오른 바다뱀. 세로로 납작한 꼬리는 헤엄을 잘 칠 수 있도록 노 역할을 한다. /플로리다주립대 홈페이지

콧구멍은 얼굴 앞이 아닌 머리 위에 나있고, 물속에 있을 때는 착 닫아버립니다. 일정 간격으로 수면으로 떠올라서 공기를 들이마셔야 하는데, 이 횟수도 최소화시켰습니다. 여느 뱀보다 훨씬 큰 허파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한 번 공기호흡을 하면 최대 7~8시간까지도 거뜬히 버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중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바다뱀이 물밖으로 나올 일은 여간해서는 없습니다. 바다뱀의 극소수만이 알을 낳기 위해 잠시 뭍으로 나올 뿐, 대부분의 바다뱀은 뱃속에서 알이 부화해서 새끼 뱀의 형태로 분만을 하는 난태생입니다. 뱀은 소속 종(種) 모두가 육식을 합니다. 그것도 살아있는 먹잇감을 그대로 삼키거나, 혹은 자신의 힘으로 독살시키거나(코브라), 엄청난 몸의 힘으로 죄어죽이거나(비단구렁이) 둘 중의 하나죠. 바다뱀의 필살기는 복합적입니다.

바로 독이 있기 때문이죠. 보통 뭍의 여느 뱀처럼 먹잇감 근처에서 급습해서 단박에 삼켜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좀 더 과감하게 먹잇감을 노릴 때도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닮은꼴 곰치를 공략할때죠. 아까는 두 바다괴물의 용호상박 장면을 보였지만, 지금보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동영상은 바다뱀이 결국 곰치를 자신의 뱃속으로 밀어넣으며 완승을 거두는 장면입니다. 독니로 곰치를 마비시켜 저항을 무력화한뒤 마치 아메리카 왕뱀이 살모사를 꾸역꾸역 삼키듯 단박에 자신의 몸통속으로 밀어넣습니다. 사람의 눈에 잘 띄이지 않기 때문에 바다뱀의 일생은 여전히 많은 것들이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그 중 가장 궁금한 것은 태평양과 인도양에서는 발견되는 이 뱀이 왜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사이 대양인 대서양에서는 발견되지 않느냐는 것이죠. 만일 대서양에서 바다뱀이 잡힌다면 단순 해외토픽 이상의 기상이변 전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어도 씹어먹는 바다의 에일리언, 곰치

곰치가 대중적으로 가장 존재감을 드높였던 때는 아마도 월트디즈니 만화영화 ‘인어공주’가 개봉됐던 199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 에이리얼못지 않은 존재감과 사악하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던 문어마녀 우르술라의 졸개들로 등장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현실에서는 이들의 관계가 완전히 뒤바뀝니다. 전술했다시피 곰치는 여느 물고기와 생김새부터가 다릅니다. 툭 튀어나온 입, 째려보는 듯한 부라리는 눈알, 양턱에서 삐쳐나온 날카로운 이빨까지, 몬스터의 아우라가 뿜어납니다. 뱀장어 종류중에 단연 카리스마 최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곰치는 화려한 색깔과 날카로운 이빨을 앞세운 공포스러운 생김새로 유명하다. 실제로 성격도 포악하다. /미 국립대기청 홈페이지

동심원 구조로 나있는 톱날같은 이빨로 물고기에 흡착해 피를 빨아먹는 칠성장어, 공포의 스파크로 유명한 전기장어가 사실은 뱀장어 무리가 아니거든요. 곰치는 살아있는 물고기와 게, 새우, 문어, 오징어들을 사냥해먹는 천상 육식어입니다. 그런데 포식법은 여느 물고기와 사뭇 다릅니다. 다수의 육식어들은 먹잇감을 사냥할 때 흡입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합니다. 진공청소기처럼 단박에 빨아들어 목구멍을 통해 뱃속으로 넘기는 것이죠. 하지만, 여느 물고기에 비해 몸통은 길다랗고 머리통은 좁은 곰치의 머리구조는 충분한 흡입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비기가 있습니다. 바로 두번째 턱입니다. 곰치는 드물게 두 겹의 턱을 가진 물고기입니다.

다른 물고기보다 구강 흡입력이 부족한 곰치가 이중턱을 이용해 먹잇감을 빨아들이는 장면의 개념도 /roaring earth 홈페이지

아래턱과 위턱을 여닫는 구조가 동일한 두 번째 턱은 입과 목구멍 사이에 움츠러들었다가 먹이를 물었을 때 뻗어나옵니다. 그리고 펄떡이는 물고기를 연방 이빨로 부숴서 비늘을 으깨고 뼈를 박살내는 동안 앞에서 통째로 넘겨받아 목구멍 안쪽으로 전달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합니다. 40대 이상의 독자분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시고니 위버 주연의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상상이 좀 쉬울 것 같습니다. 입을 쩍 뻘린 괴물 생명체에서 다시 입이 쩍 나오는 장면은, 이 영화의 섬뜩한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죠. 곰치의 이중턱도 기본적으로 에일리언의 턱과 같은 구조입니다. 바다의 몬스터, 나가서 바다의 에일리언으로 충분히 불릴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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