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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의 전면전, 설마 일어날까 싶지만..푸틴 예측 안돼 긴장감"

박소영 입력 2022. 01. 26. 00:03 수정 2022. 01. 2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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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나 쉐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놓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어’라는 심정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수도 키예프 출신으로 한국에서 22년째 사는 올레나 쉐겔(41·사진)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과 교수를 25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들어봤다.

쉐겔 교수는 서울대에서 국어국문학 석사,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원에서 우크라이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등 수차례의 정부 간 회담을 통역했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공생과 이별의 갈림길: 총알이 없는 전쟁(2014)’ 등의 논문을 썼다.

Q : 현재 분위기는 어떤가.
A : “2014년 4월부터 동부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의 무력 분쟁이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걱정이 컸는데 8년 동안 이어지면서 둔감해졌다. ‘설마 전면전이 일어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한국인들이 사재기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일상을 보내는 것과 같다. 돈바스에서 키예프까지 약 700㎞ 정도라서 전쟁 느낌이 더 나지 않는다. 부모님과 여동생 가족이 키예프 중심가에 산다. 지난달 한국에 오길 권유했는데 부모님은 ‘러시아가 위협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오지 않으셨다.”

Q : 2014년 2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때는 반격이 없었다.
A : “당시는 유로마이단 시위(친러시아 정부 축출)로 정권 공백기였다. 친러였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군대도 줄였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부다페스트 회담 조약(1994년 핵무기 포기 대신 크림반도 포함 안전 보장 체결)이란 안전장치가 있어서 러시아가 침공할 리 없다고 생각했고, 허를 찔렸다. 현재는 정부가 있고, 군대도 강해졌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의 도움으로 군사력이 발전했다. 전면전이 되면 러시아도 잃을 게 많다. 하지만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Q : 푸틴 대통령은 왜 전쟁을 일으키려 하나.
A : “영토 확장 정책과 러시아 내부단속이다. 푸틴은 ‘소련 붕괴는 재앙’이라고 말하면서 소련 시절 영토를 되찾으려고 한다. 내부적으로 빈부 격차, 부정부패, 인권침해 등 사회적 문제가 많아 푸틴 대통령을 반대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정권이 흔들리면 국민에게 러시아의 힘이 세다는 걸 보여줬다. 크림반도 합병 전에 푸틴 대통령 지지율이 60%대였는데 합병 직후에는 80%대로 올랐다.”

Q : 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은 어떤 의미인가.
A : “러시아와 완전히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이 ‘러시아와 서방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여론조사를 많이 하는데 서방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러시아엔 지배를 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 러시아가 친러 세력을 심어 쿠데타를 꾀한다는 영국 발표도 나왔다.
A : “러시아는 친러였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2010~14)을 세워봤으니 전면전보다 정권 교체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친러 정부를 경험한 국민이 깨어있어 쉽지 않을 것이다.”

Q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A : “젤린스키 대통령은 정치 세력의 부정부패에 질린 우크라이나 국민에 의해 뽑혔다. 제대로 된 정치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현 상황에서 역부족이다. 우크라이나를 빼고 서방과 러시아 간 회담이 열렸지만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은 어쩔 수가 없다. 이번 긴장이 누그러져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볼모로 삼아 미국과 이야기하는 방식은 이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농담으로 푸틴 대통령이 사라져야 끝날 것 같다고 한다.”

Q :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A : “우크라이나와 한국 모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독립 이후 친러 세력을 제대로 축출하지 못해 러시아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었고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국도 독립 이후 남북으로 나뉘면서 여전히 전쟁 위험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강대국 사이에서도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경제적으로 부강해진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박소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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