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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인가 '데블스 에드버킷'인가..이재명 수임사건 전수분석

공성윤 기자 입력 2022. 01. 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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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30건 입수..특정 조폭의 상습폭행 반복 변호
살인·강간·성매매 알선·음주 뺑소니 수임에 "직업적 사명" 반론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 인권변호사' 활동 시절 살인, 강간, 폭행 등 형사사건 50여 건을 변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는 기존에 변호를 맡아 논란이 된 '조카 교제살인 사건' '조폭 집단폭행 사건' 외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더 있었다. 변호사의 사건 수임 자체를 비판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후보의 변론이 인권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이재명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 취임 전 변호한 모든 형사사건은 총 58건(병합사건 제외)으로 파악됐다. 본지는 이 가운데 이 후보의 주무대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진행된 사건의 1심 판결문 30건을 우선 입수했다. 이 후보가 방어한 혐의 종류는 살인, 강간, 폭행 등 강력범죄뿐만 아니라 횡령, 사기, 음주운전, 문서 위조, 성매매 알선 등 20가지가 넘었다.

음주운전 전과자의 뺑소니 사건 '벌금으로'

이 후보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여성을 강간한 가해자의 변론을 맡은 적이 있다. 2000년 6월 피고인 A씨는 자신이 지배인으로 일하는 성남 수정구의 한 백화점 식당에서 20세 아르바이트생을 강간한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8년 가까이 흐른 2008년 1월 기소돼 법원으로 넘어갔다. A씨는 과거 2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전과는 가중처벌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성남지원은 A씨에게 집행유예 3년을 조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피해자와 합의했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점 등이 참작됐다.

이 후보는 2006년 '음주 뺑소니' 사건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피고인 B씨는 그해 8월 성남 분당구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72%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택시를 들이받았다. 피해 택시기사는 수리비 130여만원의 차량 파손과 전치 3주 부상을 당했다. B씨는 그를 돕지 않고 도망쳤다. 이 사건으로 B씨는 음주운전과 차량도주 혐의로 기소됐다. 이때는 음주운전 사고 처벌법이 지금만큼 강화되기 이전이었다. 그래도 당시 기준으로 B씨의 행위는 면허 취소는 물론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였다. 게다가 B씨는 음주운전으로 이미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을 갖고 있었다.

죄질이 불량하지만 이 후보는 B씨 변호를 맡아 1000만원 벌금형 선고를 이끌어냈다. 성남지원은 B씨가 피해자와 합의했고, 피해가 그리 크지 않으며,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해고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판단했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 자신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 이 후보는 2004년 5월 혈중 알코올 농도 0.158%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역시 면허 취소 대상이다. 음주운전 면허 취소 기준은 원래 '알코올 농도 0.1% 이상'이었으나 2019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이 후보의 성남지원 변론사건 중 가장 눈에 자주 띄는 혐의는 사기죄였다. 사기 등 혐의가 적용된 사건은 2005~09년 4건이었다. 이 중 형량이 제일 높은 경우는 2009년 2월 판결 난 사건이다. 당시 피고인 C씨는 집행유예 없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법무사 사무실이 법인 설립 자본급을 대납해 주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빼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동료에게 성남 분당구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가게 한 뒤 "법인을 세울 계획인데 3억원을 자본금으로 대납해 주면 법인 설립 직후 이를 반환하고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거짓말을 하도록 시켰다. 피해 법무사 사무장은 그의 말대로 은행에 들러 3억원을 입금했다. 이후 C씨와 동료들은 이를 수차례 계좌이체한 뒤 3개 은행을 통해 나눠 인출했다. C씨는 과거에도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다 나온 사람이었다.

성남지원 사건 중 사기죄 4건, 가장 많아

이 후보가 맡은 사건 중에는 본인이 얽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사건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은 분당구 일대 업무용지를 주거용지로 바꾸는 용도변경을 추진했다. 이에 이 후보가 집행위원장으로 있던 시민단체 성남시민모임은 주거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김 시장 퇴진운동을 주도했다. 이 와중에 용도변경에 찬성하는 단체 '전국임대아파트위원회'가 2000년 1월 이 후보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5공 시절 악마 살아왔나" "시민대표 담보로 이중행위 이재명은 즉각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후 2000년 11월 이재명 후보와 함께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이었던 D씨가 '집회를 편드는 기사가 전국임대아파트위원회 대표의 청탁으로 보도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D씨는 "위원회 대표 일당이 K신문에 접근해 광고를 주선해 주겠다는 부정한 거래를 하고, K신문은 사회면 절반에 이르는 크기로 집회에서 뿌린 유인물을 그대로 전재하는 기상천외한 기사를 썼다"는 글을 성남시청 홈페이지 등에 올렸다. 이에 D씨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D씨의 변호인이 바로 이 후보였다. 재판부는 D씨와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성남지원은 D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 후보의 변론으로 논란이 일었던 성남국제마피아파 김아무개씨(37)에 대한 심리도 성남지원에서 이뤄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2005년 하순 문신 시술업자를 모텔에 가두고 1000만원 상당의 문신을 받은 다음 돈을 내지 않고 때렸다. 또 상대파 조직원을 납치해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했다. 조직활동을 쉬려 하는 같은 파 조직원에게도 욕설과 협박을 했다.

김씨는 범죄단체 구성과 흉기를 이용한 집단 상해·협박·감금 등 7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무엇보다 그는 앞서 2005년 2월 공동폭행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김씨가 피고인석에 선 해당 사건은 이 후보가 수임한 사건 중 피고인단 규모가 가장 컸다. 사건 10건이 병합돼 김씨를 비롯한 피고인만 46명에 달했다. 이 중에는 이 후보와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변호인단은 이 후보 등 15명이었다.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수차례 변호

집행유예 기간에 재범을 저질렀음에도 성남지원은 김씨에게 또 집행유예 3년을 조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번 범행을 집행유예 판결이 나기 전에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가 선처를 요구했고 원만히 합의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반성문도 10여 차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준석 전 대표도 김씨와 같은 형량의 처벌을 받았다.

김씨는 그래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2007년 성남 수정구 주점에서 미성년자 조직원과 술을 마신 국제마피아파 부하 2명에게 "술을 마신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라"며 거짓말을 시켰다. 또 나중에는 "그런 증언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 김씨는 위증·위증교사 혐의로 성남지원에 넘겨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때 변호인 역시 이 후보였다.

그 밖에도 이재명 후보는 김씨와 함께 또 다른 국제마피아파 E씨를 변호했다. E씨는 2001년 8월 자신을 호기심을 갖고 쳐다보는 민간인을 동료 조직원과 함께 집단으로 폭행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 쇠파이프, 유리조각, 벽돌 등을 들고 10여 차례 때렸다. 김씨보다 먼저 조직생활을 시작한 E씨는 이전에도 공동폭행죄로 2회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동폭행 외에 다른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E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떨어졌다.

이 후보의 성남지원 변론 사건 중 처벌이 가장 센 경우는 '성남 수정구 살인 사건'이다. 피고인 F씨는 2007년 8월 수정구에서 내연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F씨는 현장에 같이 있던 내연녀의 두 딸을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F씨 변호는 2명이 맡았다. 이재명 후보와 그의 밑에서 고용변호사로 있던 김아무개씨다. 변호인단은 'F씨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F씨)이 술에 취해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2006년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심리하고 이 후보가 변론을 맡은 '조카 교제살인 사건'과 양상이 비슷하다. 당시 이 후보 조카는 헤어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때 이 후보가 꺼낸 주요 변론도 '심신미약'이었다. 야권에서는 "심신미약 감경 주장은 후안무치"란 비판이 쏟아졌다.

"어떤 흉악범도 변호사는 조력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가 형사사건을 수임했다는 사실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가 맡을 수 있는 사건에는 제한이 없다"며 "정치적 공세 소재로서도 불합리하다"고 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12월1일 논평을 통해 "변호사는 형사소추를 당한 피의자가 아무리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피의자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변론해야 하는 직업적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후보가 변호한 피의자들의 행태가 인권변호사의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후보는 2006~18년 5차례의 지자체장·국회의원 선거 출마 때마다 자신을 인권변호사로 소개했다. 더군다나 이 후보는 조카 교제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표현한 바 있다. 또 2018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때는 "정신질환 감형에 분노한다"고 했는데, 정작 자신은 심신미약을 주요 변론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이민석 변호사는 "이 후보는 인권변호사가 아니다. 파렴치한 사회악들을 변호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이 후보를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악마의 변호인)'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는 특정 사안에 일부러 반대의견을 내는 선의의 비판자를 뜻한다. 동시에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 내용처럼 욕망에 사로잡혀 악인을 대변하는 변호사를 가리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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