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암모니아 가스 유출로 우크라 침공할 듯"..크림반도 때도 '기만전술'

강영진 입력 2022. 1. 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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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접경지 암모니아 누출사고 명분삼아 군대 파견
러 지원 반군의 발전소·상수도 시설 점령 등
애매한 소규모 도발부터 시작할 가능성
기만전술 능한 러시아 도발 방식 예측 어려워

[모스크바=AP/뉴시스] 러시아군 병사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지역 골로벤키 훈련장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와 관련해 자국 병력을 동유럽에 배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22.01.2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침공을 막기 위한 협상도 계속되고 있으나 지지부진해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가 공습이나 전차를 앞세워 진격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대규모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기만전술에 능한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 침공할 지 예상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다음은 기사요약이다.

서방국 정부들은 러시아가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군대와 전함, 대포를 동부 유럽에 배치하려고 하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4일 회원국들이 전함과 전투기를 파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군사공격이 있을 지를 두고 군사전문가와 서방 및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첫 공격을 감지하는 사람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으로 침공을 시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보다는 확전의 명분을 찾기 위한 애매한 소규모 행동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발전소같은 기간시설을 점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게 가스를 유출시키고 러시아가 접경지역에 있는 공장에서 유출된 것이라며 가스 유출을 막는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해 공장을 점령하는 식이 될 수도 있다. 이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최근 제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접경지역에 12만7000명의 군대를 집결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교 러시아 안보전문가 드미트리 아담스키는 "군대를 집결시킴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만들지만 전략적 의도를 감추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몇 주 새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나토의 군사훈련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워낙 기만전술에 능해 첫 공격이 어떤 것일 지를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2014년 우크라이나 공격 때 러시아의 기만전술이 잘 드러났다. 당시 마스크를 쓴 정체불명의 군인들이 크림반도에 나타나자 러시아는 군사개입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시인했다. "휴가중"이라거나 "자원한 사람들"이라던 러시아 군인들이 그해 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나타났다.

프라하의 봄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 체첸 전쟁까지 지난 반세기 동안 발생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혼란을 유도하는 위장이나 호도 작전부터 시작됐다.

제한적인 침공 방식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들을 분열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 러시아의 침공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나라와 반박하는 나라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의 도발이 침공 수준에 못미칠 경우 서방 연맹국들 사이에 의견 불일치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하면서 그럴 경우 미국은 발을 뺄 수도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 배치돼 러시아 지원 반군들과 거의 8년 동안 전투를 벌여온 군인들에게 이처럼 모든 것이 애매한 상황이 신경을 거스른다.

최전선에서 민사작전을 담당하는 세르게이 고시코 중위는 "여기서 시작될 수도 이곳보다 남쪽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면서 "모든 걸 알 순 없다. 상대방이 어떤 수를 둘 지 알지 못하는 체스 게임과 같다. 누가 누구에게 무슨 일을 할 지 우린 모른다"고 말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 파견된 콘스탄틴 카브릴로프 러시아 대사는 지난 23일 러시아 시민들이 위협당할 경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들 수천명에게 시민권을 부여했고 이들 중 누구라도 공격을 당할 수 있다.

가브릴로프 대사는 "우리 시민들에 대한 공격이 있으면 절대 참지 않을 것"이라며 "개짖는 소리나 늑대 울움소리라도 나면 그걸로 끝"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공격 의도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미국 외교관들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에서 몇 km 거리에 있는 동부 반군 장악 지역 내 암모니아가스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치명적인 고농축 암모니아 가스가 우크라이나와 반군 또는 주민이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러시아가 제독 전문팀과 이들을 보호하는 군인들을 파견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미국 용병들이 미확인 화학물질을 우크라이나 동부에 반입했다고 주장했다.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독가스를 유출시켰다고 주장하기 위한 사전 준비처럼 보인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미 많은 양의 가스가 비축된 공장지대에 러시아가 추가로 가스통을 반입했다고 공개 경고했다. 이 지역 곳곳에 있는 낡은 공장들에서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 지역에서 가스 누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역 당국이 시민들에게 경고하는 사이렌을 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시민들로선 창문을 닫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지만 말이다.

가스 유출 이외에도 동부 지역에서 충돌을 일으킬 만한 사안은 얼마든지 많다고 우크라이나 정치 분석가 마리아 졸키나가 말했다. 반군들 일부가 발전소나 상수도 시설을 점령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함정이 근접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는 아조프해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반군 장악 지역의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위장 공격도 있을 수 있고 미국, 영국, NATO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정치적 개전 이유를 내세울 수도 있다.

제한적인 행동으로 압박을 받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요구에 굴복해 동부 지역의 반군 자치를 인정하고 의회 진출을 허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반대로 러시아의 공습과 상륙작전 및 벨라루스로부터의 탱크 진입 등도 예상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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