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코앞인데..'이낙연 등판론' 다시 부각되는 이유는

박성의 기자 2022. 1. 2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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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에 여론조사 계속 밀리자 親이낙연계 '비토 여론' 확산
장성민 "이낙연-조국 연합으로 새 돌파구 찾아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낙연이었으면 지금 이렇지 않았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민주당 한 의원에게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이유'를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그는 "상대(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위기일 때도 기회를 못 잡는다면 이건 후보 본인의 문제"라며 "그만큼 현재 판세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의 '집안 분위기'는 차게 식었다.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후보가 윤 후보보다 열세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다.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7시간 녹취' 논란에 휩싸인 이후 발표된 결과인지라 민주당 수뇌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이낙연이었다면'이라는 자조 어린 목소리까지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21년 12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비전·통합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낙연 공동위원장의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오열'에 '당대표 용퇴'에도 차게 식은 민심

24일 정치권의 화두는 '이재명의 눈물'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 성남에서 연설을 하던 도중 돌연 눈물을 쏟았다. 이른바 '형수 욕설' 녹취를 해명하면서다. 이 후보는 "어머니는 제게 하늘과 같은 분이었다"며 "저도 참을 수가 없어서 욕을 했다. 공직자로서 참았어야 했는데 잘못했다"고 오열했다. 그간 '대장동 사건' 등 갖은 논란 앞에서도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던 이 후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 날 이 후보의 최측근 그룹인 '7인회'는 "국민이 선택해주실 이재명 정부에서 국민의 선택 없는 임명직은 일체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7인회는 민주당 김영진 사무총장과 정성호·김병욱·임종성·문진석·김남국 의원 등 7인회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 6명으로 오랜 기간 이 후보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원내 원년 멤버들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침체하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이같은 선언을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음 날에는 송영길 대표가 돌연 쇄신안을 발표했다. 송 대표는 25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 등 3개 지역구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동일지역구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을 제도화하고 지방선거에 2030 청년을 대거 공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송 대표는 "저부터 내려놓겠다"며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눈물로 호소하고, 측근들이 물러나고, 송 대표가 쇄신을 약속한 이유는 그만큼 민주당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못해서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대로 가면 진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실제 민주당 서울시당은 최근 '서울시 유권자 정치지형과 대선 전략 함의 보고서'를 내고 "이 후보의 자력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고, 단일화 시 필패 구도"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지율 추이도 좋지 못하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44.7%, 이 후보는 35.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9.1%p로 오차범위 밖이다. 윤 후보는 2주 전 같은 기관의 조사보다 5.5%p가 상승했고, 이 후보는 1.3%p가 하락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4일 오전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공약을 발표하기 전 민주당 의원들과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뜻으로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책임론에 후보교체론까지 제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후보를 향한 당내 비토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경선 이후 잠잠하던 계파 갈등 양상이 재현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민주당 의원들과 친문(親文) 지지자들이 이 후보의 '자질'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에선 이 후보에 반대하는 인사들의 소송과 탈당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김연진 스페이스민주주의 대표 등 민주당원 4369명은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에 이 후보를 상대로 대통령 후보 직무집행정지 및 당원 자격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페이스민주주의는 친문 강성 지지자 중심의 당원 모임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를 꾸준히 비판하다 당내 징계를 받았던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6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내부 경선 후유증이 남아 있다"며 "호남을 돌았는데 그런 부분들이 남아 있고,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우리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약간 유보적인 상태에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이 전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이 이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적자'로 불리는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이 후보의 교체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플랜B로서 대안행보를 해 온 이낙연 전 대표와 조국 전 장관이 서로 새로운 연합을 한다면 민주당의 대권행보는 새로운 동력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며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새로운 폭발'을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폭락'할 것인가"라고 적었다.

평론가들을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교체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로(0)'에 수렴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 같은 설(說)이 계속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이 후보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나 "윤 후보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이 후보가 치고 나갔어야 한다. 결국 본인의 '업보'가 발목을 잡은 꼴"이라며 "반면 안정적인 이미지의 이낙연 전 대표가 후보였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이 같은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 후보의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전국 만 18세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는 무선 90%, 유선 10% 자동응답 전화 조사(ARS)로 응답률은 8.7%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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