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전 법 그대로..시민사회 활성화 위해 민법 개정 필요"

정진용 입력 2022. 1. 26. 15:32 수정 2022. 1. 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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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주최로 2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영리·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한 민법개정 토론회’에서 재단법인 동천 이희숙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비영리법인 설립과 조직 변경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쿠키뉴스, 재단법인 동천, 사단법인 한국YWCA연합회, 사단법인 시민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가 주최한 ‘비영리·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한 민법개정 토론회’가 26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민법 제32조는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기타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지침과 해석이 없어 법인 활성화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비영리·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한 민법개정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재단법인 동천 이희숙 변호사는 법인 설립 ‘허가주의’(법인설립 허가여부를 주무관청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주의)가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관청의 재량권이 커서 법인 설립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이를 법적으로 다투기 어려운 애로사항도 발생한다.

이러다 보니 비영리법인 설립을 포기하는 비법인 단체가 확산하고 있다. 100명 이상의 상시 구성원이 있는 단체는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비영리민간단체 등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는 1만5380개에 이른다. 이 중 명칭을 기준으로 법인을 제외하면 1만2000여개가 비법인 사단 또는 재단으로 추정된다.

‘비영리·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한 민법개정 토론회’에서 송호영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또한 독일과 일본 등 해외 대부분 국가는 사단법인 설립에 대해 ‘준칙주의’(법인설립에 관한 요건을 갖추어 두고 그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법인이 설립되는 주의)를 시행 중이다. 이 변호사는 허가주의는 법인설립에 대해 국가 간섭을 최소화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어긋난다고 짚었다.

지난 2014년 법인 설립을 ‘인가주의’(법인설립에 관해 주무관청 심사를 필요로 하지만 법률이 정한요건을 갖추면 주무관청이 반드시 인가하도록 하는 주의)로 바꾸는 민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 때문에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이 변호사는 “이견이 없는 내용을 중심으로 법인 설립 인가주의와 관련한 조항에 대한 개정안을 별도로 마련해 조속히 법 개정을 추진하고 그 외 개정이 필요한 쟁점에 대해서는 별도 안으로 추진해볼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제언했다.
비영리법인 합병·분할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민법에는 비영리법인에 대한 합병·분할에 대한 규정이 없다. 때문에 비영리법인은 법인의 해산, 청산 과정을 거쳐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종전의 법인을 소멸하는 방법을 통해야지만 조직 변경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다수 이해관계자들 이익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등 사회적 비용도 발생한다.
‘비영리·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한 민법개정 토론회’에서 박동순 한국YWCA연합회 조직혁신지원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비영리법인 합병·분할 규정 신설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국민의 단체형성 자유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송호영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민법은 1960년 1월부터 시행돼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법편에는 수차례 개정이 이뤄졌지만 재산법편에는 거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1960년의 대한민국과 2022년의 대한민국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달라졌다. 비영리법인을 비롯한 NGO 및 NPO 규모와 활동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국민 일상을 규율하는 민법이 7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며 제도 도입 시급성을 역설했다.

시민단체는 조직 재구조화 과정에서 민법 개정 필요성을 크게 체감한다고 설명했다. 설립 100주년을 맞은 한국YWCA는 조직 재구조화를 위해 지역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책임있는 운동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각 단위별 행정체계의 간소화·효율화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한국YWCA는 사단법인 한국YWCA후원회의 분사무소인 50개 지역YWCA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총 76개 분사무소를 순차적으로 폐쇄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법인화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별 정관안 관련 재량범위는 달랐다. 서울에서는 총회 개의 정족수에 대한 과반을 요구했다 경기에서는 3분의 1을 요구했다.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한 지자체에서는 지역법인화 주무관청으로 서로 떠넘겨 처리에 1년이 걸리기도 했다. 분사무소에서 지역법인으로 바꾸며 기존 직원들을 모두 퇴사처리한 후 재입사시키는 등 행정적인 번거로움도 반복됐다. 

박동순 한국YWCA연합회 조직혁신지원국장은 “지역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행정적인 어려움을 굉장히 많이 겪었다. 법령 및 조례와 지침, 세법 등의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며 “비영리 공익활동을 장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용, 이소연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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