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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팀이 신정아에게 씌운 혐의..그때는 '불법' 지금은 '관행?'

공성윤 기자 입력 2022. 01. 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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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기소한 檢 "허위 이력서로 대학 임용심사 방해"..교육부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은 대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김씨는 지난 12월26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발과 감사 등으로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 이후 "아내와 같은 마음"이라며 머리를 숙였지만, 의혹 초반에는 '관행'을 언급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무엇보다 윤 후보의 이 같은 대응은 본인이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운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윤 후보가 수사에 참여했던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이 오버랩되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시사저널은 2007년 10월 작성된 해당 사건의 공소장을 입수했다. 공소장을 쓰고 수사∙기소를 맡은 관할지검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으로 있던 윤 후보는 서부지검 수사에 긴급 투입됐다.

신정아씨가 2007년 10월1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앞서 서울서부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서부지검이 작성한 신정아 공소장 ⓒ 시사저널 공성윤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사문서위조∙행사, 업무방해 혐의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불렸던 신정아씨(51)는 학력위조 사건을 일으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신씨에게 총 9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학력위조와 관련된 혐의는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등 3가지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피고인(신씨)은 1991년 2월경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 1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미국 캔자스 대학교에 재학했으나 졸업하지 못하고 3학년 중퇴한 것이 실제 학력의 전부"라고 했다.

검찰은 신씨가 '캔자스대 미술학과∙경영대학원 졸업 및 학위 취득'이란 내용이 담긴 졸업증명서와 '예일대 박사과정 입학 허락'이란 취지의 입학허가서를 위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문서위조 혐의다. 또 신씨는 이 위조 서류로 여러 대학에 시간강사 임용 신청을 했다.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다.

나아가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신씨가) 허위 내용의 이력서를 대학교에 제출하면서 시간강사 임용 신청을 함으로써 그 정을 모르는 대학 총장으로 하여금 신씨를 문과대학 시간강사로 임용하게 하여 위계로써 대학 총장의 교원임용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업무방해 혐의다.

공소장에는 일일이 적시되지 않았지만, 신씨가 실제 시간강사로 일했던 대학은 총 6곳으로 알려졌다. 국민대, 상명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다. 또 동국대에는 교수로 임용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한양대와 홍익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대학을 업무방해 피해 기관으로 명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021년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김건희 허위이력 의혹'…관건은 재직증명서 위조 여부

김건희씨 역시 신씨처럼 시간강사나 겸임교수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허위 이력서를 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우선 서일대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중학교 교생실습 경력을 '근무'라고 썼다. 또 '한림대 출강'이라고 이력서에 적었지만 실제 출강한 학교는 한림성심대였다. 한림대는 4년제 종합대, 한림성심대는 2~4년제 전문대다. 안양대 이력서에는 '영락고 미술교사(2급 정교사)'라고 적었는데 실제 일한 곳은 영락여자상업고였다. 직위도 정교사가 아니라 미술강사였다. 수원여대 채용 과정에선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를 냈는데, 정작 협회 측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씨는 국민대에 제출한 이력서에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로 적었다. 그런데 김씨가 딴 학위 종류는 정확히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였다. 둘 다 석사학위는 맞지만 취득 과정과 목적이 다르다. 전자는 학문을 연구하는 일반대학원으로 연구원이나 교수를 희망하는 학부생들이 들어간다. 후자는 현직자들이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진학하는 대학원이다. 보통 'MBA'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 밖에 김씨는 이력서 경력사항으로 '한국폴리텍1대학 강서캠퍼스 부교수(겸임)'라고 적었지만 실제론 시간강사와 산학겸임교원을 지냈다.

이러한 과거 때문에 공소시효와는 별개로 신씨에게 적용됐던 혐의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물론 김씨가 본인이 쓴 이력서의 내용을 부풀렸다고 해서 사문서위조나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게임산업협회에서 받았다는 재직증명서가 가짜로 드러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 허위 이력서로 대학을 속이고 임용 심사를 방해한 정황이 밝혀지면 업무방해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신씨를 기소한 서부지검 역시 같은 이유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윤석열 후보가 1월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외교안보 글로벌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신정아 수사한 尹 "시간강사 공채 아냐…관행 보라"

하지만 윤 후보는 부인이 비슷한 의혹에 휩싸이자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았다. 김씨의 재직증명서 진위 여부가 쟁점이 된 수원여대 임용 과정과 관련해 윤 후보는 지난 12월15일 "시간강사라는 건 전공, 이런 걸 봐서 공개채용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행이라든가, 이런 데 비춰봤을 때 어떤지 보고 (판단)하시라"고 말했다. 설령 증명서가 위조됐다 해도 임용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후 국민의힘도 "김씨는 교수 추천을 받아 이력서를 내고 위촉됐기 때문에 경쟁이 있는 공개채용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설명했다.

관계 당국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수원여대 측은 서류심사 평가결과 등을 공개하며 공개채용이 맞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1월25일 국민대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씨가 지원할 때 허위 경력 기재 사실이 있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곧장 시민단체는 윤 후보의 발언이 결론적으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일각에선 신씨의 수사 주체가 윤 후보가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공보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김경진 전 의원은 지난 12월28일 YTN에 출연해 "(신씨 수사) 당시 중수2과장이 주임검사였고 윤석열은 검찰연구관으로 중수2과장 수사를 돕는 보조검사 역할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사가 기소한 게 아니고 중수2과장이 기소를 했던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사동일체 원칙에 비춰보면, 윤 후보가 보조검사라고 해도 엄연히 수사팀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따로 떼어놓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또 윤 후보와 함께 대검 중수부에서 파견된 윤대진 검사(현 법무연수원 부장)는 신씨의 영장실질심사 때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 외에 신씨 수사팀에는 문무일 대검 중수1과장, 김오수 서부지검 형사5부장 등 추후 검찰총장을 지낸 유력 검사들이 대거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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