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메타버스가 보여줄 새로운 세상

2022. 1. 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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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시간적 제약 탈피 가능
네트워킹 범위·방식 싹 바꿔
제2의 인터넷 혁명 기대 커
전폭적 지원·규제 개선 필요

요즘 메타버스가 핫하다. 2004년 설립된 페이스북이 작년 말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기까지 했으니 메타버스가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그런데 ‘메타버스가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혹자는 메타버스가 아바타를 활용한 확장형 싸이월드라 하고, 누구는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이라고 하며, 어떤 이는 현실세계를 가상에 그대로 옮긴 디지털 트윈이라고 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메타버스의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은 ‘가상공간의 집합’, ‘디지털 유니버스’ 그리고 ‘제2의 인터넷’ 정도가 될 것이다. 메타버스는 하나의 기술이라기보다 가상현실,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5G 등 온갖 기술이 융합된 디지털 토털 플랫폼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메타버스가 여러 디지털 기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SNS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앞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첫째 메타버스는 우리가 네트워킹하는 범위와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20세기 말 우리는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세계화, 글로벌화를 경험했다. 자본과 노동력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네트워크를 엄청나게 확대시켰다. 메타버스의 등장과 확산은 과거의 글로벌화를 넘어서는 네트워크 확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화가 공산권과 자유진영의 통합을 가져왔다면,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두 세상에서 같거나 전혀 다른 자아를 가지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 과학기술정책학
둘째, 메타버스로 인해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재택근무다. 이미 메타, 라인, PWC, 트위터 등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상당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앞으로 출퇴근과 물리적 사무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근무 시스템을 지향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은 메타폴리스라는 메타버스 사무공간을 구축하여 영구적 재택근무를 선언했는데, 직원들은 아바타를 통해 현실 사무실과 유사한 공간을 이동하며 함께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거나 휴게실에서 개인적인 대화를 하는 등 현실 업무와 유사한 근무를 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으로부터의 독립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는데 특히 인재 유치나 직무교육에서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첨단 디지털 분야는 인재유치 경쟁이 치열한데, 출근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인재를 채용할 수도 있으며, 디지털 트윈기반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멀리 떨어진 직원에게 새로운 장비 사용법을 시연할 수도 있다.

셋째,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는 방법과 창출하는 방식이 바뀔 것이다. 이미 메타버스에서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며 다양한 경제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제페토에서는 단편영화를 만들고 유튜브에 업로드하여 광고 수익을 창출하거나 건물이나 의상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로블록스라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개인이 메타버스에서 경제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인데 이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가치의 창출과 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아날로그 현실세계의 물건은 유일하며 디지털은 자유로운 복제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NFT(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토큰)가 등장하면서 메타버스에서 디자인한 공간이나 의상도 더 이상 복제가 안 되는 유일한 디지털 자산으로서 명품처럼 그 희소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메타버스가 가져올 변화는 다양하며 근본적이다. 20세기 말 인터넷이 우리의 삶과 기업의 비즈니스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듯 메타버스가 제2의 인터넷 혁명을 가져올지 모를 일이다. 메타버스가 가상현실,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5G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복합체인 만큼 민간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뽐내고 메타버스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요소기술에 대한 국가의 전폭적 지원과 적극적인 규제개선이 필요하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 과학기술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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