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7만명'.. 오미크론 유행 한창 일본엔 무슨 일이?

강구열 입력 2022. 1. 27. 08:38 수정 2022. 1. 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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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해 11월 30일이었다. 그 즈음 일본의 하루 확진자수는 100명대. 이전과 비교해 드라마틱하다 할 정도로 상황이 좋아져 원인이 무엇인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출현은 또 한번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었다.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일일 감염자수는 금세 7만 명을 넘어섰다.

오미크론 변이 확인 이후 두 달도 안되는 사이 일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일일 감염자가 1만 명을 넘어서며 오미크론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우리가 직면해야 할 상황일 수도 있어 주목된다.   

◆환자 이송 곤란 사례 역대 최대…의료체계 위기

의료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진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구급차가 코로나19 감염자 뿐만 일반환자를 포함한 모든 환자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구급반송곤란사안’)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27일 NHK, 아사히신문 등 일본 주요언론에 따르면 소방청이 집계한 지난 17∼23일 1주일간 구급반송곤란사안은 4950건으로 최다치를 기록했다. 직전 1주일(10∼16일)에 4151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를 다시 넘어선 것이다. 소방청은 환자 수용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기 위해 4번 이상 문의하거나, 현장에서 30분 이상 지체하는 사례를 1주일 단위로 조사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코로나 환자를 위한 병상을 늘려온 것이 (코로나 감염자가 아닌) 구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일반병상의 감소로 이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지난해 5차 유행 당시의 경험을 교훈삼아 코로나 환자용 병상을 늘리기는 했으나 이마저도 위태롭다. 예외없이 병상사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도쿄의 경우 25일 기준으로 39.8%에 이르렀다. 50%가 되면 긴급사태선언 발동 요청을 검토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의료체계의 부담이 한층 높아진 상황과 감염력은 높으나 중증화 위험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을 감안한 대응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의료기관이 중증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40세 미만 중 기저질환이 없고 두 차례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진찰 없이도 재택치료를 허용하기로 했다.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밀접 접촉자는 검사를 받지 않아도 확진된 것으로 보고 치료를 시작하도록 한는 등의 조치도 내놨다. 

의료기능 외의 사회필수기능이 위축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홋카이도 코시미즈정(町)에서 공무원의 집단감염이 발생해 통상 인원의 4분의 1인 20명만 출근하고 있다. 창구업무 접수는 청사 로비에서 하고, 9개 과는 전화로만 민원에 대응하고 있다. 

도쿄의 한 여성이 오미크론 변이의 강한 전염력을 경고하는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감염 사례 시스템 입력에만 10일, 과부하 걸린 방역 최일선

감염자 확인과 관련 기초정보 수집과 입력, 감염자 건강상태 체크, 밀접접촉자 추적, 요양시설 조정 등….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활동들이다. 이런 업무를 담당하며 방역의 최일선에 서 있는 곳이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소다. 다른 부서에서 인력을 지원받아가면서까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관련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오사카부 히라카다시는 지난해 5차 유행 당시 가장 많았을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00명의 감염자가 매일 발생하자 보건 업무 담당 직원을 평상시의 2배인 120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업무가 폭증해 감염자에게 처음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하기까지 하루를 넘기기도 한다. 자택치료를 할지, 지정된 요양시설로 옮길 지를 결정하는 데만 1주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요미우리신문이 14개 보건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신규감염자 관련 정보를 웹시스템에 입력하지 못하는 ‘미처리 케이스’를 갖고 있는 곳이 12곳에 달했다. 13일에 접수된 감염 사례가 24일에야 입력된 것도 있다. “각 지자체가 신규감염자수를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수는 더 많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들은 일부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거나 다른 부서 직원을 임시로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도쿄 에도가와구 구청장은 “총무부문 등 창구업무가 없는 부서를 축소하고, 지원 인원을 늘리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3차 접종률 2.1%, OECD 가입국 중 최저  

“전혀 진행이 안되고 있지 않나. 더 속도를 낼 수 없나”

이달 중순 관저에서 보고를 받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드물게 언성을 높였다. 전날보다 백신 3차 접종 건수가 1만 회 정도밖에 늘지 않았던 점에 화가 났던 것이라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총리 관저에서 발표한 자료를 기초로 “25일 기준 3차 접종률은 (전체 인구 대비) 2.1%에 불과해 정권 내에서 초조함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3차 접종은 2차 접종 후 8개월이 지나야 할 수 있도록 간격을 뒀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확산세에 방침을 바꿨다. 하지만 3차 접종률은 좀체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까지 1469만 명에게 접종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5일 기준으로 접종완료자는 26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도쿄신문은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 2.1%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 최하위”라고 보도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야당은 “1일 접종 회수가 지난해 5차 유행 정점 당시의 10%에도 못미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접종 간격 변경에 대해서 “처음부터 전체 대상자를 6개월 간격으로 했다면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의 의료종사자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가장 먼저 직격탄 맞은 오키나와는 감소세

전국적인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염자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곳도 있다. 지난해 말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 중 하나인 오키나와다. NHK는 오키나와 코로나19 역사조사팀의 조사를 인용, “지난 23일까지 1주간 신규감염자는 8289명으로 오키나와 전체 감염자는 감소로 전환하고 있다”며 “20대, 30대가 이번달 초에 감소경향이 나타났고, 중순 이후에는 40대, 50대도 감소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고령자 감염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달 들어 16일까지 감염자는 1만6840명인데 19일 기준으로 입원환자 중 70대, 80대의 비중은 60% 이상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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