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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영화 속 치과의사, 바람둥이男 vs 도도女

전승준 입력 2022. 01.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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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38)

여러분은 치과, 치과의사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어릴 때부터 치아가 약해 치과에 자주 가야만 했고, 현재 치료를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생활하면서 다른 일반 병원보다는 치과에 대한 생각을 덜 하게 될 것입니다. 검진 방법이나 건강관리법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뉴스나 기사가 제공되지만, 치과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생각이 날 때마저도 아주 어릴 때부터 친숙하게 돌보아주던 치과 선생님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치과나 치과의사의 이미지는 그리 밝고 다정한 모습과는 다른 느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과의 이미지는 생각보다 밝지 않다. 부정적인 모습이나 정적으로 진료하면서 지내는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 pixabay]


최근에 온 가족이 흥미롭게 즐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드라마가 전개되는 중에 여러 가지 의사라는 본연의 입장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에 대해 각본이나 연출을 워낙 잘해 그런지 내가 환자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게 되고, 생명이 걸린 수술장면은 꽤 실감 나게 표현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의학 드라마나 영화는 많았고 물론 그중에서 악역을 하는 의사의 캐릭터도 있었지만 주연들 대부분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해 환자를 위한 멋진 모습으로 그려져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치과의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나 영화는 떠오르는 것이 없고, 또 간혹 떠오르는 중에서도 치과의사는 그리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아주 어릴 때 ‘마라톤 맨’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독일 나치의 치과의사가 유대인을 고문할 때에 마취도 안 하고 치과 드릴로 치아를 갈아대는 섬찟한 장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덴티스트’라는 영화에서는 치과의사가 공포의 악역으로 나오며, ‘닥터봉’이라는 한국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얼마 전에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에서 여자 치과의사가 주인공으로 전반적인 배우들의 열연과 영화 같은 영상미가 한몫하면서 인기를 얻었지만, 직업의 전문성이 부각되지는 못했습니다. 의학 드라마처럼 전문적인 직업 그 자체와 관련된 에피소드보다는 성격 묘사가 주를 이루며 비교적 개성 넘치는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의사 선생님의 모습을 나타낼 때는 흰 가운에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 환자들을 돌보느라 동분서주하면서 땀 흘리는 모습 자체가 멋있습니다. 흰 가운을 입고 있으면 마치 슈퍼맨이 되어서 인류를 구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이에 반해서 치과의사는 거리감, 보안경과 마스크, 그리고 드릴이 주요 포인트였던 듯합니다. 이런 외부의 부착물이나 도구부터가 치과의사의 이미지를 환자와 약간 거리감 있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보다 가까이 보살펴주는 그런 모습이라기보다는 일단 환자와 벽을 치고 거리감을 두고 진료는 뭔가를 갈아내고, 때우고 하는 등의 기술적인 것을 하는 그런 것 말입니다.

치과의사는 독한 약품이나 중금속 합금에 자주 노출된다. 따라 보안경과 마스크를 필수요소로 착용하는데 종종 이 모습이 환자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사진 pixabay]


그런데 이런 장비와 도구 부분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외부의 인식과는 달리 치과의사는 상당히 몸이 고된 직업으로, 장시간 환자의 입속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목이나 허리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세를 똑바로 하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좀 꼿꼿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치과 진료실에서는 매우 빨리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절삭기구를 비롯해 고압의 에어와 물을 사용하다 보니 환자의 구강에서 비말이 공기 중으로 많이 튀게 되고, 삭제된 치아나 재료의 가루나 조각도 간혹 공중으로 튀게 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래서 이런 조각이 눈에 들어가게 되는 사고와 이로 인한 부상도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절반에 가까운 치과의사들이 매달 눈에 뭔가가 들어가는 사고를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하는데,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작은 가루나 액체방울까지 고려하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보통 의사와는 달리 독한 약품이나 중금속 합금에 자주 노출되는 것 또한 건강이 나빠지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에는 더욱 보안경과 마스크를 필수 요소로 반드시 착용하고 진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치과의사라는 캐릭터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에피소드로 부각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치과 치료 자체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방송 작가는 “병원 이야기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직업이므로 수술실에서의 장면, 응급실에서 긴박한 모습과 선택의 과정 등 어쩌면 그 자체가 드라마틱한데 치과의 경우에는 진료 모습 자체가 가만히 앉아서 이루어지는 너무나 정적인 장면이므로 그 내용을 주제로 극을 구성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는 사람의 흥미 유발을 위해 영화나 TV에서 등장하는 치과의사는 다소 튀거나 부정적인 이미지 묘사가 주를 이루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남성 치과의사는 능력이 있지만, 철부지거나 바람둥이 등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며, 여성 치과의사는 엘리트의 정석으로 묘사되지만 도도하고 냉철한 성격을 보여주면서 대인관계에서 불편감을 주는 이미지를 주로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선입관이 생기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특정 직업의 주인공이 멋진 모습을 보이는 드라마나 영화가 성공하면 그 캐릭터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면서 호감을 가지게 되고, 그 직업을 향해 도전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영향으로 현재의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환자들이 말하는 치과의사가 하는 거짓말이 첫째는 “안 아플 거예요”, 둘째는 “거의 다 끝났어요. 조금만 참으세요”라고 하는 이야기에서 얼마나 치과에 불신을 가지고 있으면 그럴까 하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매스컴에서 전달되는 부정적인 치과의 모습도 분명히 일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리 넓지 않은 진료실에서 정적이고 한정적으로 진료하면서 지내는 이미지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본받고 싶은 훌륭하신 치과 선생님이 매우 많습니다. 이를 많은 분에게 알려드리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이상적인 치과의사의 모습은 환자의 구강관리를 잘 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며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치과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런 치과의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 보겠습니다.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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