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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힙한 동네 한가운데 '제로웨이스트 가게'

한겨레 입력 2022. 01. 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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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임지선의 브랜드로 공간 읽기]임지선의 브랜드로 공간 읽기 : 친환경 공간
카페·식료품·잡화점 등
포장재 줄이고 세제 리필
뜨는 동네 뜨거운 장소로
서울 종로구 서촌 ‘얼스어스’ 내부. 최근 제로웨이스트 숍·카페 들은 좋은 뜻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매장 디자인과 질 좋은 식음료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탠크리에이티브 제공

이에스지(ESG) 경영이 하루걸러 뉴스에, 신문에, 잡지에 등장한다. 작은 세제 하나 구매하는 데도 이에스지 경영을 하는 회사라는 누리집 문구를 읽으며 아, 정말 이에스지가 대세긴 대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스지 경영은 환경(Environmental) 보호, 사회적(Social) 기여, 지배구조(Governance)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투자가 되도록 사회책임경영을 하는 것 또는 그 시스템을 말하는데, 브랜딩에서도 관련 논의가 아주 뜨겁다. 많은 브랜드가 지구의 다른 생물체를 배려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브랜드의 미래를 꾸준히 연구해왔다.

제로웨이스트 공간의 탄생

생태(이콜로지·ecology)를 뜻하는 접두어 ‘에코’(Eco)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에서 왔다고 한다. 오이코스는 집, 세간, 살림을 뜻하는 단어로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을 품고 담는 하나의 집이고, 우리는 그 안에 어울려 사는 존재들이라는 해석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쓰레기가 될 포장이나 자재를 최소화하고 재사용하는 ‘제로웨이스트’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작고 야무진 한개 한개의 제로웨이스트, 친환경, 비건 브랜드들이 뭉치고 합쳐 유의미한 키워드를 수면 위로 드러내 담론화했고, ‘제로웨이스트 공간’이라는 물리적 장소를 우리에게 각인시켰다. 이 공간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비거니즘 실천, 지역공동체의 교류, 동물과 인간의 상생, 로컬 브랜드의 소개와 자립 등 거시적인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장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공간들은 대체 어떻게 이 여러 의제를 성공적으로 브랜드화하여 실현하고 있는지, 아래의 사례들로 살펴보자.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작고 아담한 가게 ‘순환지구’ 전경. 임지선 제공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작고 아담한 가게 ‘순환지구’는 제로웨이스트 숍이자 빈 용기에 내용물을 채워주는 ‘리필스테이션’으로, 식품 및 세제를 소분해 파는 숍이자 비건 식료품 숍이다. 무포장 가게임은 물론이고 일회용기 사용을 지양하며 본인이 가져온 용기에 식료품, 세제 등을 담아갈 수 있게 한다. 깜빡하고 들것을 가져오지 않으면 친환경 소재의 장바구니나 주머니 구매를 권한다.(에코백도 너무 짐스럽다며, 담아가고 다시 쓰기 좋은 가벼운 주머니를 권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벽 한편에는 공유 공구도 있어 레이저 줄자나 실리콘 총, 망치와 테이프도 굳이 구매하지 않고 빌려가 쓰길 권장한다.

기호에 의한 선택보다 생활에 꼭 필요한 천연 수세미와 천연 주방비누를 몇개 사 왔다. 나름 친환경 세제를 쓰고 있지만 리필 세제를 담는 플라스틱 통이 내심 걸렸는데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 기분이었다.

‘동네’를 만드는 가게들

서울 종로구 서촌의 카페 ‘얼스어스’(Earth Us)는 이름부터 편안하다. 지구와 우리. 지구를 위하는 일이 곧 우리를 위하는 일이라는 뜻에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종이 냅킨 대신 손수건을 준비해주고, 일회용품 빨대나 스푼이 아닌 나무 스푼을 내놓는다. 당연히 포장은 다회용기에만 가능하다. 케이크, 베이커리류는 손님에게 다회용기를 가져와야 한다고 요청하기가 쉽지 않은데, 간편한 일회용기로 포장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지구를 먼저 생각하는 가게의 결정이 돋보였다. 그런데 맛이 또 상당하다. 맛과 공간의 멋, 거기에 환경에 대한 생각까지 챙겨주니 들르는 마음마저 가볍다.

서촌 얼스어스의 내부. 최근 제로웨이스트 카페들은 식음료 수준도 상당하다. 탠크리에이티브 제공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아토모스’. 사진 임지선 제공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보틀라운지’와 성북구 성북동의 ‘아토모스’는 제로웨이스트 숍 앤 카페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카페이자 작은 브랜드들을 판매하기도 하는 리필스테이션 가게이다. 특히나 이 두곳은 베이커리와 커피가 훌륭하다. 아토모스는 지속가능한 커피 문화를 실천하는 뉴욕 브루클린의 파트너스 커피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으며 보틀라운지는 베이커리와 디저트를 모두 비건용으로 만든다. 두곳에 머무르며 커피를 마시는 내내 동네 길고양이며 동물 친구들이 놀러 왔다. 그날 해 먹을 식료품을 사고, 세제를 리필해 가는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풍경도 이어졌다. 제로웨이스트 브랜드 공간이 갖는 특별함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단순한 판매와 소비를 넘어서 더 큰 범위의 사람과 지역, 사회를 만들어 인간과 다른 생명도 오래오래 어울리게 하는 것.

‘친환경, 비거니즘,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예전에는 어딘가 모르게 품질이 떨어지거나, 디자인이 별로이거나, 힙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면 이제는 다르다. 패키징부터 디자인까지, 브랜딩에 담아내는 메시지와 이를 홍보하는 마케팅 수준도 높고 힙하다. 자기 공간을 갖지 않은 수많은 친환경-제로웨이스트 브랜드들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솜씨를 풀어내고 있다. 코스메틱부터 패션, 식음료까지 친환경의 메시지를 만들고 실천하는 감각이 뛰어나다. ‘제로웨이스트’ 태그가 붙어 있는 브랜드를 고르고 그곳에 가는 것은 이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친환경 태그가 붙은 브랜드나 장소에 되레 시선이 가고 마음이 간다.

임지선 브랜드 디렉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보틀라운지’에서 만난 동물 친구. 커피를 마시는 내내 사람들이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풍경도 이어졌다. 임지선 제공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보틀라운지’의 야채 판매대. 임지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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