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문화일보

<시평>北에 이겼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기자 입력 2022. 01. 27. 11:41 수정 2022. 01. 2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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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장

최근 北 도발은 文정권 내치기

종전선언은 씁쓸한 평화 애걸

5大 대북 환상 전면 재고할 때

북핵은 협상용 아닌 南 제압용

대화 제스처는 시간벌기 전술

과감한 핵 억지력 강화 불가피

북한이 최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회의적임을 시사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권에도 더는 기대할 게 없다는 입장 표명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북한과의 평화 협력을 위해 종전선언에 매달리는 문 정권을 보면 애처롭기 짝이 없다. 왜 우리가 북한에 평화를 애걸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도 북한과 관련해 오랫동안 품어 온 환상이나 기대 섞인 희망을 근본적으로 재고(再考)할 때가 됐다.

첫째, 북한에 이겼다는 환상을 걷어내야 한다. 우리가 체제 경쟁에서 이겼고, 경제력에서 40배에 가까운 우위를 확보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북한의 비대칭 전력 개발로 인해 군비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ICBM,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들은 우리가 오히려 따라잡아야 할 처지가 돼 버렸다. 경제와 달리 안보는 한 방에 국가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둘째, 북한의 신무기 개발이 김정은 정권 자위용이나 한·미와의 협상용이라는 제한적 목적을 가졌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핵과 미사일 개발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논리는 어느샌가 북핵을 용인하는 논리로 둔갑했다. 북한의 자위용이라면 지금도 계속 핵과 미사일, 그리고 첨단무기를 고도화시킬 이유가 없다. 북한이 미국 등 동맹국의 지원을 차단하고 한국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가기 위해 공세적으로 무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져야 당연하다.

셋째,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 언젠가 비핵화할 것이라는 환상도 재고해야 한다. 북한이 하겠다는 비핵화에는 이중 잣대와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라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정당화하는 가운데 한·미 동맹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를 얻어내겠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비핵화의 조건들은 결국 한국은 약하게, 자기네는 강하게 만들겠다는 역공세의 일환이다.

넷째, 북한의 대화와 평화 공세는 진정성이 있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북한은 신무기를 개발하고 도발을 해서 한반도의 긴장을 한껏 높인 다음, 평화 공세를 통해 안심감을 주고 보상을 추구한다.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은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일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도발-협상-철수’의 도돌이표를 찍으면서 군사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평화는 트로이의 목마에 가깝다.

다섯째, 국제사회는 북한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도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한다. 철저한 진영 논리로 북한을 감싼다. 미국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을 위한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냉철한 현실주의에 입각한 대북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간단히 말하면, 굴종적 평화 노선을 버리고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굴하지 않으려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확장억제를 확고히 해야 한다. 핵과 신무기의 위협에 대해 당장 우리의 힘만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국의 핵 억지력이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데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훈련 및 대응 체제를 확고히 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국방력을 빠르게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국형 북핵 미사일 대응체제를 조속히 강화하고, 북한을 압도할 수 있는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한국을 건드리면 몇 배의 응징을 받을 것이란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옹호해 주고 더불어 행동할 수 있는 우호국들을 늘려 가기 위한 적극적인 네트워크 외교를 펼쳐야 한다.

북한을 무찌르거나 붕괴시키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북한에 무시당하지 말고, 뒤통수 맞지 말고, 위협에 휘둘리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북한에도 당당할 수 있는 튼튼한 안보가 우리의 힘이자 국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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