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설 선물의 변천

도재기 논설위원 입력 2022. 1. 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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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해 설 명절 연휴에는 지난해보다 800만명이 늘어난 2870만여명이 이동한다고 국토교통부가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설 명절 당시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려는 귀성객들의 모습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모든 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는 게 있다고 한다. 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이란다. 그만큼 우리는 세상의 변화, 세상에 대한 내 인식의 변화 속에 살아간다. 물론 인간의 죽음처럼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변하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 정체성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풍경도 많이 변했다. 삼국시대에 설과 관련된 기록이 있으니 1500여년의 세월 속에 어찌 변하지 않으랴. 농경시대에 설은 한식·단오·한가위와 함께 4대 명절이었다. 설날인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15일 사이에 윷놀이·연날리기·쥐불놀이 등 다채로운 민속놀이가 펼쳐졌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복과 건강, 공동체의 안녕도 기원했다. 산업화를 거쳐 4차 산업혁명에 이른 지금은 민속놀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공동체 결속력보다 개인 욕구가 중요해진 시대에 따른 변화이다.

올해 설 선물 판매에서도 몇 가지 변화가 감지된다. 전체 수량이 늘어나고, 고가의 선물 판매 증가가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사태로 만남을 선물로 대신하고, 농수산품 선물가액 범위를 20만원으로 올린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안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그런데 당근마켓·중고나라 등의 저가 선물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소득 양극화에 따른 설 선물의 양극화인 셈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른 소비 형태와 온라인 거래의 확대, 친환경·저탄소 상품의 득세 등 새로운 추세도 눈에 띈다.

설연휴를 맞아 2877만명이 이동한다고 한다. 여행 등 여러 이유도 있지만 귀성객이 상당수다. 설날 풍경은 변해도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는 발길은 여전한 것이다. 기층문화의 끈질긴 생명력이라 할 수 있다. 선물 주기로 유명한 이해인 수녀의 10가지 ‘선물 주기 방법’ 중 하나는 ‘선물 속에 꼭 마음의 글을 적은 메모를 넣는 것’이라 한다. 선물의 형태·내용은 변해도 변하지 않아야 할 주고받는 선물의 본질, 즉 소중한 마음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그런 선물을 주고받는 설이면 좋겠다. 나아가 각자도생의 팍팍한 삶 속에서 저마다의 뿌리인 고향과 부모님을 통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성찰하는 시간이면 더 좋겠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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