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집단감염 진앙지 될 수도.." 코로나 진료예고에 떠는 동네병원들

최정석 기자 2022. 1.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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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미크론 확산세에 대응해 동네 병·의원들이 코로나19환자를 직접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동네 병·의원 검사·치료체계 이행계획'을 발표한 28일 서울 구로구 애경내과의 이인수 원장은 정부의 대응책을 이렇게 평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네 병·의원을 코로나19 진료에 참여시켜 의료 역량을 확충한다는 방향성 자체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공간 부족으로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환자의 대기 장소, 진료 공간을 분리할 수 없거나,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 병·의원 오히려 집단감염 진앙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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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대응 재택진료 병의원 가보니
"동네 병·의원, 집단감염 온상지 될 수도"
환자 간 동선 분리 문제 해결책 찾아야
동네 병·의원 간호사, 환자 모두 "불안해"
28일 이인수 구로 애경내과 원장이 전화로 재택치료 환자 증상을 확인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동네 병·의원들을 마구잡이로 코로나19 대면 진료에 동원했다가 오히려 동네 병·의원이 집단 감염의 온상지가 될 겁니다”

정부가 오미크론 확산세에 대응해 동네 병·의원들이 코로나19환자를 직접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동네 병·의원 검사·치료체계 이행계획’을 발표한 28일 서울 구로구 애경내과의 이인수 원장은 정부의 대응책을 이렇게 평했다.

◇ “코로나 환자와 일반환자 동선 분리 안 돼”

서울시 구로구의사회장을 지낸 이 원장은 지난 21일 시작한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에 가장 먼저 참여했다. 그런 그가 코로나19 환자 대면 진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 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동네 병·의원의 위치나 구조적 특성을 생각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근린생활시설에 입점한 동네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진료하게 되면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짚었다.

이날 방문한 애경내과는 소형 빌딩 4층에 자리 잡고 있어 거의 모든 환자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빌딩 복도에서 애경내과로 들어가는 입구는 하나뿐이라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환자의 동선을 구분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

의료진과 환자가 직접 만나는 진료실에는 외부로 뚫려있는 창문이 없어 환기조차 쉽지 않다. 이 원장은 “동네 병원 중에서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환자의 동선, 대기 및 진료 장소를 완벽히 분리하면서 환기 시설까지 갖춘 곳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애경내과가 위치한 빌딩 4층 복도 모습. 애경내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하나로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환자 동선을 분리할 수 없는 구조다. /최정석 기자

◇ “확진자 방문하면 병원 닫아야 하는데…불안”

하지만 당장 다음 달 3일부터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전국 413개소 호흡기전담클리닉 등 지정된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게 된다. 정부는 이날 코로나 환자 치료에 대해 “전국 1000여개 의료기관에서 시행 가능하다”고 밝힌 상태다.

이 원장은 “정부가 마치 전국 모든 병·의원이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어 실제 확진자가 진료 목적으로 방문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강한 전파력을 감안하면, 코로나19 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 안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현행 방역체계에서는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그 병원은 14일가량 문을 닫아야 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간호사들도, 일반 환자들도 코로나19 대면진료에 대해 불안해했다. A간호사는 “감염자가 생길지 모르는데, 우리처럼 작은 의원들이 코로나19 대면 진료에 뛰어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은 장모(25)씨도 “만약 이곳이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받기 시작한다면 감염 우려 때문에 당분간 방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네 병·의원을 코로나19 진료에 참여시켜 의료 역량을 확충한다는 방향성 자체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공간 부족으로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환자의 대기 장소, 진료 공간을 분리할 수 없거나,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 병·의원 오히려 집단감염 진앙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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