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현장 구조대원들 "구조견 소백이가 이상반응..실종자 직감했다"

강은·강현석 기자 2022. 1. 2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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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지난 25일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중장비 없이 맨손 작업이 난관
“힘들지만 한 곳이라도 더 갈 것”

“가족들이 얼마나 애타겠어요. 실종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18일째인 28일.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 김성환씨는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8년차 119특수구조대원인 김씨는 지난 13일 충북 충주에서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와 구조견 ‘소백’은 지난 25일 아파트 27층에서 건물 잔해에 매몰돼 있는 실종자 1명, 지난 14일 지하층에서 숨진 채 발견된 노동자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씨는 구조견 체력 등을 고려해 나흘에 한 번 정도 사람 체취가 사라진 새벽에 1~2시간씩 수색을 진행한다. 처참한 현장에서 구조견과 함께 벌써 2주 넘게 콘크리트 더미를 헤집고 있다. 실종자를 찾은 27층 가구의 안방은 붕괴 때문에 출입구가 막혀 있었는데, 소백이가 벽쪽을 향해 크게 짖었다. 이에 대원들이 석고벽을 뚫고 내부를 확인했다. 김씨는 “소백이가 이상반응을 보이자마자 직감적으로 거기에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구조견은 설연휴에도 현장을 지킨다. 그는 “한곳이라도 허투루 보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신축 중이던 39층 아파트가 23층까지 무너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화정 아이파크 사고 현장에서는 김씨처럼 전국에서 달려온 구조대원들이 건물 잔해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중앙119구조본부를 비롯해 인천과 대구, 대전, 울산, 전남 순천 등 전국 소방서의 베테랑 구조대원 600여명이 광주 현장으로 달려왔다. 해외 대형 재난 현장 파견 경험이 있는 전문 구조대원 14명도 합류했다.

사고 현장은 건축·구조 전문가들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고난도의 수색·구조 기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을 정도다. 고충건물 상층부 16개 층이 연쇄적으로 붕괴해 불안정한 건물은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기우뚱거린다.

구조대원들은 2교대로 진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1개조에 20∼30명씩인 구조대는 10㎏에 달하는 장비를 각자 짊어지고 아파트 27~29층까지 올라가고 있다. 붕괴 우려로 중장비를 사용하지 못해 삽으로 잔해물을 파내고 맨손으로 엉킨 철근을 잘라낸다.

이들의 노력으로 이번 주 들어 27층과 28층에서 실종된 노동자 2명이 발견됐다. 내시경카메라와 여진탐지기, 음향탐지기, 열화상카메라 등 각종 첨단장비도 총동원됐다. 구조대는 설연휴에도 수색·구조 작업을 이어간다.

구조대를 향한 시민들의 격려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손편지와 함께 간식 상자를 보내기도 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의 모임인 오월어머니회도 구조대원들에게 음식을 준비해 전했다. 광주 서구 사고수습본부는 “시민들과 식당, 기업 등이 현장 구조대원들을 위해 각종 물품을 기부하고 있다. 어려울 때 연대하며 함께했던 ‘광주정신’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강현석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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