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직원에서 구청 공무원까지 '회삿돈 횡령'..작심하고 빼돌리면 모른다

김효숙 2022. 1. 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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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억 횡령' 강동구청 공무원 구속 "77억 주식 샀다"..오스템 횡령 사건과 비슷
특가법상 횡령액 50억원 이상이면 가중처벌..횡령 범죄 5년새 8000건 이상 늘어
전문가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원인..금감원·은행 수상한 자금 흐름 즉시 통보해야"
"공직기강 무너진 것..계층상승 통로 주식·코인 투자 사회분위기에 공무원조차 휩쓸린 것"
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 김 모 씨가 26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스템 임플란트 횡령 사건에 이어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이 100억대 공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횡령 범죄가 최근 5년간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융권과 회사 내부 시스템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김모(47)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동구청 투자유치과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2019년 12월 8일께부터 지난해 2월 5일께까지 115억원 상당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전에 서울도시주택공사(SH)에 공문을 보내 기금관리용 계좌 대신 출금이 가능한 자신의 구청 업무용 계좌로 폐기물처리시설 건립기금을 입금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빼돌린 돈 중 38억원은 구청 계좌에 돌려놨으나, 나머지 77억원을 주식에 투자해 전부 손실을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담당 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한 '오스템 임플란트 횡령 사건'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스템 임플란트 재무관리 이모(45)씨는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아 지난 14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씨도 2215억 가운데 대부분을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단독 범행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가족 공모 가능성 등을 추가로 수사 중이다.


현행 특가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대법원의 횡령범죄 양형기준은 300억원 이상 범죄의 경우 기본 5~8년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어 대개 중한 형을 받는다.


그럼에도 횡령 범죄는 최근 5년간 증가 추세다. 국가통계포털(KOSIS)이 공개한 경찰청 의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횡령 범죄는 2016년 5만2069건, 2017년 5만2610건, 2018년 5만7172건, 2019년 6만819건, 2020년 6만539건 발생했다. 5년새 8000건 이상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거액 회삿돈을 횡령할 수 있는 배경엔 법적 허점보다는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곽준호 형사전문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피해 금액이 커서 주목을 받지만, 사실 이중·삼중 회계 확인이 어려운 중소기업에서는 경리, 회계 직원이 회삿돈을 빼돌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업무상 횡령은 특가법에 따라 횡령액이 50억이 넘어가면 가중 처벌되고, 이를 막기 위해 외부 감사도 진행되지만 수시로 장부를 확인 하는 시스템이 없으면 담당 직원이 작심하고 빼돌리는 행위를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과 은행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는 즉시 알리는 통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고객 보호를 해야 하는 은행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이 공금 계좌에서 얼마 이상 인출 시 즉시 법인에 알리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일반인에게도 카드 사용이 수상쩍으면 바로 알려주면서, 금융 시스템이 수십억씩 수차례 빠져나가는 상황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알리지 않아 막을 수 있는 범죄를 못 막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공직사회에서조차 횡령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공직기강이 그만큼 무너졌다는 질타가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이 횡령하는 금융범죄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지만 공무원이 100억대 횡령 범죄를 저지른 건 공적 의무와 사적 이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 만큼 공직사회 기강이 무너진 것"이라며 "최근 계층상승 통로로 주식과 코인 투자에 빠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공무원조차도 휩쓸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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