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자폭" 엄포가 중국의 침공 위협 낮출까 [대만침공 시나리오]

김광수 2022. 1.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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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대, 중국 대만 침공 위협에
"대만 TSMC  자폭" 해법으로 제시
중국 전쟁 명분·실리 없애는 강공책
반도체 해외 의존하는 중국 약점 노려
대만해협 긴장에 온갖 전쟁설 난무
시진핑, "조국통일" 강조  대만 압박
차이잉원, "굴복 않겠다" 결사 항전
차이잉원(가운데) 대만 총통이 21일 동남부 타이둥의 군사기지를 방문해 장병들과 주먹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결사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가오슝=EAP 연합뉴스
“둥지를 부숴라.”

미국 육군대학 계간지 ‘파라미터’가 지난해 말 ‘부서진 둥지 :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제시한 내용이다. 여기서 ‘둥지’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를 지칭한다. 만약 대만을 공격할 경우 TSMC를 초토화하겠다는 위협을 중국이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중국이 섣불리 대만을 군사적으로 장악하려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전리품을 없애라” 대만의 고육책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4일 남부 가오슝의 해군기지에서 열린 자국산 기뢰 부설함 진수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가오슝=EPA 연합뉴스

대만해협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는 하나, 해법치고는 상당히 과격하게 비친다. 논문 저자인 재러드 매키니 미 항공대학 전략안보학과장과 피터 해리스 콜로라도 주립대 교수의 근거는 이렇다. △대만의 반도체가 없으면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고 △그 결과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없어 △대만을 점령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전쟁 명분이 퇴색한다는 것이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양안 동포 공동의 염원”이라고 대만 문제를 규정했다. 하지만 대만과 통일을 이뤘는데도 챙겨야 할 전리품이 없다면 시 주석의 통치 정당성은 급격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TSMC는 지난해 중국 텐센트를 제치고 아시아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이에 논문은 “대만 당국이 TSMC 공장을 파괴할 자동 메커니즘을 갖춰 중국의 침공이 확인되면 먼저 초토화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중국이 대만에서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하고 미국 등 서구가 대중 제재로 금수조치를 내리면 중국 경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대만이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는 271조 원 규모로 중국이 대만에 수출한 반도체(84조 원)의 3배가 넘는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헛발질

차이잉원(가운데) 대만 총통이 지난해 9월 18일 밤 트위터에 올린 관저 만찬 기념사진. 전날 대만을 방문한 키스 크라크(왼쪽)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 장중머우 대만 TSMC 창업자와 나란히 서 있다. 트위터 캡처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미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 국내업체가 생산한 반도체는 전체 소비량의 5.9%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등 중국 진출 외국기업을 모두 합해도 15.9%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새로 시작한 최소 6개의 대규모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은 최소 23억 달러(약 2조7,427억 원)로 이 중 대부분은 정부에서 지원한 금액”이라며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단 한 개의 반도체조차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TSMC를 앞세운 대만은 승승장구다. TSMC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인 5㎚(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칩에 이어 올 하반기 차세대 3㎚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반도체 칩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성능이 높은 반면 전력소비는 적다. 3㎚ 칩은 5㎚ 칩보다 속도가 70% 빠르다. 지난해 10월 IC인사이츠는 “중국 공산당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만과의 통일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갈수록 빈번한 대만해협 무력시위

중국의 J-16, J-10 전투기와 폭격기 등 군용기 39대가 23일 대만해협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무력 시위를 벌였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이번 무력 시위는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사진은 작년 1월 14일 중국 저장성 닝보의 인민해방군(PLA) 기지에서 훈련 비행을 위해 이륙 준비 중인 J-16 전투기의 모습. 닝보=AP 연합뉴스

이처럼 대만의 ‘국민기업’ TSMC를 전쟁터 볼모로 내세우는 극약 처방이 거론될 정도로 대만해협의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무력 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사흘을 제외하고 중국 군용기 69대가 매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넘었다. 23일에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39대의 군용기를 투입해 대만 ADIZ를 무력화했다.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라던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은 연일 대만을 압박해왔다.

지난해 중국 군용기는 대만 ADIZ에 961차례 진입했다. 2020년 380회와 비교하면 2.5배나 많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정상회담에서 “불장난을 하다간 타 죽을 것”이라며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대만에 대한 종주권을 갖고 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이달 초 환구시보는 “올해 대만 ADIZ에서 작전을 수행할 중국 군용기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끊이지 않는 대만 침공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지난해 3월 하원 청문회에 제출한 전력 수치. 현재 이 지역에서 미군의 군사력이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2025년에는 중국이 능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지난해 10월 “중국이 2025년까지 대만에 대한 전면적 침략을 강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대만 붕괴는 민주동맹 체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국제사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앞서 3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필립 데이비슨 제독은 의회에 출석해 “중국이 6년 안에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좀 더 구체적인 전쟁 양상도 제시됐다. 로이터는 11월 미국, 일본, 호주, 대만 전문가 견해를 종합해 중국의 ‘대만 전쟁 6단계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중국 남부 푸젠성과 9㎞ 떨어진 마쭈섬 점령 △푸젠성 샤먼과 6㎞ 거리 군사요새 진먼섬 장악 △대만 주변 항공기·선박 출입 봉쇄 △대만 전면 봉쇄와 주일미군기지 공격 △중국 공군과 미사일 부대의 대만 공격 △중국의 전면 공격과 대만 상륙, 괌 미군기지 타격 순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미국, 일본, 호주가 대만을 도우려 참전하면서 동아시아는 전쟁터로 변한다.


단기전으로 끝내려는 중국

2025년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빨간색)과 미국(파란색)의 전력을 나타낸 그래픽. 중국이 양적으로는 월등히 앞선다. 인도·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 캡처

앞서 미 육군대학 논문은 “중국이 대만을 성공적으로 침공하기 위한 목표시한은 14시간”이라며 “반면 미국과 일본이 응전하는데 24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기간에 전세가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고착화될 경우 대만과 연합군은 상당히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행동을 부추길 만한 요인이다.

하지만 중국의 바람과 달리 실제 대만을 침공한다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국과 미국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어느 쪽도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을 향한 군사공격에 마침표를 찍지 못해 경제 봉쇄 강도를 높이고, 미국과 동맹국은 중국의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또 다른 지역에서 대결 전선을 형성하는 구도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7일 더 힐에 “대만 전쟁은 독일과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해 항복한 것과는 다른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격하는 중국이나 방어하는 대만과 미국 모두 상당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미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소속으로 2020년 ‘중국의 위협’ 책을 낸 이안 이스턴 박사는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점령하려면 1만 척의 상륙함과 45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며 “대만 침공으로 총 2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3차 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이잉원 “굴복하지 않겠다”

난세이 제도 이시가키섬 미사일 기지와 중국 주요 도시 간 거리. 그래픽=김문중 기자

차이 대만 총통은 지난해 10월 건국기념일(쌍십절) 기념사에서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는 “베이징 당국은 상황을 오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조국통일’을 내세운 시 주석의 발언을 정면으로 맞받아친 셈이다.

‘둥지 부수기’ 전략에 앞서 대만은 중국을 겨냥해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상대를 압도하진 못하지만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고슴도치’ 전략이다. 중국의 군사력 물량공세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중국 본토의 핵심시설을 타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2026년까지 미국에서 들여올 F-16전투기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자체 설계한 8척의 디젤 잠수함을 내년부터 차례로 진수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규모 중국 싼샤댐을 타격할 사거리 1,200㎞의 ‘대만판 토마호크’ 미사일 슝펑-2E 개량에도 나선다.

무엇보다 대만의 ‘믿을맨’은 미국과 일본이다. 양국은 지난해 말 미일 안보협의회(2+2)를 열고 “대만해협과 주변지역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난세이 제도에서 무기와 활주로를 포함한 군용장비의 공동 이용을 늘리기로 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오키나와 서남단 난세이 제도는 중국이 태평양 진출을 위해 반드시 돌파해야 하는 ‘제1열도선(일본~대만~필리핀)’과 맞닿아 있다. 길목을 지켜 중국을 포위하는 구도다.

특히 일본은 이곳에 4번째 미사일기지를 만들고 있는데, 올해 가동할 이시가키 기지는 대만과 고작 200㎞ 떨어져 있다. 또한 중국 상하이는 800㎞, 광저우는 1,000㎞ 거리에 불과하다. 기지에 배치한 미군 중거리미사일을 쏘면 상하이는 5분, 광저우는 6분 만에 타격할 수 있는 위치다. 가중되는 중국의 침공 위협에 맞서 대만이 둥지를 부수겠다며 ‘치킨게임’을 벌일지, 아니면 동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의 손과 발을 묶을지 두고 볼 일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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