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노트북 백업 안 하고 포맷 후 퇴사.. 대법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최석진 2022. 1. 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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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용 노트북에 담긴 자료들을 회사 공용폴더에 백업하거나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지 않고 포맷한 채 퇴사한 것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대한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원용해 업무용 노트북에 담긴 업무자료들을 회사 공용폴더에 백업하지 않은 채 포맷해 삭제한 행위도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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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제공.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업무용 노트북에 담긴 자료들을 회사 공용폴더에 백업하거나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지 않고 포맷한 채 퇴사한 것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8명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대법원은 "A씨 등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피해 회사의 경영 업무가 방해됐거나 방해될 위험이 발생했다"며 "적어도 미필적으로는 업무방해의 범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퇴사 직전에 회사의 공용폴더로 백업을 하지 않은 자료를 인수인계 없이 삭제한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대해 대법원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세력으로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도 이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또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자유의사나 행동을 제압할 만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그 결과 사람으로 하여금 정상적인 업무수행 활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폭행과 같은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는 경우 외에도 가게 출입문을 폐쇄하거나, 영업을 하지 못하게 단전 조치를 한 경우, 다수의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결근하는 경우에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대한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원용해 업무용 노트북에 담긴 업무자료들을 회사 공용폴더에 백업하지 않은 채 포맷해 삭제한 행위도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자동문 제조·판매업체 B사의 고위직으로 근무하다 퇴사해 원래 업체명에 영문 철자 하나만을 추가한 경쟁업체를 설립(부정경쟁방지법 위반)하거나, 퇴사 전 업무용 노트북에 담긴 개발 업무, 거래처, 자재구매 등 자료를 회사 공용폴더에 백업하지 않고 노트북 드라이브를 포맷에 삭제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B사 내규에는 매월 노트북에 있는 업무자료를 회사 공용폴더에 백업하도록 돼 있었지만 이들은 퇴사 전 3개월 동안 의도적으로 업무자료를 백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본부장으로 근무했던 C씨는 대표이사에게 지분권을 요구했다가 관철되지 않자 회사의 핵심 임직원들인 A씨 등과 공모해 모두 비슷한 시기해 퇴사한 뒤 B사와 같은 유형의 영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설립하고, 매우 유사한 영업표지를 제작해 사용했다.

1심과 2심은 "피해 회사(B사)의 영업 표지와 매우 유사한 영업 표지를 사용했고 이 가운데 3명은 업무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퇴사자 모두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또 "피해 회사가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영업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데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범행을 주도한 C씨에 대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는 등 자숙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돌리려 했다"며 검사의 양형부당 지적을 받아들여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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