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적자, 사상 최대치 갈아치웠다..정부 "2008년 금융위기와 달라"

세종=박성우 기자 2022. 2. 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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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무역적자, 48.9억 달러.. 14년 만에 최대치 경신
"2개월 무역적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오미크론·유가 90달러에 반도체 가격 하락
대외신인도 우려·원화약세 가속화 가능성
무역적자, 장기화 '우려'.. 정부는 "일시적 현상"

우리나라 무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입 무역수지가 48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66년 무역 통계 작성 후 사상 최대치다. 종전 최대치는 2008년 1월 40억4000만 달러 적자였다. 14년 만에 적자 규모 최대를 경신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도 14년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쇼크발(發) 고유가와 원자재값 급등 등 수입액이 수출액을 추월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월의 무역적자가 지속되거나, 적자 폭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WTI)가 이미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 88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경제·금융기관들은 유가가 최대 1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도 수입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사상 최대 무역적자에도 “일시적인 현상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수출 증가세가 유지하고 있어 경제 펀데멘탈을 우려할 상황을 아니라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지난달 1일 부산항 신항에 컨테이너 선박이 입항해 수출화물과 환적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최대 무역적자인데... 정부는 “일시적 현상”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2022년 1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수출입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수출액은 553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602억1000만달러로 35.5% 늘었다. 무역수지는 4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수출입 무역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달 무역적자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하는 배경은 적자의 대부분이 겨울철 에너지원 수입 증가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의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 금액 합계는 159억5000만 달러로 작년 1월 수입액(68억9000만 달러) 대비 90억 6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1월 무역수지 적자폭(-48억9000만 달러)의 두 배를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을 비롯해, 수출 호조에 동반한 중간재 수입도 확대되면서 1월 수입규모는 역대 2위의 높은 실적(일평균 수입은 역대 1위)을 기록했다. 산업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동절기의 높은 에너지 수요 등 계절적 요인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1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며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과 에너지 수입비중이 높은 프랑스도 최근 큰 폭의 적자를 발생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실제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도 에너지 수입이 증가하며 지난해 12월 5824억엔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에너지 수입국인 프랑스도 작년 11월 대규모 적자(-97억3000만 유로)를 기록했다. 미국도 11월 103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또 정부는 최근의 무역적자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어, 과거 금융위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위기 당시에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가운데, 적자가 발생해 수출이 장기적으로 둔화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반면, 최근 적자는 수출이 증가세를 있는 상황에서 수입증가율의 상대적 강세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산업부의 분석이다.

실제 2008년 11월 금융위기 당시에는 수출이 19.5%, 수입이 15% 급감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09년 1월까지 12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또 코로나19 위기 영향을 받았던 2020년 4월 수출은 34.5%, 수입은 15.8% 급감했고, 이후 6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다. 수출의 감소세가 수입을 압도하면서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작년 12월의 경우, 수출은 18.3%, 수입은 37.4% 증가했다. 수출은 2020년 11월 이후 15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품목·지역별 수출에서도 과거 적자 시기(금융위기, 코로나19)와 달리최근 우리나라 수출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며 선전하고 있다”고 했다.

수출입 통계 /산업부

◇ 2개월 만에 수출 증가율 ‘반토막’...국제유가 상승세 ‘주목해야’

그러나 코로나發 수요 폭발에 따라 증가한 수출 증가폭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전망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월 수출 증가율은 15.2%였다. 지난 11월 31.9%를 기록한 뒤 2개월 사이에 증가폭이 ‘반토막’ 난 것이다. 수출액 규모도 지난 11월 604억 달러에 비해, 8.4%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 증가는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5%나 급증했다. 수입액이 2개월 속 600억 달러대를 이어갔다. 특히 무역수지 금액이 급증했다는 것은 우려스런 점이다. 지난 12월 4억5200달러에 불과하던 무역적자가 한달 사이 48억8900만 달러로 한달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문사들은 고유가와 오미크론 변이 확산, 공급망 정상화 지연 등에 따르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33달러(1.53%) 상승한 배럴당 88.15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1.26달러(1.40%) 상승한 91.29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유가가 최고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한 2008년의 경우 무역수지는 3달을 제외하고 9달 동안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2008년처럼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새해 첫달 두 유종은 거의 17% 뛰면서 지난해 2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나타냈다. 공급부족과 동유럽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유가랠리가 이어졌다. 미국 경제기관인 모건스탠리는 2분기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WTI는 배럴당 97.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1월 적자의 주된 원인인 가스값 급등이 단시일에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인 우크라이나 전쟁위기가 단기간에 극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면 가스값 급등으로 인한 무역적자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아-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6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차량들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 지역의 훈련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가·오미크론 확산에 무역적자 장기화 ‘우려’

반도체 수출액 증가세의 둔화도 염려스런 부분이다. 지난해 11월 반도체 수출액은 120억3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0.1% 증가했다. 하지만 12월에는 120억7810만 달러로 금액은 늘었지만, 증감률은 35.1%로 둔화 됐다. 작년 1월에는 108억1700만 달러(24.2%↑)로 수출액과 증감률이 모두 둔화됐다. 이는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D램 고정물 가격은 지난해 7~9월 4.1달러에서 10~12월 3.71달러로 감소했다. 지난 1월에는 3.41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확산도 심상치 않다. 이미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지난 일주일간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4월 주간 570만명이라는 기록의 두 배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신규확진자수다 1만8343명을 기록하는 등 연인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어, 확진자수가 2~3만명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 확산에 국경 폐쇄 등에 나서면서 1분기 오미크론발 무역쇼크가 본격화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로 1월 원화 환율 약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전통적으로 원화 약세는 수출에 우호적인 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수입 물가 상승을 촉발시켜 국내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에 정부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미크론, 고유가, 공급망 교란 등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 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라면서 “무역적자는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당국은 각종 대외건전성 지표 흐름에 촉각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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