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 부린 국민의힘, 넙죽 받아들인 민주당

박성우 2022. 2. 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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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토론 무산, 2020년 위성정당 사태 떠올라

[박성우 기자]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오마이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의 양자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 채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양당의 TV토론 협상단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실무협상을 통해 '31일 양자토론'을 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사흘간 주제 선정과 자료 지침을 두고 양당 간의 공방이 오갔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토론을 통한 국민의 알 권리는 사라져 버렸다.

일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에는 양당 모두 책임이 적잖다. 시작은 국민의힘이었다. 지난 1월 26일 서울서부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은 각각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방송 토론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그러자 방송 3사는 31일에 양자토론 대신 4자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31일 국회 혹은 제3의 장소를 잡아서 양자토론을 개최할 것을 민주당에 제안한다"라며 꿋꿋이 '31일 양자토론'을 밀고 나갔다. 윤 후보도 "경선 때 다자 토론을 해 보니 상대에 대한 여러 생각 등에 대한 검증과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더라"라면서 "사법부에서 공영 매체가 초청하는 식은 곤란하다고 판결의 취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면서 양당 합의 사항은 이행하자"고 말했다.

전날인 26일에 밝힌 "국민이 대선 후보의 정견과 입장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어느 형식의 토론이든 상관없이 참여하겠다"라는 말을 180도 바꾼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택할 길은 명백해 보였다. 이미 법원은 양당의 후보만을 방송 토론에 초청하는 것은 초청받지 못한 후보들이 군소 후보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져 불공정하고 이는 방송사의 재량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 70%가 양자 토론이 아닌 다자 토론 방식을 찬성했다. 이처럼 법적 명분도, 여론상 명분도 없는 양자 토론을 하자고 몽니를 부리는 국민의힘 제안은 거절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후보는 윤 후보와 양자 토론도 진행하고, 4자 토론도 참석할 것"이라며 사실상 '31일 양자토론'에 동의했다. "4자든 5자든 법률이 정하는 상식과 합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방식의 다자 토론을 하면 좋겠다"는 이 후보의 방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 같은 양당의 행보에 심상정 후보가 "제2의 위성정당 사태"라고 비판한 것은 적절하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정당 지지 의사가 더욱 정확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더 나은 선거제도라는 대의에 '나 몰라라'로 일관한 정치적 무책임의 끝이었다.

그러자 민주당 역시 비례대표용 정당은 없다는 말을 뒤집고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그렇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는 양당의 기득권 쟁탈 과정에서 내팽개쳐졌다.

이번 양자 토론을 둘러싸고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법원 판단에 상관하지 않고 양자 토론을 고집하자 민주당은 명분을 지키며 거부할 수 있었는데도 양자 토론에 합의했다. 이 두 사안 모두 양당이 아닌 정당과 후보에 대한 공정성은 오간데 없다.

지금껏 양당 후보는 누가 질세라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왔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양자 토론이라는 본인들의 이해 관계가 닥치자 공정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서로 합의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본인들이 내세우는 가치조차 저버릴 정도로 욕심만 가득 찬 이들끼리 어떻게 협의와 양보를 통한 합의를 이끌어 내겠는가. 양당 후보는 지금도 반성은커녕 서로 남 탓이라며 책임 공방에 몰두하고 있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정치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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