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성장 원동력은 혁신조직..아이디어 좋으면 누구나 리더"

임현우/빈난새/이인혁 입력 2022. 2. 2. 17:56 수정 2022. 2. 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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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에게 듣는다
팀원 한 명 400억 프로젝트
CEO 결재 없이 추진 가능
평가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예금·대출·투자 진입장벽 낮춰
누구나 토스 찾도록 할 것
플랫폼 규제 속도조절 필요
올해 신용평가사 설립할 것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뒤로 ‘가족보단 스포츠팀처럼’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보인다.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며 치열하게 성장한다는 토스의 조직문화를 상징하는 문구다. 신경훈 기자


토스 창업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40)를 만난 것은 지난달 26일. 말끔한 슈트 차림으로 들어온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옷 좀 갈아입고 와도 되겠느냐”고 했다. 인터뷰 직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핀테크업계 간담회에 참석하느라 정장을 입긴 했는데,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근무복’인 헐렁한 니트로 바꿔입고서야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는 집무실 없이 직원들 틈에 책상을 놓고 매일 야근하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2015년 간편송금 앱으로 출발한 토스는 2100만 명이 가입한 ‘국민 금융 앱’으로 성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증권사, 보험판매회사, 전자결제(PG)회사까지 거느린 거대 금융그룹이 됐다. 이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슈퍼 앱’ 전략도 토스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올해 가장 집중할 경영 목표는.

“슈퍼 앱 전략을 토대로 스케일(덩치)을 더 키워야 한다. ‘토스 있으면 다 된다, 다른 금융 앱 없어도 되더라’는 경험과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줄 것이다.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이 출범하면서 남다른 예금 통장과 대출상품, 편리한 주식거래 경험까지 직접 줄 수 있게 됐다. 마이데이터는 2위 업체와의 트래픽 격차가 10배 정도 난다.”

 ▷20대의 80%, 30대의 68%가 토스 회원이다. 포화상태 아닌가.

“더 많은 국민이 토스를 쓰게 만드는 게 올해의 핵심 목표다. 청소년과 노년층도 쉽게 쓸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지방에는 아직도 돈을 부치려고 왕복 3시간을 들여 읍내에 나가는 어르신이 있다. 14세 미만은 은행 계좌도 쉽게 개설하지 못한다. 반드시 바꿔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연 2% 예금’과 ‘중금리 대출’로 돌풍을 일으켰다. 리스크 관리는 자신 있나.

“인터넷은행에 진출한 것은 진심으로 중금리 대출을 잘해보기 위해서였다. 토스뱅크는 1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했던 중신용자에게 2금융권보다 평균 5%포인트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2금융권보다 낮은 조달금리와 차별화된 신용평가가 경쟁력이다. 연 2% 예금 금리도 그래서 가능하다. 업계는 우리가 연 2% 예금 금리를 잠깐 유지하다 말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토스증권의 혁신 포인트는.

“국내 주식투자 인구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 증권 서비스도 헤비 트레이더와 고액 자산가 중심이다. 토스증권은 투자 첫 경험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목표다. 고객 저변을 넓히면 1인당 이익이 적더라도 다른 증권사만큼 이익을 낼 수 있다.”

 ▷혁신의 완결판은.

“금융산업에서 가장 많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조직문화라고 생각한다. 토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혁신을 이어온 원동력도 전적으로 조직문화다. 그걸 널리 인정받으면 미션 완성이다. 물론 직원의 70%가 지점에 있고 노조가 강력한 기존 은행과 토스는 다른 점도 많다. 하지만 기업이 좋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뽑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려면 문화가 필수다.”

 ▷토스 조직문화는 어떻게 다른가.

“유능한 개인을 모셔 의사결정의 전권을 준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리더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팀원 한 명이 6개월 동안 400억원을 쓰는 프로젝트를 최고경영자(CEO) 결재 없이 할 수 있다. 2020년 토스가 처음 출시한 재난지원금 조회 서비스는 한 직원의 제안에 동료들이 호응해 주말 동안 80명이 모여 이틀 만에 만들어낸 것이다.”

 ▷자율성을 보장하려면 정확한 평가와 보상이 전제인데.

“완전히 믿을 수 있을 만한 역량과 도덕성이 없다면 아예 채용하지 않는다. 모든 경영정보를 공유하고 실패해도 계속 기회를 준다. 피드백은 잔인할 정도로 과감하고 솔직하게 한다. 개인 고과나 팀 평가 자체가 없다. 성과급도 나를 포함한 전 직원이 똑같이 받는다. 철저하게 원팀이 돼 협력할 일밖에 없다.”

 ▷금융업의 추가 확장 계획은.

“올해 개인신용평가사(CB) 설립을 준비 중이다. 플랫폼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평가모델을 선보이려 한다. 예컨대 사업자금이 필요한 치킨집 사장님에게 배달의민족 등의 거래 데이터를 결합하면 기존 신용평가사에 비해 훨씬 포용적이고 정교한 신용평가가 가능해진다. ”

 ▷‘네카토(네이버·카카오·토스)’로 상징되는 빅테크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많다.

“토스는 빅테크가 아니다. 합당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솔직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논란이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핀테크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매출이나 이익이 지배적 사업자 수준은 아니다. 소비자 편익 관점에서 진흥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카카오뱅크·페이 상장 이후 핀테크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논란이 있는데.

“다른 회사를 평할 수는 없다. 토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해 8800억원쯤 된다. 매출의 15~20배를 기업가치로 인정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이고, 토스의 밸류에이션은 거기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용자 규모와 만족도를 중시하고, 기업가치에 집착하지 않는다. 우리가 꿈꾸는 일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투자금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산정될 뿐이다.”

 ▷창업 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2015~2016년께다. 핀테크는 규제 때문에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많아 국내 모든 벤처캐피털에서 거절당했다. 운영자금이 떨어져 마음 졸이는 주말이 반복됐고 ‘아, 이렇게 망하는구나’ 싶었다. 짧은 영어로 해외 투자자를 설득해보려 필사적으로 뛰었다.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싱가포르투자청, 세쿼이아차이나 등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에 오른 2018년께부터 해외에서 ‘한국에 투자한다면 토스’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렇다면 가장 기뻤던 순간은.

“아직 안 왔다. 누구나 금융이 필요할 때 토스를 가장 먼저 찾는 날이 오면 기쁠 것 같다. 5년 안에 그렇게 만들 것이다.”

임현우/빈난새/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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