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속 영구 자석 개발 日 과학자, 공학계 노벨상 수상
휴대폰과 컴퓨터, 자동차, 풍력터빈 등 현대 문명 곳곳에서 정보와 동력을 만들어낸 일본인 과학자가 ‘공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재단은 “일본의 사가와 마사토(佐川眞人·79) 박사가 네오디뮴-철-보론(Nd-Fe-B) 영구 자석의 분말 소결 제조법을 개발한 공로로 올해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지난 1일(현지 시각) 밝혔다.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은 공학 분야의 노벨상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2012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제정됐다. 격년제로 수상자를 발표하다가 올해부터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사가와 박사는 상패와 상금 50만파운드(약 8억원)를 받는다.
공학상 심사위원장인 존 브라운 경은 “이번 혁신 기술은 주머니 속 휴대폰에서 해안의 풍력발전기에 이르까지 다양한 곳에서 이용된다”며 “사가와 박사의 영구 자석은 끊임없이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공학의 정수를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네오디뮴 자석은 다양한 곳에 쓰인다. 자동차에서 창문세정액을 분사하는 펌프부터 ABS(잠김방지제동장치) 브레이크까지 곳곳에 들어간다. 병원의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와 스피커, 헤드폰에도 쓰인다.
네모디뮴 자석은 개인용 컴퓨터(PC) 시대 개막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볍고 작은 하드 디스크는 한정된 공간에 강력한 자기장을 전달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네오디뮴 자석은 하드 디스크에서 표면을 훑으며 정보를 읽고 쓰는 장치에 들어간다. 휴대폰과 전동 도구, 보석 잠금장치까지 일상 곳곳에서 네오디뮴 자석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풍력발전기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구현하는 데에도 핵심 재료로 쓰인다. 엘리자베스 공학상 재단은 전 세계 850만대 이상의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네오디뮴 영구 자석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공학상 재단은 네오디뮴 자석 시장이 2026년까지 193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사가와 박사는 “엘리자베스 공학상은 공학의 목적이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며 “공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인류의 당면 과제인 기후변화와의 전쟁에도 기여하고 그 공로로 이 상까지 받아 영광이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2012년 같은 공로로 일본국제상을 받았다.
도호쿠대 공학 박사 출신인 사가와 박사는 스미토모금속에 재직하던 1983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 처음으로 네오디뮴 영구 자석의 소결 공정을 발표했다. 당시 사마륨-코발트 합금이 가장 강력한 영구자석이었는데, 두 물질 모두 고가여서 보급이 어려웠다. 사가와 박사는 저렴한 철 기반의 영구 자석을 만들면 응용 분야가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철에 희토류 중 세 번째로 자원량이 많은 네오디뮴을 첨가해 새 영구 자석을 구현했다. 마지막으로 보론은 자성이 유지되는 한계 온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자동차 엔진처럼 고온에서 작동하는 곳에도 쓸 수 있게 됐다. 미국 과학자도 같은 시기 네오디뮴 영구 자석을 개발했지만 사가와 박사는 생산 공정까지 개발해 단독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공학상 재단은 밝혔다.
사가와 박사는 스미토모금속을 나와 인터메탈릭이란 회사를 세워 네오디뮴 자석 개량을 계속했다. 1990대 고온에서 자석의 성능이 급감하는 문제를 디스포륨을 첨가해 해결했다. 2012년에는 NDFEB주식회사를 세웠다. 최근에는 디스포륨 없이 자석의 성능을 유지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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