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흔들 '결정적 한방' 없었다..지지율 수성만 하나

송채경화 2022. 2. 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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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20대 대선 첫 TV 토론회 전문가 관전평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린 3일 여의도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부터)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에스비에스 화면 갈무리

지난 3일 열린 20대 대선 첫 티브이(TV)토론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대선 판도가 출렁일 정도의 결정적인 장면은 없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큰 실수를 저지른 후보도 없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만한 비전을 제시한 후보 또한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이재명, 대장동 의혹에 경직…위기관리 이미지는 명확”

토론에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선 의외로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책 리더십’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다른 후보들에게 집중 공격을 당하며 상대적으로 본인의 정책을 제시할 여유가 부족했다는 한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이 후보가) 경직된 표정과 함께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심상정 후보가 ‘투기 세력과 결탁한 것인지, 무능한 것인지’에 물으며 공격에 나서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대장동에 대해 집중 추궁을 한 것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대장동 의혹에서 ‘공공개발을 막은 건 국민의힘’이라는 (이 후보의) 논리가 설득력 있는 반박인지 모르겠다”며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도 맥이 빠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이 후보의 경직된 모습이 ‘위기 관리 능력’을 내세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대표는 “첫마디를 ‘위기입니다’로 시작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콘셉트로 시종일관 밀고 나갔다”며 “철저히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타기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일부 실수…과거보다 나아져”

‘정치 초년생’인 윤석열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유럽연합 택소노미에 대한 무지, 청약점수 만점을 대지 못하며 입길에 올랐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실수가 지지율 변동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 입문 뒤 연이은 실언으로 토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놨기 때문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윤 후보는 정치 경험의 부족으로 기대치가 낮았다”며 “소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윤 후보가 모든 분야에 걸쳐 공부를 열심히 하고는 있다는 느낌은 줬다”고 분석했다. 최창렬 교수도 “정책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그동안의 인식에 비해 상당히 선전했다”며 “공부를 많이 한 것 같고 과거에 비해 진전된 모습이나 자신감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안보를 강조하며 ‘사드 추가 배치’ 등 보수층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은 것은 ‘지지층 결집’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복경 대표는 “(윤 후보는) 사드 발언 등에 전혀 톤다운할 의지가 없었다”며 “대선 후보가 되고 난 뒤 국민의힘 지지층과 토론이라는 형태로 만나는 건 처음이다보니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우호적 지지층 결집을 1차 타깃으로 잡은 모습이었다”고 분석했다.

“안철수, 연금개혁 돋보였지만…‘대안’ 느낌 부족“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 연금개혁 논의를 이끄는 등 풍부한 콘텐츠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지지율 급등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 윤 후보를 대체할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창렬 교수는 “안 후보는 누구보다도 존재감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며 “학술 토론회가 아니기 때문에 정책을 얘기하면서도 전략적으로 대처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약해 보였다”고 말했다. 박성민 대표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보이지 않으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빠질 수밖에 없다”며 “지지율이 빠지는 추세를 제대로 지혈하지 못한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심상정, 노련하게 잘했지만…상승 효과 미지수”

대선 후보들 중 가장 많은 선거 경험을 가진 심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도 상대방의 허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노련함’을 보였다. 특히, 윤 후보로부터 부인 김건희씨의 ‘2차 피해 발언’에 대한 사과를 이끌어낸 것은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지점이었다. 그러나 ‘자신만의 비전’이 부각되지 못 하면서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창렬 교수는 “심 후보가 논조를 정확히 짚으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향한 공격이 돋보였다”면서도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도 월등했지만 지지율은 높게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박성민 대표는 “심 후보는 윤 후보를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표가 별로 없다. 이 후보의 표가 와야 하는데 이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유권자 정보 수집 이제 시작“

첫 대선 토론회 시청률이 39%를 기록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증명됐지만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복경 대표는 “유권자들은 첫 토론회를 포함해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정보 수집을 하게 될 것”이라며 “첫번째 토론회에서 지지율이 확 빠지거나 모이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창렬 교수도 “전반적으로 상대를 코너에 몰 정도의 결정적 한 방도 없었고 결정적 말실수도 없는 평이한 토론회였다”며 “이번 토론회로 판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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