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安·沈은 다른 주장, 尹은 "모른다"..EU 택소노미 뭐길래
지난 3일 방송 3사 주관으로 열린 대선 후보 첫 TV 토론회에서 'EU 택소노미'란 단어가 화제에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EU 택소노미가 중요한 의제다. 원자력 관련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고 묻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단어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하면서다. 윤 후보는 이어 "신재생 에너지만 가지고 2050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EU 택소노미가 원자력 발전을 그린 에너지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조건이 있다"라고 반박했다.
EU 택소노미에 대한 각 후보의 말은 엇갈렸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 탓에 추가 토론은 없었다. 과연 EU 택소노미는 친원전일까 탈원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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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원자력도 친환경…단, 엄격한 조건있다"
그린 택소노미란 각국이 특정 사업의 친환경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택소노미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인정하느냐 아니냐가 대규모 자금 투자와 직결되기 때문에 산업의 미래가 걸려있다.
유럽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EU 집행위원회는 3일 원자력 발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다만 EU 택소노미가 무조건 원자력을 친환경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EU는 '엄격한 조건(strict conditions)'이 있다며 원전을 '조건부 친환경'으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후보들마다 EU 택소노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 이유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할 땅 있어야'
EU 집행위 규정안에 따르면 신규 원전 투자가 녹색으로 분류되기 위해선 크게 3가지 조건이 있다. ▶2045년 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원전 건설 계획과 조달 자금이 있어야 한다. ▶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과 자금과 땅이 해당 국가에 있어야 한다.
환경단체는 이 조건을 만족시킬 만한 국가가 사실상 없다고 주장한다. 원전 폐기물을 묻을 땅을 확보할 나라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현재 유럽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이 핀란드와 스웨덴에만 있다. 2050년까지 안전한 '핵연료'를 사용하는 등의 조건은 대부분 국가가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광열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도 네바다주 사막 지하 암벽에 폐기물 창고를 만들었다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원자력협회장은 민주주의 국가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건 불가능하다는 선언까지 했다"고 했다.
수출엔 청신호…"원자력 업계엔 호재"
어쨌든 EU 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원전을 원하는 국가들에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중동 국가는 지금껏 석탄 발전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재생 에너지 발전 노력이 부족했다. 탄소 중립을 위해 석탄 발전을 줄여야 하는 이들 국가에는 원자력이 매력적이다. 유럽에선 체코나 폴란드가 비슷한 상황이다.
전경련 "K-택소노미도 개정"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4일 K-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해달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전경련은 "이번 EU 집행위원회의 최종안은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선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의 질문은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원전을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EU의 결정과 별개로 우리 대선 후보들도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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